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무덤이 일상인 나라에서
우리는 왔다
집단 최면에 걸린 복수를 탈출하여
국경에서 붙들린 아이들은
감옥에서 모가 나고 각이 지고
숨을 흔드는 소음
눈에 핏발이 서린 야윈 당나귀
검붉은 멍이 든 혹
당나귀를 탄 당나귀를 묻는다
사방에 애틋한 것들이 죽어 버리는 날들
순한 소망이 국경에서 체포된다
아이가 위독해서 나가야 해요
울부짖는 어떤 가장이 소리 없이
도망쳐 나가는 것을 익힐 즈음
아이가 죽었어요
지옥을 들고 온 이들이 천국을 물어요
덜렁덜렁 떨어지는
천국은 이복동생처럼 생소해요
우리가 함께 가는 길 가에
노란 개나리가 나이를 세고 있어요
우린 공포에 지쳐
시든 이마 아래
우리 눈을 눕히고 잠시 잠들어요

-박연수 시집 ‘더 이상 부르지 않은 이름’ 중에서

한국 시에서 보기 드문 중동과 난민에 대한 이야기. 아프가니스탄 난민을 지원하는 선교사로 오래 활동해온 시인의 이력이 이런 색다른 시를 데리고 왔다. 국경에서 붙들린 아이들의 비극이 아프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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