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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 알렸던 그곳, 페더러는 힘이 부쳤다

윔블던 8강서 후르카치에 완패
40세 이른 세월 두 발 너무 무거워
“내 나이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어”

로저 페더러가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21 윔블던 9일째 남자 단식 8강전 후베르트 후르카치와 경기에서 0대 3(3-6 6-7<4-7> 0-6)으로 패한 뒤 격려하는 팬들의 성원에 손을 흔들며 답하고 있다. AP연합뉴스

7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윔블던의 올잉글랜드클럽에서 열린 2021 윔블던 9일째 남자 단식 8강전 로저 페더러(6위·스위스)와 후베르트 후르카치(18위·폴란드)의 경기. ‘테니스 황제’ 페더러가 3세트 0-5 상황에서 마지막 서브를 준비하자 팬들이 일어서서 큰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황제의 포핸드 스트로크는 아쉽게 빗나갔고, 경기는 끝났다.

0대 3(3-6 6-7<4-7> 0-6)으로 맥없이 패배한 페더러는 바로 가방을 챙겨 한 차례 관중들에게 손을 흔들며 환호에 답했다. 그리곤 고개를 약간 숙이고 양어깨에 가방을 멘 채 서둘러 클럽하우스로 떠났다. 페더러가 시야에서 사라질 즈음 관중석의 한 팬은 “1년만 더! 1년만 더!”라며 황제의 귀환을 간절히 요청했다.

하지만 다음 달로 만 40세가 되는 페더러의 몸 상태는 더이상 5세트 경기가 펼쳐지는 메이저대회에서 우승을 다툴 정도로 보이지 않았다. 페더러는 후르카치의 첫 서브에 고전했고 포핸드에서만 18개의 언포스드 에러를 냈다. 두 번째 서브에서도 성공률이 35%에 그쳤다. 코트 구석구석을 찌르는 후르카치의 공격을 따라가기엔 두 발이 너무 무거워 보였다.

페더러도 이를 인식한 듯 경기 뒤 “그 모든 일(부상)을 겪은 뒤에도 윔블던 수준의 대회에서 여기까지 올라와 매우 행복하다”며 “내년에도 윔블던에 출전하고 싶지만, 내 나이에는 어떤 일도 일어날 수 있다”고 진한 여운을 남기는 발언을 했다. 페더러는 자신에게 영광을 안겨준 무대인 윔블던에서 마지막일지 모르는 경기를 그렇게 마쳤다.

페더러는 지난해 두 번의 무릎 수술을 받고 코로나19 공백기를 통째로 날렸지만, 선수생활을 이어가기로 결정했다. 윔블던 복귀는 페더러가 재활을 강행한 가장 큰 동기 중 하나였다. 앞서 열린 프랑스오픈 16강전에서 몸 상태를 고려해 기권 선언한 것도 윔블던을 제대로 준비하기 위한 결정이었다.

그만큼 윔블던은 페더러에게 의미 있는 장소다. 1998년 주니어 남자 단식과 복식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윔블던에 데뷔한 그는 단 3년 뒤 센터 코트에서 처음 치른 16강전에서 디펜딩 챔피언이자 5연속 우승에 도전하던 피트 샘프러스(미국)를 물리치고 자신의 이름을 널리 알렸다. 2003년엔 결승에서 마크 필리포시스(호주)를 누르고 첫 번째 메이저대회 타이틀을 따냈다. 그렇게 페더러는 윔블던 최다 우승자(8회)가 됐고 메이저대회 전체를 통틀어서도 라파엘 나달(3위·스페인)과 함께 최다 우승(20회) 기록을 세웠다.

영국 관중들은 스위스 사람인 페더러가 잔디 코트 위에서 선보이는 우아한 게임과 코트 위 존재감에 홈 코트 같은 성원을 보냈다. 이에 힘입어 페더러는 이번 대회에서 1977년 켄 로즈웰(호주) 이후 윔블던 최고령 8강 진출 기록을 세웠지만, 앞으로 더 나가기엔 힘이 부쳤다.

페더러가 2001년 그랬던 것처럼 돌풍의 주인공이 된 후르카치는 준결승에서 마테오 베레티니(9위·이탈리아)를 상대한다. 후르카치는 2019년 한 차례 베레티니와 맞붙어 승리했다. 이번 대회에서 우승하면 페더러·나달의 메이저대회 최다 우승 기록을 따라잡는 노박 조코비치(1위·세르비아)는 통산 6전 전승을 기록 중인 데니스 샤포발로프(12위·캐나다)와 만난다.

이동환 기자 hu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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