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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승주 칼럼] 학교는 가장 나중에 문 닫는 곳이어야


학교에서 공부보다 소중한 것 배워
또래와 소통하는 법 정서·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
코로나로 길어진 원격수업 학력 저하·사교육 격차 커져
아이들 돌봄 공백 한계 상황
감염병 상황 안 좋다고 쉽게 학교 문 닫아선 안돼
2학기 전면 등교 최선 다해야

희망을 상징하는 보라색 풍선 하나가 하늘로 날아오른다. 마침내 코로나19가 사라진 세상, 운동장에서 놀던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깔깔거리며 뛰어다닌다. 카페, 버스정류장, 사무실에 있던 어른들도 답답했던 마스크를 벗고 기쁨에 춤을 춘다. 지난 9일 공개돼 1억뷰를 넘긴 방탄소년단의 신곡 ‘퍼미션 투 댄스(Permission to Dance)’ 뮤직비디오 내용이다. 미래의 어느 날, 다시 이런 풍경을 마주한다면 얼마나 뭉클할까. 춤추는 것을 허락한다는 노래 제목처럼 아이들이 학교 가는 것도 허락되면 얼마나 좋을까.

초등학교 아이 두 명을 데리고 지난해 미국으로 연수를 다녀온 후배를 만났다. 코로나 상황이 한창 심각했을 때에도 등교가 원칙이었단다. 아이들은 평일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3시30분까지 학교에서 생활했다. 학교는 감염으로부터 생각보다 안전했다. 한국에 돌아오니 상황은 더 나은데도 학교 문은 닫혀있었다. 원격수업은 실시간이 아니라 대부분 e-학습터에서 제공되는 동영상 수업을 듣는 것이었다. 한국은 IT 강국이라 원격수업이 잘 이뤄질 줄 알았는데 실망이 컸다고 했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하는 이유는 많다. 우선 아이들은 학교 가는 걸 좋아한다. 친구들과 놀고 밥 먹는 걸 좋아한다. 어릴수록 그렇다. 학교에서 공부보다 소중한 걸 배운다. 또래와 어울리는 법,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소통하는 법을 배운다. 친구와 같이 규칙을 만들고 단체 생활을 하는 것은 사회성 발달에 큰 영향을 준다. 가기 싫어도 가야 하는 곳이 있고, 하기 싫어도 해야 하는 것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평생의 생활 리듬이 이때 만들어진다. 교사는 지식만을 가르치지 않는다. 아이들을 가까이에서 돌보며 아프지는 않은지, 집에 무슨 일이 있는지 관심을 가져준다. 가정폭력의 감시자가 된다. 컴퓨터 화면 속 선생님과 교실에 실제로 존재하는 선생님은 많이 다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음으로써 행복감이 크게 떨어졌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학력 저하도 큰 문제다. 비싼 학원비를 내고 사교육을 한 아이와 그렇지 못한 아이의 격차가 커졌다.

가장 큰 문제는 유치원·초등학생의 돌봄 공백이다. 아이들은 띄엄띄엄 유치원과 학교를 가다가도 확진자가 나오면 어쩔 수 없이 집에 머물러야 했다. 돌발 상황에 맞벌이 부부는 발을 동동 굴렀다. 할아버지 외할머니 이모 삼촌 등 온 가족과 친척이 동원됐다. 길어지는 원격수업에 맞벌이 부부가 쓸 수 있는 휴가나 휴직은 바닥났다. 부모 중 한 명이 회사를 그만두면서 가계 수입이 줄었다. 경력단절이 사회적 문제가 됐다. 외벌이의 경우도 아이 돌봄에 지친 지 오래다. 덕분에 우리는 알게 됐다. 아이들이 학교 가서 밥을 먹고 오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를. 지난해 집에서 점심으로 라면을 끓여먹으려다 화를 당한 8살, 10살 형제를 기억한다. 화재 현장에서 발견된 동생은 끝내 숨을 거뒀다. 이 아이들은 코로나로 학교에 가지 못했고 돌봐주는 사람도 없었다. 어떤 아이들에게 학교는 쉼터이자 놀이터이며 생존의 공간이다.

아이들이 제대로 학교에 가지 못한 지 벌써 1년 6개월, 3학기가 흘렀다. 초반에는 어쩔 수 없었다. 교육당국도 학부모도 학생도 겪어 보지 못한 초유의 일이었으니까. 그러나 이미 많은 시간이 지났다. 지난달 교육부는 올 2학기 전면 등교를 선언했다. 늦었지만 학부모들은 안도했다. 그런데 코로나 상황이 악화되자, 학교는 역시나 가장 먼저 문을 닫았다. 학교가 감염 확산의 진원지도 아닌데 말이다. 더 이상 지금처럼 쉽게 학교 문을 닫아서는 안 된다.

서울시 교육감은 “사태가 악화될 경우 그토록 열망하던 2학기 전면 등교의 꿈이 멀어질 수도 있다”고 했다. ‘그토록 열망하던 전면 등교’라면 교육당국이 진정성을 보여줘야 한다. 원칙을 세우고 체계를 갖춰야 한다. 플랜A뿐 아니라 B, C도 세워야 한다. 사회 필수인력 자녀들에 대한 돌봄을 확대하고, 아동학대가 우려되거나 자폐증 등을 앓고 있어 학교가 필요한 아이들을 우선 선별해 조치를 취해야 한다. 방학 동안 교직원 예방접종 등을 마치고 모든 방역 준비에 최선을 다해달라. 어른들은 힘들어도 다시 한번 이 고비를 넘기기 위해 기꺼이 견뎌낼 것이다. 아이들이 학교에 가야 하니까, 아이들이 마스크를 벗고 웃는 모습을 보고 싶으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학교는 가장 나중에 문을 닫는 곳이어야 한다.

한승주 논설위원 sjha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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