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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예술은 왜 격리 면제 안되나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지난달 13일 정부가 발표한 ‘해외 예방접종 완료자 입국 관리체계 개편 방안’은 해외에서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7월 1일부터 중요 사업상 목적, 학술·공익 목적, 장례식 참석 등 인도적 목적, 공무 국외 출장 목적으로 한국에 입국한 경우 격리 면제되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 당시 공연계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2주간 자가격리 때문에 거의 중단되다시피 한 외국 예술가(단체)의 입국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예술가 투어가 산업의 주요 축인 클래식계는 해당 조치를 가장 반겼다. 당장 7~8월에 외국 지휘자가 포디움에 설 예정이었던 경기필하모닉오케스트라(이하 경기필)와 코리안심포니오케스트라(이하 코심), 롯데콘서트홀은 보건복지부 코로나19 중앙사고수습본부에 격리 면제 여부를 문의했다. 하지만 하나같이 격리 면제를 받지 못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경기필은 이탈리아 출신 마시모 자네티 지휘로 17~18일 콘서트가 예정돼 있고, 코심은 30일 그리스 출신 지휘자 바실리스 크리스토풀로스와 정기공연을 가진다. 그리고 롯데콘서트홀은 8월 13~22일 여름축제 ‘클래식 레볼루션’을 독일 출신 음악감독 크리스토프 포펜의 진두지휘 아래 진행한다.

자네티는 경기필의 예술감독 겸 상임지휘자이기 때문에 코로나 팬데믹 이후에도 정기공연에 맞춰 내한할 때마다 2주간 자가격리를 해왔다. 하지만 독일과 이탈리아를 주로 오가는 자네티가 올봄 화이자로 2차 접종까지 완료한 만큼 경기필은 이번엔 격리 면제를 받을 것으로 기대했으나 희망 사항에 그쳤다. 크리스토풀로스 역시 미국에서 2차 접종까지 마쳤지만 면제받지 못했다. 그래서 코심 공연을 위해 독일에서 콘서트를 마친 후 지난 13일 한국에 입국한 뒤 2주간 자가격리에 들어갔다. 롯데콘서트홀은 공연까지 약간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포펜의 격리 문제에 대해 관계 당국을 설득해보겠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아 보인다.

실제로 음악 단체들이 해외 예술가의 자가격리 면제 기준에 대해 문의했을 때, 관계 당국으로부터 사업의 중요성·긴급성·불가피성 및 역학적 위험성 면에서 ‘공연은 국민 정서상 면제에 대한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 국내에선 공연을 비롯한 예술이 우리 사회에서 필수적 존재로 인정받지 못한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코로나19는 한국에서 예술의 위치와 예술가에 대한 국민 정서를 실감하게 한 결정적 계기가 됐다. 실례로 국내에서 예술의 사회적 가치는 물론이고 예술가 및 관계자에겐 절박한 생계 혹은 생존의 문제라는 것도 간과되고 있다. 예술, 특히 클래식 음악이 부유층만의 고급 취미로 여기는 의식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막상 예술계에선 공연 기획·제작사나 극단을 소상공인으로 분류해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인식 차를 느끼게 된다.

해외의 경우 선진국일수록 예술을 필수 분야로 인식해 입국 시 다른 산업 분야와 마찬가지로 자가격리가 면제되는 패스트트랙을 적용해 줬다. 공연예술과 관련해 공연장이 집단 감염 위험이 낮다는 것은 영국 프랑스 스페인 등이 실시한 각종 실험에서 입증된 바 있다. 유럽 국가들은 올해 들어 백신 접종과 함께 공연이 예정된 해외 예술가에 대해 자가격리를 속속 면제해 줬다.

아시아에서는 일본과 싱가포르가 지난 4월부터 예술가의 자가격리 기간을 단축 또는 면제하기 시작했다. 일본은 자가격리 기간을 3일로 단축해줬으며, 싱가포르는 면제해줬다. 한국도 외국 예술가의 입국 시 감염 위험이 없다면 자가격리 면제를 해줘도 되지 않을까.

장지영 문화스포츠레저부 선임기자 jyja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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