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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호조에 정부 지원까지… ‘K-해운·조선’ 부활할까

HMM 최대 영업이익 경신 전망
조선 3사도 수주 목표 80% 달성
정부 ‘해운산업 리더국가’ 선언

사진=게티이미지뱅크

국내 해운·조선업계가 길었던 터널을 벗어나 간만에 호황을 맞았다. HMM은 2분기에도 영업이익 1조원을 넘기며 지난 1분기에 기록했던 분기 최대 실적을 한 분기 만에 경신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국내 조선 3사(한국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는 상반기에만 연간 수주 목표치의 80% 가량을 채웠을 정도다. 여기에 최근 정부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확대·발전시킨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을 발표하면서 해운·조선업 부활에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29일 문재인 대통령은 부산신항에서 열린 HMM 1만6000TEU급(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 선박 한울호 출항식에서 “컨테이너 선박 대형화와 함께 선박·항만의 친환경 전환 가속화 및 디지털화를 해운산업 도약의 기회로 삼겠다”는 목표를 밝혔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컨테이너 선복량 확보를 내세웠다. 2030년까지 150만TEU 이상을 확보해 해운 매출액을 7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국적선사들이 적기에 선박을 확보할 수 있도록 15억 달러 규모의 신조(새 선박) 지원 금융 프로그램을 추진하기로 했다. 또 국내 최대 원양선사인 HMM에 1만3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12척의 신조 발주도 진행했다. 해운업계에서는 ‘시의적절한 지원책’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글로벌 선사들이 선복량 확대를 통해 대형화에 속도를 높이는 시점에서 국내 최대 선사인 HMM의 선복량이 84만TEU에 불과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정부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방책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3일 기준 선복량 405만TEU로 2위를 지키고 있는 MSC는 48척(87만TEU)의 선박을 발주하며 선복량 늘리기에 주력하고 있다. 한 해운업계 관계자는 16일 “과거에 모두가 대형화를 할 때 그걸 따라가지 못해 무너졌던 한진해운의 선례가 있었던 만큼 이번에는 같은 과오를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부의 해운산업 리더국가 실현전략은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조선업계에도 희소식이었다. 이번 전략에 친환경·스마트 해운산업 전환에 필요한 기술 지원 방안이 포함돼 중국, 일본과의 기술 격차를 벌릴 기반이 생겼기 때문이다. 정부는 2050년까지 무탄소 선박의 완전 상용화를 위해 향후 10년간 2540억원을 투자하고, 자율운항선박 기술개발에 5년간 총 1603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2030년까지 세계 자율운항선박 시장의 50%를 선점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아울러 2026년까지 광양항에 자동화항만 테스트베드를 구축해 부산항, 진해신항 등 신규항만에 자동화시스템을 도입한다.

이미 국내 조선 3사는 세계 최초로 연료전지로 운항 가능한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을 개발하고, 메탄올 추진 엔진을 컨테이너선에 탑재하는 등 기술력에서 앞서나가고 있었다. 아직 걸음마 단계이긴 하지만 자율운항선박 기술 개발에도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한 조선사 관계자는 “아직까진 우리나라가 친환경 선박 기술에서 앞서가고 있지만 중국과 일본도 빠른 속도로 따라오고 있다”며 “향후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의 경쟁이 더욱 격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정부의 지원이 차별화된 기술 확보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 본다”고 했다.


다만 해운시황이 좋을 때 호황을 더 밀어줄 지원책만 있고 불경기에 대한 대비책이 없어 우려스럽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9일 기준 4000선을 눈앞에 두고 9주 연속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에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전 세계 경기가 멈췄던 지난해의 기저효과도 크게 작용하고 있어 해운산업의 장기적인 호황을 장담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그래서 선박 수주 랠리가 이어진 조선업계에서도 ‘슈퍼사이클’(장기적인 가격 상승 추세)의 초입이라 보긴 조심스럽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종길 성결대 글로벌물류학부 교수는 “우리나라가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이니만큼 단기적으론 선복량을 늘리는 게 최선”이라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선 불경기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해운산업이 불경기일 때 한진해운과 같은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려면 법제도적 정비와 함께 중소선사에 대한 지원 강화 및 한국형 선주사 육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해운업계에선 정부의 해운 관련 법제도에 대한 무지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다. 2017년 파산한 한진해운의 사례뿐 아니라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동남아 항로 해운운임 담합을 이유로 국내외 해운사 23곳에 최대 5600억원의 과징금을 통보한 것도 일례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활동하는 해운산업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정기선사를 법정관리가 아닌 다른 방법을 통해 살려낼 수 있도록 하는 법제도적 정비와 함께 해운법과 공정거래법의 충돌을 막을 수 있는 장치를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밖에도 한 교수는 ‘한국형 선주사’의 육성이 시급하다고 역설했다. 그는 “국내 조선사들이 신조선 수출로만 돈을 벌려고 할 게 아니라 국내 선주가 먼저 신조선을 구입한 뒤 그 선박을 외국에 빌려주면서 운용할 수 있도록 정부가 기술적 지원을 해줘야 한다”며 “조선·해운사가 상생발전하기 위해서는 한국형 선주사의 육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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