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여의도포럼

[여의도포럼] 2016 광화문 함성을 되새기며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5년 전 서울 광화문광장을 메우던 촛불시위는 민주주의로의 역사적 전환점을 시민이 만든 세계사적 사건으로 기록된다. 그로 인해 탄생한 새 정부가 이제 5년의 막을 내리고 한발 더 나아간 한국 정치의 발전적 모습을 남겨야 하는 시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그러나 대한민국은 그 5년 전 진보·보수를 망라한 일반 시민의 뜨거웠던 민주주의와 국민주권에 대한 열망을 어느새 잊은 듯하다. 촛불 광장의 핵심은 국민주권국가로의 재건, 즉 시대성을 반영한 헌법 개정으로 민주주의의 기본 가치를 바로 세우자는 뜻이었다.

민주주의 기본 가치의 근본은 기본권에 있다. 기본권은 모든 사람이 자유롭게 태어났다는 ‘천부인권’설을 중심으로 발전했다. 이후 산업사회가 발전하면서 소유권이나 직업의 자유 등 경제사회적 기본권, 즉 사회권 확대로 이어졌다. 여기에서 헌법을 통한 국민의 기본적 권리 보호 확대가 근대 민주주의적 국가 운영의 본질이 됐음을 알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세계를 강타하면서 그동안 활발했던 민주주의 위기론에 관한 논쟁이 잠시 주춤했다. 그러나 북유럽 국가에서는 2020년 전후 근대민주주의 탄생 100주년을 맞으며 민주주의 기본 가치를 재정립하는 운동이 한창이다. 기본 가치의 내용은 참여, 존중, 통합이다. 특히 개인의 존엄성과 존중을 강조한다. 민주주의 한 세기 동안 유럽 국가들은 사회권이 중심인 복지국가로의 발전을 이뤘다. 그런데도 이들은 오늘날 정당정치의 쇠퇴와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 민주주의를 다시 거론한다.

스웨덴 교육부는 전국의 초등교사를 대상으로 ‘민주주의 기본 가치에 대한 이해도’를 조사했다. 그 결과 이해의 정도가 제각각임을 발견하고, 민주주의 기본 가치에 대한 현장 재교육을 유치원과 초등교사 대상으로 실시했다. 다원화돼가는 사회문화 속에서 배제되는 아동이 없도록 하는 데 목적을 두고 참여·존중·통합 정신을 일찍이 배우게 함이다. 반복된 소외는 수동적 시민을 만들고 이를 이용한 포퓰리즘적 정치는 공정한 기회 대신 선정적 베풂으로 문제를 해결한다. 보통선거권과 같은 민주적 제도가 확립됐더라도 사회경제적 격차가 심하면 민주주의는 유지되기 어렵다. 이것이 국민의 기본권 중 사회권이 중요한 이유다. 이번 대선의 화두로 등장한 공정론도 이러한 문제의식 없이는 공허한 수사에 불과하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또 하나의 사회적 과제는 기술 평등화 문제다. 노동시장의 구조 변화가 아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또한 사이버를 통한 플랫폼 시장이 팽창하는 현실에서 정보기술(IT)은 생활과 산업의 필수불가결한 조건이 돼버렸다. 모든 사람이 이런 기술사회에 고루 참여하기 위해 정부와 사회는 어떤 사다리를 놓아야 하나? 극도의 경쟁과 개인 부담을 전제하는 한국의 교육제도는 민주주의 가치를 이미 파괴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는 비대면 수업 과정에서 있는 집과 없는 집의 교육 격차를 더욱 벌려 놓았다. 보편적 교육제도가 민주주의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이유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개헌론이 다시 등장하고 있다. 개헌운동에 앞장서 온 시민운동가로서 이를 적극 환영한다. 다만 개헌 과정에 시민 참여가 전제돼야 한다. 2017년 국회는 시민사회 요청을 받아 개헌 특별위원회를 발족시켰고 53명의 시민사회 인사들로 개헌 특위 자문위원회를 구성했다. 이 자문위는 근 1년간 활발했다. 그리고 자문위는 당시 대통령 후보들의 개헌 의지를 확인하는 세미나도 개최했다. 제20대 대선을 계기로 개헌 논의가 다시 본격화된다면 논의 내용은 2017년 작업의 연장이 돼야 한다. 나아가 팬데믹, 디지털화, 기후위기 등 사회구조적 변화를 염두에 두고 민주주의 기본 가치가 살아나는 개헌 작업을 시민과 함께 진행해야 할 것이다. 노르웨이 오슬로대학의 에이빈 스미스 교수는 “민주주의는 헌법이 국민의 것일 때 비로소 그 꽃을 피울 수 있다”고 했다. 그는 헌법에 쓰인 정부의 통치구조, 정치·행정제도와 절차가 국민주권을 중심으로 한 것이 아니라면 그 헌법은 정치의 도구일 뿐 국민의 것이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개헌은 아울러 권력 집중의 폐단과 대의민주주의 의미가 훼손된 선거제도의 모순을 극복할 수 있어야 한다. 끝으로 2016년 촛불 광장의 함성이 부패하고 무능한 정치세력을 국민의 참여로 교체했다는 점을 정치권 모두가 잊지 않기를 바란다.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