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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선거판의 영적전쟁

유장춘 (한동대 교수·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영적전쟁은 싸우는 것이 아니라 식별하는 것입니다.” 내가 존경하는 어떤 교회 지도자의 말씀이다. 진리와 비진리를 가려내기 위해 치열하게 성찰하고, 사랑의 진실과 거짓을 분별하기 위해 아프도록 고민하는 것이 영적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승리한다는 것은 오직 진리의 근본이신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때만 가능하다. 영성이란 것은 하나님의 현존 앞에 서는 것이다. 그 앞에 서면 진정한 나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영적전쟁은 나 자신과의 싸움이다. ‘사랑하지 못하는 나’에 대한 식별이고, ‘진리를 따르지 못하고 있는 나’에 대한 깨달음이며, ‘타인을 정죄하고 판단하고 있는 나’ 자신의 죄성에 대한 성찰이다. 그 앞에서는 자만, 교만, 거만, 기만과 같은 것이 불가능하다. 그런 것은 하나님과의 단절로부터 생기는 것이다.

동시에 영적전쟁은 하나님의 사랑에 대한 확신이다. 마귀는 우리를 향하신 하나님의 사랑을 의심하게 만들고 절망으로 이끌어간다. 그토록 연약하고 죄악투성이인 나를 여전히 사랑하시고 내 모습 그대로 받으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깨닫고 아는 것, 그것이 그 전쟁으로 쟁취해야 할 승리다. 마더 테레사는 그래서 하나님을 아는 지식은 사랑에 이르고 자기 자신을 아는 지식은 겸손에 이른다고 말했다.

영적전쟁에 대한 오해는 인류 역사 속에서 수많은 비극을 만들어냈다. 11세기 말에 시작해 15세기 중반까지 지속된 십자군 전쟁은 기독교와 이슬람이 맞부딪혀 싸우는 거대한 종교전쟁이었다. 엄청난 신앙인들이 목숨을 바쳤고 그것을 순교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기독교 역사에 큰 오점을 남겼다. 13세기에 시작된 유럽의 종교재판은 19세기 후반까지 이어졌다. 이단사상을 근절한다는 명분으로 심문관을 임명해 사람들을 잔인하게 고문하고 불태워 죽였다. 2001년 9월 17일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미국을 공격한 테러범과 배후 세력을 악을 행하는 자로 규정하고 테러를 응징하는 전쟁을 “악을 제거하기 위한 성전(聖戰)”이라고 선언했다. 오늘날 그 누구도 그것들이 우리가 치러야 할 영적전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한국교회에는 영적전쟁이란 이름으로 ‘땅 밟기 선교’를 행하는 사람들이 있다. 학교를 돌아다니며 단군상의 목을 치는 사람들도 있었다. 교회를 철거하는 사람들을 향해 화염병을 던지며 영적전쟁을 선포하는 사람도 있었다. 성 소수자들을 혐오하는 운동을 이 시대의 영적전쟁으로 인식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 운동을 혐오하는 사람들도 역시 영적전쟁이라 생각하고 있다. 태극기를 들고 좌파 공산당 빨갱이와 영적전쟁을 벌이는 사람들도 있지만 개량 한복을 입고 친일파 잔재를 뿌리 뽑는 사람들도 있다. 이들이 하나님을 향한 순수한 열정과 헌신으로 뭉친 것일 수도 있지만 그런 것이 진정한 의미의 영적전쟁은 아니다. 영적전쟁은 사람을 미워하고 공격하는 전쟁이 아니라 그 미움과 분노에 대한 씨름이기 때문이다.

바야흐로 대선 정국이 전개되고 있다. 이 와중에도 우리는 영적인 전쟁을 치러야 한다. 그 전쟁은 어떤 사람이나 세력, 진영을 향한 싸움이 아니다. 상대방을 미워하는 나, 비웃고 경멸하고 무시하고 공격하는 나와의 싸움이다. 상대를 악의 화신으로 포장하고, 대중 앞에 내세워 망신 주고, 그 반사 이익으로 내 몫을 챙기려 하는 나의 거짓된 정의와 위선을 민감하게 알아차리고 대응하는 전쟁이다.

선거는 더 나은 생각들을 경연하고 보다 존경스러운 지도자를 옹립하는 평화로운 축제가 돼야 한다.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대한 것이 아니요….” 우리는 진정한 지도자를 선택하려는 나의 영적 상태를 깊이 성찰해야 한다. 시류에 따라 자기를 방임하지 않고 하나님을 향해 서서 무엇이 옳은 선택인지를 겸손하게 질문하는 기회가 돼야 한다.

유장춘 (한동대 교수·상담심리사회복지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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