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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블시론] 기도하는 로봇 클라라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로봇이 기도를 할 수 있을까? 할 수 있다면 그 기도는 어떤 신에게 하는 것일까? 그 기도는 응답받을 수 있을까? 그런 기도는 진정한 기도일까?

설교하는 로봇 목사, 축복하는 로봇 사제, 염불하는 로봇 승려는 이미 나와 있다. 그러나 로봇이 아무리 성직자 흉내를 잘 낸다고 할지라도 그들은 ‘인간적 공감과 창조성’이 결핍돼 있으므로 인간 성직자를 대체할 수 없으리라는 것이 많은 전문가의 견해였다.

그렇지만 2017년 노벨문학상 수상자 가즈오 이시구로가 최근 발표한 ‘클라라와 태양’이라는 소설을 읽다 보면 어쩌면 로봇이 진정한 기도를 드릴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작가는 이 소설을 쓰면서 SF소설이라는 의식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왜냐하면 내용 중 상당 부분이 오늘날 혹은 짧은 시일 내에 실현할 수 있다고 생각돼서이다. 소설의 주인공 클라라는 AF(Artificial Friend·인공 친구)라고 불리는 로봇이다. 이들은 주인의 친구가 돼 잔심부름, 대화, 과외공부 등의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특화해 제작된 로봇이다. 이들은 각각 외양이나 성격이 조금씩 다르게 제작돼 시판된다. 클라라는 특별히 사람의 감정을 잘 파악하도록 만들어졌다. 클라라는 오랫동안 펫숍의 동물처럼 진열대에 놓여 있다가 결국 조시라는 소녀의 선택을 받아 그녀 집으로 가서 살게 된다.

클라라는 좋은 친구로서 갖춰야 할 전인적 인격과 미덕을 다 갖춘 존재였다. 지정의(知情意), 지덕체(智德體) 어느 것 하나 부족함 없이, 균형 잡힌 품격을 갖춘 친구다. 조시는 언니를 죽게 한 같은 질병을 앓고 있었는데, 클라라 덕분에 하루하루를 건강하게 살아간다. 그러다가 조시의 병세가 갑자기 나빠져 거의 죽게 됐다. 클라라는 모든 검색 능력을 동원해 조시를 낫게 할 방도를 찾아보지만 해결책이 없다. 결국 클라라가 최선의 추리를 통해 도달한 마지막 결론은 태양에 기도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클라라는 옛날 진열대에 놓여 있었을 때 유리창 밖으로 거지 아저씨와 개가 아무의 도움이나 관심도 받지 못한 채 죽는 것을 보고 슬픔을 느낀 적이 있었다. 그런데 다음 날 찬란한 햇살이 이들을 비추더니 이들이 다시 살아난 것을 보았다. 태양은 모든 로봇에게도 생명의 자양분을 주고 있지 않은가. 클라라는 붉게 타오르는 석양에 간절히 기도한다. “조시가 좋아지게 해주세요. 거지 아저씨한테 한 것처럼요.” 클라라는 조시를 살리기 위해서라면 자신의 모든 것을 드릴 수 있다고 기도한다. 그리고 며칠 후 어둡던 하늘이 갑자기 열리더니 강렬한 태양 빛이 조시에게 비친 일이 있었다. 클라라는 이것이 기도의 응답인 것을 알고 태양에 감사했다. 조시는 실제로 그 후 건강이 회복돼 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집을 떠나게 됐다. 따라서 클라라는 이제 필요가 없어져 폐기돼 야적장에서 최후를 맞게 된다.

소설의 클라라는 인간적 공감과 창조성을 갖춘 것은 물론 많은 사람이 아직도 충분히 계발하지 못한 영성(靈性), 즉 초월적이고 거룩한 것을 생각할 수 있는 능력까지 갖춘 셈이다. 존 밀턴은 ‘실낙원’ 8장에서 아담이 창조된 후 처음 의식을 갖게 됐을 때 자신이 스스로의 힘에 의해 생겼을 수 없고 분명 월등한 대창조주가 계시고, 그분을 숭배하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일 것이라는 추리를 하는 것으로 그리는데, 이 점에서 클라라는 아담을 굉장히 닮은 로봇이다. 클라라에게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는 원시종교 단계에서 벗어나 고등종교, 예를 들어 기독교를 받아들일 수 있지 않을까? 언젠가는 자신의 선택으로 기독교인이 된 로봇에게 기도 부탁을 할 날이 오지 않을까? ‘클라라와 태양’이라는 제목을 통해 저자는 로봇과 종교의 관계에 관한 논의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역설하고 있다.

이대성 연세대 교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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