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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통일부 폐지론

이흥우 논설위원


분단국 우리나라엔 외국에선 찾아볼 수 없는 행정부처가 있다. 통일부다. 유일하게 통일 전 서독에서 사례를 찾을 수 있다. 서독은 1949년 정부 수립과 동시에 동독 문제를 전담하는 연방전독일문제부(전독부)를 설립한다. 이후 동방정책을 추진한 빌리 브란트 사민당 정권이 수립되면서 1969년 동독을 괴뢰정부로 규정한 전독부는 폐지되고, 동독을 정식 국가로 인정하는 토대 위에 연방양독일관계부(내독부)로 개편된다. 내독부는 독일이 통일될 때까지 존속하다 1991년 해체 후 연방내무부로 편입된다. 내독부가 독일 통일에 상당한 역할을 했음은 물론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4·19혁명 이후 사회 각계에서 활발하게 전개된 통일 논의를 정부 차원에서 체계적이고 제도적으로 다룰 필요성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1969년 3월 분단 24년 만에 통일 및 남북 문제를 전담하는 중앙행정기관, 국토통일원이 탄생했다. 1990년 명칭이 통일원으로 바뀌면서 부총리 부서로 격상되기도 했으나 8년 뒤 명칭이 통일부로 재차 바뀌고, 부총리 지위도 상실한다. 내각에서 차지하는 위상도 떨어졌다.

급기야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17대 대통령선거에서 당선된 직후에는 존폐 기로에 서게 된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외교와 통일의 국가적 역량 결집’을 명분으로 통일부 폐지를 추진했기 때문이다. 당시 인수위는 통일부를 외교부에 흡수 통합시켜 외교통일부를 만들려고 했다. 그러나 여론의 거센 반발로 인수위 구상은 무산됐고 통일부는 살아남았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혈세 낭비’라며 통일부 폐지를 주장하고 나서면서 13년 전 끝난 논란에 다시 불을 붙였다. ‘여성가족부를 둔다고 해서 젠더 갈등이 해소되지 않는 것처럼 통일부를 둔다고 통일에 특별히 다가가지도 않는다’는 게 이 대표 논리다. 통일은 지난한 길이다. 눈앞에 보이는 당장의 성과가 없다고 통일부를 없애자는 주장은 너무 성급하다. 박근혜 대통령은 “통일은 대박”이라고 했는데 ‘박근혜 키즈’가 통일부 폐지론을 펴는 건 생뚱맞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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