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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자영업자는 죄인이 아닙니다

라동철 논설위원


최근 SNS에 자영업자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자영업자는 죄인이 아닙니다’ ‘저는 잘못한 게 없어요’ ‘살려주세요’ 등의 글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찍은 사진이 속속 올라오고 있다. 이들이 온라인 시위에 나선 것은 지난 12일부터 수도권 지역의 사회적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돼 막다른 골목으로 몰렸기 때문일 게다. 더욱이 최저임금위원회가 내년도 최저임금(시급)을 올해보다 440원(5.1%) 인상한 9160원으로 결정한 것이 불을 더 지폈다. 인상된 최저임금은 내년에 적용되지만 장사가 안 돼 울상인 자영업자들에게는 엎친 데 덮친 격이다.

최저임금 인상은 빛과 그림자를 동시에 갖고 있다. 고용이 유지되는 노동자들은 임금이 늘어나 좋지만 사업주들은 인건비 부담을 감당하지 못할 경우 가게를 접거나 직원을 줄이는 식으로 대응하게 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고용원이 있는 자영업자 수는 2018년 166만2000명에서 계속 줄어 올해 6월 128만명까지 쪼그라들었다. 반면 고용원 없는 자영업자 수는 같은 기간 403만9000명에서 430만명으로 늘었다. 코로나19 탓도 있겠지만 최저임금이 인상된 영향도 작지 않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체 취업자 가운데 자영업자의 비중이 2019년 기준 24.5%나 된다. 미국(6.1%), 일본(10.0%) 등은 물론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16.8%)에 비해서도 월등히 높다. 경쟁이 치열한 레드 오션이다 보니 대다수 자영업자들은 영세하다. 최저임금 인상의 후폭풍이 클 수밖에 없다. 사업주의 지불 능력을 뛰어넘는 수준의 인상은 ‘을들의 전쟁’을 낳게 된다. 그렇다고 최저임금 인상을 억제하는 것이 선택지가 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 노동자 비중이 매우 높은 편이다. 이들이 최저임금 인상에 매달리는 건 당연하다.

딜레마를 피할 길은 없는 걸까. 조세·재정·복지 정책 등을 통해 영세 자영업자와 소상공인, 저임금 노동자들이 공생하는 경제 시스템을 만드는 건 정녕 불가능한 일일까.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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