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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활성화 올인하다 방역 놓친 靑… 기모란 역할도 한계

文, 소비 진작 지시 9일 만에 확산세
靑 “방역·경제 두 토끼 잡으려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4월 15일 오후 청와대에서 열린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일일 확진자가 1200명대를 돌파하고 수도권을 중심으로 4차 대유행이 본격화되면서 재난상황의 컨트롤타워인 청와대가 경제 활성화에 올인하다 방역을 놓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이 소비 진작 방안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지 불과 9일 만에 코로나 델타 변이 바이러스가 확산하면서 청와대가 사태의 심각성을 조기에 파악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청와대는 방역 소홀에 대한 책임을 일부 인정하는 분위기다. 이철희 정무수석은 8일 라디오 인터뷰에서 방역 당국의 대응을 지적하는 질문에 “겸허히 수용한다. 코로나로 경제적 고통을 받는 분들이 있고 방역과 경제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다 보니 이런 현상이 벌어졌다”고 인정했다.

일각에선 임명 석 달째를 맞은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청와대의 방역 정책을 전담하는 기 기획관이 델타 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참모들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교수 출신인 기 기획관은 일선 방역 현장의 목소리를 청와대에 전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7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왼쪽)과 기모란 청와대 방역기획관이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의 일정부터 코로나 방역보다 경제 회복에 힘이 실렸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28일 확대경제장관회의에서 “소비 쿠폰, 코리아세일페스타와 함께 추경을 통해 과감한 소비 진작 방안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하루 뒤인 29일 ‘해운산업 리더 국가 실현전략 선포식’ 참석을 위해 부산을 찾았다. 지난 2일에는 ‘대한민국 소재 부품 장비산업 성과 간담회’에서 “소부장 자립을 이뤄낸 경험은 코로나 위기 극복의 밑거름이 됐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8일에도 충북 청주 LG에너지솔루션 제2공장을 방문해 배터리 산업 육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10일 안에 무려 4건의 경제 행사를 소화한 셈이다.

청와대는 “미리 잡혀 있던 행사들”이라고 설명했지만 지난달부터 청와대 내부에선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 있으니 경기 회복과 산업 육성 관련 메시지를 더 자주 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방역에서는 성과 홍보에 치중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청와대 5부 요인 오찬에서 “K방역으로 한국의 위상이 높아졌다. K방역이 국제사회의 모델이 되고 있다”고 했다. 지난달 7일 ‘제3차 코로나19 대응 특별방역점검회의’에서도 “우리나라가 방역 모범 국가가 될 것이라고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고 했다. 지난 4월부터 전문가를 중심으로 인도발(發)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유입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문 대통령은 지난 5일에야 처음으로 델타 변이 확산을 경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방역을 강조하면 경제가 힘들고, 경제를 우선하면 방역이 흔들린다. 어떻게든 두 개를 끌고 가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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