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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원준 칼럼] 인간 vs 바이러스, 3라운드


백신 반격 나섰던 2라운드
델타변이에 일상 회복 차질
바이러스 변이 예상한 과학계
이미 작년부터 3라운드 준비

모든 코로나 변이 막아내는
유니버설 백신 개발 진행 중
유인원 실험서 괄목할 성과도

바이러스와의 전쟁
쉽게 끝나지 않을 테지만
인간이 쉽게 지지도 않을 것

1라운드에서 인류는 낯선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세계로 퍼진 코로나19는 1년 만에 8256만명을 감염시켰고 180만명을 숨지게 했다. 거리두기로 버티던 사람들이 백신을 만들어 반격에 나서면서 인간과 바이러스의 전쟁은 2라운드에 접어들었다. 과학은 놀라운 일을 해냈다. 십수년씩 걸리던 백신 개발을 열 달 만에 해치웠고, 50%만 돼도 성공이라던 효력은 90%를 웃돌았다. 이제 백신을 맞기만 하면 되는 듯했다. 접종한 나라에서 감염이 극적으로 줄어드는 현상도 보였다.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인간은 일상 회복을 준비했다.

올해 상반기 이렇게 진행된 2라운드의 실제 전황은 어땠을까. 6개월간 세계 감염자는 1억명, 사망자는 200만명이었다. 지난해 1년간 발생한 감염·사망보다 많다. 인간이 백신을 맞는 동안 바이러스는 전보다 2배 빠르게 움직이며 더 큰 피해를 낳고 있었다. 두 가지 원인이 꼽힌다. 바이러스가 변이했고, 백신 보급은 효율적이지 못했다. 바이러스학의 상식 중 하나는 “복제하지 못하면 변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백신은 바이러스가 숙주 세포에 침투해 자가 복제를 하지 못하게 항체를 만든다. 그런 백신을 상반기에 30억 도스 생산했지만 70%가 선구매한 몇몇 나라로만 갔다.

세계보건기구는 지난 4월 델타변이(인도)를 우려변이로 지정했다. 알파변이(영국)는 오리지널 코로나바이러스보다 전파력이 60% 크고, 베타변이(남아공)는 면역회피 속성을 가져 돌파감염을 일으키는데, 델타는 알파와 베타의 특성을 모두 갖춘 이중변이였다. 지난봄 인도는 델타변이에 초토화됐다. 미국이 남아도는 백신을 쌓아놓고 있을 때 백신이 부족한 인도에서 가장 위험한 변이가 세력을 키웠다. 델타변이는 인도를 넘어 미국 유럽 등 백신 부국의 일상 회복을 가로막으며 세계적 우세종이 되고 있다. 모두가 안전하지 않으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감염병의 상식은 다시 입증됐다.

인간과 바이러스의 전쟁은 이제 백신과 변이의 일진일퇴 양상이 됐다. 바이러스에 맞서 인간이 백신을 만들고 그에 맞서 바이러스가 변이했으니 다시 인간의 차례가 왔다. 과학은 게으르지 않다. 그 결과물을 활용하는 인간의 지혜에 부족함이 있을 뿐, 과학의 시야는 매우 먼 곳을 내다보며 가설을 세운다. 3라운드를 준비하는 과학자들의 연구는 이미 작년부터, 아니 코로나19가 등장한 순간부터 시작됐다. 목표는 대응사격을 넘어 선제공격이 가능한 최종병기를 만드는 것이었다.

앤서니 파우치 미국 백악관 수석의료고문은 코로나 사태 전 ‘유니버설 독감 백신’ 연구에 매달려 있었다.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의 모든 변이를 막아내는 하나의 포괄적 백신을 만드는 일이다. 인플루엔자가 다음 팬데믹을 일으키리라 예상해 시작했는데 코로나 팬데믹이 왔다. 그의 동료 바니 그레이엄은 제이슨 맥렐란 교수와 함께 지난해 1월 당장 급한 코로나 백신 개념도를 그려 화이자와 모더나에 보내준 뒤 곧바로 ‘유니버설 코로나 백신’ 연구에 뛰어들었다.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인체에 들어와 아군인 척하며 세포에 침투한다. 백신의 역할은 이것이 적군임을 우리 세포에 알려줘 면역체계가 작동케 하는 것이다. 현재 만들어진 백신은 바이러스 표면에 튀어나온 스파이크 단백질의 특징을 알려주면서 적군임을 알아채게 하는데, 지금까지 나타난 변이는 대부분 이 스파이크 끝부분에서 이뤄졌다. 과학자들은 변이를 무력화시킬 몇 가지 전략을 세웠다. ①쉽게 변이하지 않는 스파이크 줄기 부분을 인식시킨다. ②20여 가지 나노입자를 스파이크 단백질처럼 조합해 면역체계를 훈련시킨다. ③바이러스 구조상 변이할 수 없는 특정 부위를 면역체계의 T세포로 공격한다. 이 밖에도 여러 가설을 실험대에 올려놓고 워싱턴주립대, 듀크대, 노스캐롤라이나대, 벤처기업 그릿스톤바이오와 이뮤니티바이오 등 10여곳 연구팀이 각기 다른 접근법으로 개발하고 있다.

지난 5월 백악관 브리핑에서 “원숭이 실험 결과 기존 백신보다 훨씬 강력한 항체가 형성됐다”며 듀크대의 유니버설 코로나 백신 연구를 소개하던 파우치의 음성은 약간 흥분해 있었다. 코로나 사태를 겪으며 지켜본 과학의 힘은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컸고, 그것을 하는 이들은 무척 집요했다. 바이러스와의 전쟁은 쉽게 끝나지 않을 테지만, 인간이 쉽게 지지도 않을 것이다.

태원준 편집국 부국장 wjta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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