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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석의 지금 미국은] 기후행동 최전선 풀뿌리 단체 “정치 다 바꿔” 선거판 뒤흔든다

‘선라이즈 무브먼트’ 맹활약

‘선라이즈 무브먼트’ 활동가들이 지난달 28일 미국 워싱턴DC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정치적 행동을 조 바이든 정부에 촉구하며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UPI연합뉴스

미국에 ‘선라이즈 무브먼트(Sunrise Movement)’란 단체가 있다. 기후변화에 대한 정치적 행동을 옹호하는 시민단체다. 2017년 출범해 순식간에 전국적인 활동을 펼치게 된 단체다. 밀레니엄 세대인 20, 30대가 중심이며, 주로 대학생들이 캠퍼스에서 앞장을 서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대선전에서 민주당의 엘리자베스 워런과 버니 샌더스 후보가 환경 문제를 주 이슈로 다루도록 이끌었다. 지난해 미국을 발칵 뒤엎은 ‘흑인 목숨도 소중하다(BLM)’ 시위에서 20대 청소년들을 거리로 끌어내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정치권은 물론이고 사회적인 어떤 집회에도 기후변화 이슈를 드러내 이슈화하는 데 물불을 안 가린다.

선라이즈 무브먼트는 출범과 동시에 민주당 경선과 그해 11월 6일 치러진 중간선거에서 신재생에너지 지지자들을 선출하는 데 성공했다. 현재 민주당의 어젠다를 그린 뉴딜로 이끌고 있는 진보정치 결사체인 ‘스쿼드(Squad)’가 이들이다. 뉴욕에서 10선의 거물을 예선에서 무너뜨려 파란을 일으킨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 코르테스(AOC)가 주도하는 스쿼드는 미네소타의 일한 오마르(소말리아 출신의 이슬람 여성), 매사추세츠의 아야나 프레슬리(보스턴의 거물을 예선에서 물리치고 2019년 워싱턴에 입성한 흑인 여성), 미시간의 러시다 털리브(팔레스타인계 출신의 여성의원), 뉴욕 출신 초선의 자말 보먼(지난해 선거에서 현직 외교위원장인 엘리엇 엥겔을 예선에서 패퇴시킨 흑인의원), 미주리의 코리 부시(간호원노조활동가 출신의 흑인 여성) 등으로 구성됐다.

이 6명의 스쿼드 소속 의원들은 정치활동 지지 기반의 대부분이 풀뿌리 시민활동가들이다. 선라이즈 무브먼트는 지난해 상·하원 지지 후보 20여명 중 절반 이상을 뉴욕,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 등지에서 당선시켰다. 가장 대표적 진보학자인 노암 촘스키가 지난 4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60여년 동안 자신에게 가장 자랑스러운 것을 들라면 심각한 어려움에 직면해 선라이즈 무브먼트가 일을 추진해 나가는 것을 본 것”이라고 할 정도로 밀레니엄 세대의 기후변화를 위한 정치운동은 점점 더 공격적인 전략으로 확대되고 있다.

지난 6월 28일 전국의 선라이즈 무브먼트 핵심 활동가 300여명이 백악관 앞에 집결했다. 초여름 폭염으로 위험천만한 기온에도 불구하고 이들은 인간 띠 잇기로 백악관 출입구 10곳을 봉쇄했다. 젊은 시위대 틈에는 알렉산드리아 코르테스, 코리 부시, 자말 보먼 의원도 눈에 띄었다. 상원에서 공화당의 필리버스터(무제한 반대토론) 문턱을 넘기 위한 백악관의 예산 관련 협상안이 조 바이든 정부의 핵심 정책인 ‘그린 뉴딜’을 점점 훼손하고 있는 것에 격분했다. 백악관이 초당파 의원들과 합의한 1조2000억 달러 규모의 8년 인프라 계약엔 진보 진영이 요구하는 미국의 인프라나 기후위기 관련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선라이즈 무브먼트와 민주당 내 진보적 의원들의 모임인 ‘진보 코커스’는 기후위기 퇴치를 위해 10년 동안 10조 달러의 기반 시설을 요구한 바 있다. 활동가들은 바이든 정부를 향해 “기후 문제 해결 없이 우리를 위해 싸운다는 표지판을 걷어치우라”라고 하면서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정당과 협상을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들 활동가는 기후변화 문제를 인종차별이나 빈곤 퇴치, 치안 유지, 그리고 경기부양 대책 그 이상으로 중요하게 다뤄야 할 것이라면서 조금도 양보할 수 없다고 다그쳤다. 그래서 기후변화 문제를 미국의 광범위한 차별 역사와 연관을 지었다. 이 결과 예산안 심의에 부쳐 적당히 양보하고 협상해 ‘잡 플랜(Job Plan)’을 통과시키려던 정부와 중도파 의원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의회로 몰려간 시위대에게 샌더스 의원은 화해법안도 거래도 없음을 확인시키면서 “여러분 분명한 것은 지금은 혁신적인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당을 압도하는 정책적 풀뿌리 시민단체들의 정치권을 향한 전략이 매우 강력하다. 모든 시민단체들이 선거에 집중한다. 기후변화, 인종 평등, 빈곤 퇴치에 둔감한 정치인은 여지없이 낙선이다. 이들이 추구하는 정책에 반하는 발언이 나오면 그 이튿날 그 정치인 집 앞엔 여지없이 사람들이 모인다. 그래서 뉴스에 정치인 이름이 언급되면 지역구엔 당내 도전자가 나타나고 그 도전 후보의 뒤에 사람들이 모인다. 연방의원급이 아니고 지역 선출직의 경선이지만 지난달 뉴욕, 버지니아, 펜실베이니아의 예비경선에서 그렇게 거센 바람이 불었다. 선라이즈 무브먼트의 이러한 전략으로 뉴욕의 버팔로와 로체스터, 펜실베이니아의 피츠버그 시장선거에서 무늬만 진보인 어설픈 오랜 거물들이 나락으로 떨어졌다.

기존 정치권을 두려움으로 긴장시키는 비권력 풀뿌리 단체들은 선라이즈 무브먼트만이 아니다. 정책에 있어 정당을 능가하는 시민단체는 정의민주당(Justice Democrates), 진보를 위한 지표(Data for Progress), 새로운 일치(New Consensus), 뭉쳐진 우리의 꿈(United We Dream), 활동가 교육기관(Organizer-Training Institute)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단체의 공통점은 밀레니엄 세대, 다양한 인종, 글로벌 이슈, 비권력이다. 또 한 가지 한국과 한인들을 고무시키는 점은 각 풀뿌리 조직을 젊은 한국계 미국인들이 적극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점이다. 워싱턴의 미주한인유권자연대(KAGC)가 지난 10여년 동안 대학 캠퍼스를 파고든 결과다.

김동석 미주한인유권자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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