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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일본의 군함도 왜곡

오종석 논설위원


일본 나가사키현 나가사키항에서 남서쪽으로 약 18㎞ 떨어진 곳에 하시마(端島)라는 섬이 있다. 섬 모양이 군함을 닮았다 해서 군칸지마(軍艦島·군함도)로 불렸다. 남북 약 480m, 동서 약 160m이고 섬의 둘레는 약 1200m다. 19세기 후반 미쓰비시 그룹이 석탄을 채굴하면서 사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1943~45년 사이 500~800여명의 조선인이 이곳에 강제징용돼 노역했다. 당시 군함도 탄광갱도는 가스 폭발 사고에 노출돼 있었을 뿐만 아니라 노동자가 제대로 서 있기조차 힘들 정도로 좁고 위험한 곳이어서 ‘지옥섬’ 또는 ‘감옥섬’이라 불렸다. 이처럼 노동 환경이 열악한 군함도에 강제징용된 조선인은 하루 12시간 동안 채굴 작업에 동원됐고, 각종 질병과 영양실조 등으로 숨진 조선인만 122명에 이른다.

1974년 탄광이 폐쇄되면서 무인도가 된 이 섬은 10여년 전 관광지로 변신했다. 일본 정부는 2015년 하시마를 포함한 메이지 산업유산 23곳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했다. 한국이 반대하자 일본은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설치해 피해자를 기억하는 조처를 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유네스코와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 공동조사단은 지난 12일 최근 도쿄의 산업유산정보센터를 시찰한 내용의 실사 보고서를 세계유산센터 홈페이지에 게재했다. 보고서는 일본이 한국인의 강제노역 역사를 제대로 알리라는 권고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또 이 정보센터가 산업유산이 있는 곳에서 멀리 떨어진 데다 강제노역 희생자를 기리기 위한 전시가 없는 등 희생자 추모를 위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적시했다. 오는 16일부터 화상으로 진행될 제44차 세계유산위원회에 상정될 ‘일본 근대산업시설 결정문안’도 이날 공개됐다. 결정문에는 일본에 ‘강력하게 유감(strongly regrets)’이란 표현과 함께 가혹한 조건 하에서 강제노역이 이뤄진 사실 등이 포함돼 있다. 국제사회에서 망신을 톡톡히 당한 일본이 이제라도 역사 왜곡을 중단하고 과거사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해야 할 텐데.

오종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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