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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불안감과 싸워야 하는 윤석열

지호일 정치부 차장


대권 도전 채비를 하던 때에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자신을 이제 막 배낭을 짊어지고 산의 초입에 선 등산객에 비유한 적이 있다. “산에서는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산길을 오르다 폭우가 쏟아지거나, 길이 끊기면 애초 가려던 이정표로 못 갈 수도, 돌아갈 수도 있겠지. 그래도 올라야 한다면 길은 나서야지.”

등정을 시작한 지 열흘 남짓한 지금, 그가 걷는 길 주변으로 안개가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본인도 느낄만한 불유쾌한 기운. 대중의 마음, 그것도 보수층이거나 현 정부가 달갑지 않은 이들의 마음 한구석에서 이는 불안감, 의구심, 우려 등이다. ‘윤석열은 상대편의 의혹 공세를 버텨낼 수 있을까’ ‘대선 레이스를 완주할 수 있을까’ 같은. 윤 전 총장이 정권교체의 선봉장이 돼주길 바라는 사람들도, 그가 전장에서 끝까지 살아남을지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윤석열 X파일’ 논란, 부인·장모의 행적 관련 의혹 따위가 음모론과 검증 사이의 선을 넘나들며 불안의 씨앗을 심고 있는 영향이다. 이런 것들이 과연 대통령 자격을 묻는 일과 얼마나 상관이 있을까 싶지만, 대중에게 윤 전 총장 앞길의 변수로 인식되는 것 역시 현실이다.

30년 가까이 증거를 쫓아 사실 관계를 입증하는 일을 해온 그에게 이렇게 형체가 없고 기원도 불분명한 대상과의 싸움은 낯설 터다. 답답할 만도 하다. 더욱이 항간에 떠도는 소문과 의혹은 인터넷과 소셜미디어를 통해 지금도 퍼날라지고, 다시 대중의 수군거림을 타고 확대 재생산되는 중이다. 반(反)윤석열 진영, ‘지라시 장사’를 하려는 부류 등에게 픽션과 논픽션을 가리는 일은 중요하지 않다. ‘쥴리’ ‘10원’ 등의 상징을 대중에게 미끼로 던져 입질만 와도 소기의 목적은 달성한 것이니까. 어쩌면 정치 물을 흐리고, 유권자들의 생각을 혼란스럽게 만드는 게 애초 의도인지도 모른다.

여기에 여권의 유력 정치인들까지 가세한다. 시중 풍문을 공론의 장으로 가져와 윤 전 총장에 대한 집단적 불안감 내지 비토 정서가 형성되도록 부채질을 한다. 지금 등장하는 의혹의 상당수가 2년 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 때도 제기됐으며, 당시는 “문제될 게 없다”고 적극 옹호했던 여권 인사들이 기꺼이 자기모순적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어쩌겠나. 윤 전 총장은 이제 정권 사람이 아니고, 아군이 아니면 적군이 되는 게 정치 세계인 것을.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전 총장 지지율은 큰 충격은 받지 않은 모양새다. 정권교체 열망, 과거 선거철이면 등장했던 각종 음모론에 대한 학습 효과 등으로 야권은 해석한다. 그러나 동시에 지지율이 주춤하는 상황은 의혹이 날리는 잽이 ‘솜주먹’은 아니라는 뜻이기도 하다. 이런 불유쾌한 상황은 윤 전 총장의 대권 행보 내내 그림자처럼 붙어 다닐 것 같다. 산을 오르려면 안개 속에서 전진할 수밖에 없다. 이재명 경기지사도 동병상련의 조언을 한 바 있다. “피하고 외면한다고 절대 외면되지도, 피해지지도 않습니다.”

윤 전 총장은 우선 현 정부를 강하게 성토하는 것으로 길을 열려 한다. 그런데 분노는 사람들 마음속에 있는 의구심까지 밀어내지는 못한다. 반문의 횃불은 그의 주변만 비출 뿐이다. 자유민주주의, 공정과 상식 같은 추상적 가치도 안개를 걷어내기엔 부족하다. 결국 윤 전 총장은 자신이 시대정신을 쥐고 있음을 증명해야 한다. 한국 사회의 미래를 위한 알맹이 있는 비전과 정책을 자신의 언어로 제시해야 한다. 그것은 ‘왜 나는 대선에 나섰는가’ ‘왜 나여야만 하는가’ ‘나는 어떤 나라를 만들려 하는가’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국민은 아직 그 답을 듣지 못했다. 많은 눈과 귀가 그의 다음 행보를 차분히, 그리고 냉철히 쫓을 것이다.

지호일 정치부 차장 blue5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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