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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시 재개발사업 승인에 60~70년대 민주화·노동운동의 산실… 옛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 철거 위기

17일째 단식 중인 김정택 목사
“대한민국 현대사의 살아 있는 역사 현장… 꼭 기억해 달라”
교계, 건물 존치 촉구 잇단 성명

건물 존치를 위해 17일째 단식 투쟁 중인 김정택(오른쪽) 원로목사가 8일 인천 동구 미문의 일꾼교회에서 김도진 목사와 함께한 모습. 인천=신석현 인턴기자

일흔이 넘은 은퇴 원로목사가 지난달 22일부터 17일째 단식 중이다. 옛 인천도시산업선교회(선교회·현 미문의 일꾼교회) 4대 총무를 지낸 김정택(72) 원로목사다. 그는 선교회 건물이 인천시의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으로 철거될 위기에 처하자 상생의 도시재생 계획 수립을 요구하며 단식 농성을 시작했다.

선교회 7대 총무로 현재 미문의 일꾼교회 담임으로 있는 김도진(64) 목사 역시 10일간 단식했다. 그 역시 선배 목사와 함께 단식을 이어가려 했으나 선교회 건물 존치를 위한 실무를 감당하기 위해 지금은 미음을 먹으며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철거 위기에 놓인 인천도시산업선교회 건물. 인천=신석현 인턴기자

앞서 인천시는 화수화평 주택재개발정비사업에 대한 2차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열어 해당 사업을 조건부 승인했다. 해당 사업은 화평동 1-1번지 일대 18만998㎡에 지하 3층, 지상 40층 규모의 아파트 31개동을 지어 2986가구를 공급하는 내용이다. 선교회 건물도 이 지역에 포함돼 있다.

1961년 미국 감리교 선교사 조지 오글 목사가 설립한 선교회는 우리나라 60~70년대 민주화와 노동운동의 산실 역할을 해 온 곳이다. 인천 화수동에 초가집을 매입해 활동을 시작한 이래 노동자 권리와 인권 의식을 제고하고, 군사독재 정부에 희생된 인민혁명당 사건을 국제사회에 알리는 등 사회 여러 방면에서 활동해 왔다.

김 목사에 따르면 선교회에 노동자들이 모이면서 자연스럽게 그곳에서 예배가 시작됐고, 지금의 일꾼교회가 세워졌다고 한다. 이후 노동자뿐 아니라 장애인도 함께하면서 일꾼교회 앞에 ‘미문’을 붙였다. 미문은 사도행전 3장에서 따왔다. 김 목사는 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이처럼 선교회는 노동운동의 큰 유산일 뿐 아니라 개신교 전체의 유산”이라고 강조했다.

건물 안에는 60~70년대 민주화·노동 운동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아 있다. 인천=신석현 인턴기자

김 목사는 최근 도시계획위원회의 선교회 철거 결정을 무효화하고 인가고시 연기, 도시계획위원회 재심의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인천시에 보냈다. 그는 “한 번 보류됐던 사안인데 두 번째 심의를 할 때 우리의 목소리가 전혀 들어가지 않았다”며 “우리가 재개발 자체를 반대하는 게 아니다. 선교회 건물 존치를 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선교회는 대한민국 현대사를 증언하는 살아 있는 역사적 현장”이라며 “이를 꼭 기억해 달라”고 덧붙였다.

기독교계도 성명을 통해 선교회 건물 존치를 촉구했다. 기독교대한감리회 중부연회를 중심으로 대책위원회가 만들어졌고,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도 “구도심 재생사업이라는 명분 아래 역사적 의미에 관한 고려 없이 일방적으로 (선교회 건물을) 철거하려는 인천시의 시도에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인천도시공공성네트워크·생명평화포럼·생명평화기독연대·인천주거복지센터 등도 선교회 건물 존치를 위한 범시민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오는 13일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도시계획위원회의 승인 철회 운동에 나서기로 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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