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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근의 세금이야기] 납세자 마음도 헤아리는 ‘따뜻한 稅政’을 기대하며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코로나19 여파로 우리 모두는 가히 혼돈(chaos) 상태다. 기업인은 기업인대로, 근로자는 근로자대로, 가정은 가정대로, 특히나 어려움에 처해 있는 소상공인을 비롯한 영세자영업자들은 하루하루가 고통의 연속이다.

이런 판국에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부동산값이 턱없이 뛰어올라 집집마다 말할 수 없는 갈등이 일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다 부동산 관련 세금조차도 덩달아 올라 납세자들의 불평 또한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다고 부동산을 처분하자니 양도소득세 문제가, 계속 보유하고 있자니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종부세)가, 자녀들에게 물려주자니 증여세와 취득세 문제가 여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더 괴로운 것은 재산세나 종부세는 소득이 아닌 생활비로 충당해야 하거나 아니면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납부해야 할 처지이다 보니 가히 폭발 직전에 있다고 한다. 납세자들의 이런 애처로운 모습들을 바라보고 있는 국세 공직자라고 어디 마음이 편하겠는가. 국회나 정부 당국의 입안으로 개정된 세법에 따라 법을 집행해 나가야 할 이들의 마음 역시 편치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그들 스스로가 자의적으로 법을 집행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게 했다가 추후에 있을 각종 감사 때 적발되면 신상에 큰 어려움이 생길 것이기 때문이다.

이런 연유로 국세 공직자들에게는 그 업무 특성상 무슨 일이든 아무리 잘해봐야 본전일 것이다. 반면에 사소한 일 하나라도 자칫 실수를 저지르게 되면 당사자인 납세자와 이해가 상충되는 문제가 야기되기 때문에 국세 당국에서는 늘상 이에 대한 대비책을 줄기차게 강구해 오고 있다. 흔히들 이를 ‘납세서비스의 품질’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국세행정의 최고기관인 국세청이 발족된 지 반(半)백년(정확하게는 55년)이 흘러오면서 납세서비스의 품질은 매년 향상되고 있지만 이에 못지않게 납세자의 납세의식 수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그러기에 최근에 와서는 과세관청조차도 감당하기 힘든 납세서비스 품질까지 요구받고 있는 실정이다.

가끔 현직에 있는 국세 공직자들을 접할 때가 있다. 그때마다 이구동성으로 그들이 토로하는 고충은 해가 갈수록 세무 공직을 천직(天職)으로 여기는 공직자들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근본적인 이유는 온종일 컴퓨터와 씨름하는 등 과중한 탁상 업무와 향후 받을 수 있는 메리트가 별로라는 것이다. 여기에다 아무리 창의적으로 해봤자 오히려 자칫 신상에 나쁜 영향이 미칠 것을 우려하고 있다는 푸념이다.

설상가상 최근 들어서는 만만하게 넘어갈 수 없는 각종 민원업무까지 늘어나고 있어 가히 사면초가라고 한다. 이렇듯 갈수록 국세 공직자의 운신의 폭이 점점 좁아지고 있는 반면에 해마다 주어지는 세수(稅收) 목표치는 계속 늘어나고 있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라고들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세 공직자가 아닌 다양한 다른 계층에 속해 있는 사람들은 국세 공직자는 모름지기 세법을 집행하는 공직자로서 악의적인 탈세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대처해 나가야 하는 반면, 선량한 납세자들에게는 한없이 부드럽게 대할 것을 주문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이를 수용해서 실천해 나가기란 참으로 힘들다고 실토한다.

필자가 어떤 지방국세청에서 책임자로 재직할 때 겪었던 이와 관련한 사소한 체험담 하나 소개한다. 2004년 무더운 여름 어느 날 50대 납세자 한 분이 몹시 화가 난 표정으로 필자의 사무실로 찾아와 대뜸 공문서 한 장을 내보이면서 내용을 한 번 읽어봐 달라는 것이었다. 사연인즉, 자기는 부가가치세 신고 때마다 매출세금계산서와 원자재 구입 때 받은 매입세금계산서별로 일람표를 작성해서 성실하게 관할세무서에 제출했는데 국세청의 전산분석결과 거래상대방이 제출한 매입세금계산서와 매출세금계산서에 기재된 내용(거래날짜나 거래금액 등)이 서로 일치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으니 이에 대해 소명을 하라는 것인데 문제는 바로 그다음 문구에 있었다. “만약 지정된 기한 내에 이를 소명하지 않을 경우 조세범처벌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그러면서 관할 세무서에서 어떻게 자기와 같은 성실납세자에게 이런 공문을 내보낼 수 있느냐는 항의였다.

그때 필자는 그 납세자의 입장에서 한 번 생각해 보았다. 대기업도 아닌 어려운 영세사업자로서 나름대로 성실하게 세금계산서를 주고받고 있는 것으로 느껴졌는데도 관할 세무서에서는 공문서에 왜 그런 문구를 담아 보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어 담당 실무자에게 직접 연락해 보았더니 통상적으로 그런 내용을 담아 보낸다는 것이었다.

이 작은 사건을 계기로 관내 모든 직원을 대상으로 납세자에게 각종 공문서를 보낼 때는 실무자의 기안문 작성에서 관리자의 결재에 이르기까지 공문서를 받아보게 될 납세자가 수긍할 수 있도록 역지사지(易地思之)의 마음을 담아보자는 캠페인을 실시해 본 적이 있다. 그 결과 얼마간은 효과가 있어 보이는 듯했다. 이렇듯 국세 공직자는 업무 특성상 자기도 모르게 자칫 납세자들에게 갑(甲)의 위치에서 일하게 되는 경우가 많을 것임을 유념했으면 한다.

아울러 이참에 조세정책 당국에 한 가지 제안하고 싶다. 국세 공직자들의 다양한 실무교육 때마다 얼마간은 납세자의 입장을 직접 체험케 해보면 어떨까 한다. 물론 다소간의 부작용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납세자가 당하는 어려움과 고통을 느껴볼 수 있는 기회는 되지 않을까 한다. 아울러 오늘도 더없이 힘든 세정의 현장에서 주어진 세수 확보를 위해 불철주야 헌신하고 있는 국세 공직자들께 간곡히 들려드리고 싶다. 보다 한 차원 높은 자긍심을 견지하여 오늘도 힘들고 지쳐 있는 납세자들을 품어보시면 어떨까.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사외 논설위원·전 한국세무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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