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국회 이전” 한마디에… 투기 제물된 세종시

1년 새 공시가 상승률 전국 최고
실거주자들 보유세 부담 커져


“국회와 청와대, 정부 부처를 모두 세종시로 이전했을 때 수도권 과밀과 부동산 문제를 완화할 수 있습니다. 국가 균형발전을 위해 행정수도를 완성해야 합니다.”

지난해 7월 20일 김태년 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에서 내던진 이 말의 위력은 핵폭탄급이었다. 인구 36만명 남짓인 세종시의 부동산 시장이 요동쳤다. 지난해 전국에서 집값 상승률이 가장 높은 곳으로 변했다. 하지만 가격이 치솟은 대신 매입 수요가 급감하면서 보유세 부담만 커지는 등 실거주자들의 혜택은 찾기 어렵다. 여당 중진의 발언 한마디가 세종시를 투기판으로 만든 셈이다.

11일 월간KB주택가격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세종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7300만원으로 역대 최고치를 또다시 경신했다. 전년 동월(3억7329만원)과 비교해 2억원 가까이 뛰어올랐다. KB부동산이 세종시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을 집계하기 시작한 2013년 4월(1억8707만원) 이후 2억원가량 오르는 데 7년여가 걸렸는데 김 전 원내대표 말 한마디에 3억원대에서 5억원대로 1년 만에 뛰어오른 것이다.

실거주 목적의 매수세가 가격을 끌어올렸다고 보기 힘들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지난 5월까지 전입에서 전출을 뺀 ‘순유입’ 건수는 8518건에 불과하다. 그나마도 지난해 10월부터 지난 1월까지 반짝 증가하는 데 그쳤다. 지난 5월 기준 순유입 건수는 342건에 불과하다. 세종시로 이사 오는 이들이 그만큼 적다는 뜻이다. 최근 1년간 투자 목적 매수세가 강세였다는 방증으로 읽힌다.

투기 광풍의 피해는 세종시 실거주자들에게 돌아갔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5월 기준 아파트 거래량은 734건에 그친다. 최근 5년간 월평균 거래 건수(1966건)의 절반도 안 된다. 지나치게 고평가된 가격 때문에 매수세가 적다 보니 시세차익을 거두기가 힘들어졌다. 세종시 도담동에 거주하는 A씨는 “호가 1억원을 낮춰 부동산에 내놔도 문의조차 없다”고 전했다. 대신 내야 할 세금만 급격히 늘었다.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 지표인 공시가격은 올 들어 전년 대비 70.25%나 폭등했다. 증가폭이 전국 평균의 3배를 웃돌아 단연 1위다.

문제는 세종시 부동산 상황은 향후 급격한 변곡점을 맞을 수 있다는 점이다. 우선 실질적 대선 국면임에도 집값 급등세로 청와대를 포함한 행정수도 이전 동력은 떨어졌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집값을 끌어올린 주요 소재가 사라지면 가격 상승세 유지가 어려워지는 것은 당연하다. 노형욱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5일 기자간담회에서 집값이 고평가돼 있다며 2~3년 내 폭락 가능성을 언급한 점도 부담이다. 이 경우 가장 높이 치솟은 세종이 폭락의 전조 지역이 될 수 있어서다.

서진형 경인여대 교수(대한부동산학회장)는 “공급 대신 행정수도 이전만 갖고 부동산 문제 해결에 나섰다는 점에서 예고된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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