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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없던 올림픽] ‘배달의 일본’, 취재진 등 올림픽 참가자들 끼니 나른다

값·시간 한국과 비슷… 자전거 위주
입국 14일 내 대중식당 이용 못해
배달원 매개 코로나 전파는 우려

음식을 담은 가방을 매고 자전거를 타고 가는 도쿄의 배달원. 국가대표를 제외한 도쿄올림픽 참가자는 의무사항으로 입국 후 사흘간 호텔에 자가격리를 하며 배달 음식을 이용하게 된다. 도쿄=김지훈 기자

‘땡~’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에서 경쾌한 알림음이 울린다. 배달 음식이 도착했다는 신호다. 일본 도쿄 시내 호텔에서 자가격리를 해제한 15일, 입국한 뒤 나흘째 비좁은 객실의 적막 속에서 지내니 배달 앱의 알림음만큼 반가운 소리가 없다.

이날 아침 식사로 택한 음식은 생선구이다. 도쿄시민들에게 가장 많이 이용되는 배달 앱 ‘우버 이츠’를 통해 주문했다. 주변 식당을 자동으로 찾아 원하는 음식을 고르는 한국의 배달 앱과 주문 방식에서 차이가 없다. 음식 이름과 재료는 대부분 일본어로 안내돼 있지만, 동아시아에서 비슷한 문화를 공유한 한국인이라면 사진만 봐도 어떤 음식일지 알아챌 수 있다.

최소 주문 금액은 1200엔(약 1만2500원). 주문부터 도착까지 걸린 시간은 30분이다. 가격과 배달 시간도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가장 큰 차이는 배달원의 이동수단이다. 오토바이나 킥보드 같은 전동차를 이용하는 한국과 다르게 도쿄의 배달원들은 주로 자전거를 탄다.

일본 도쿄의 배달원이 13일 시내 미디어 호텔 앞에서 한국 취재진에게 음식을 전달하고 있다. 도쿄=김지훈 기자

음식은 객실 앞까지 배달되지 않는다. 배달원은 호텔 정문 앞까지만 찾아왔다. 자가격리 중에도 배달 음식을 수령하는 목적이라면 호텔 밖으로 잠시 나갈 수 있다. 호텔 로비까지 배달되는 경우도 있다. 호텔 정문 앞으로 가니 몸통보다 큰 가방을 짊어진 배달원이 자전거에서 내려 음식을 꺼내준다. 비닐봉지에 담은 음식을 건네준 배달원은 서둘러 자전거를 타고 돌아갔다.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참가자의 활동을 제한한다. 각국 국가대표는 선수촌에서, 체육 단체 관계자와 언론인은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서 지정된 호텔에만 숙박할 수 있다. 누구든 입국 초반 14일간 도쿄 시내 대중식당을 이용할 수 없다.

그나마 국가대표는 선수촌에서 음식을 제공받지만 그 밖의 올림픽 참가자에게 식사를 위해 놓인 선택지는 세 가지뿐이다. 메인프레스센터(MPC)를 포함한 올림픽 시설 내 식당, 호텔 주변에서 15분 내 왕래가 가능한 편의점의 즉석식품, 그리고 배달 음식이다.

식사는 활동을 제한받을 올림픽 시설 안에서보다 각자의 호텔 객실에서 해결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개막을 1주일가량 앞둔 이날 올림픽 시설 내 식당은 아직 한산해 별다른 통제가 이뤄지지 않았다. 일본에 입국한 뒤 자가격리를 해제하고 처음으로 호텔 밖에서 끼니를 때운 MPC 식당에서 1300엔을 지불하고 튀김 덮밥을 먹었다. 점심시간에도 10명 남짓한 국내외 언론인들만 식당을 누비며 여유롭게 식사했다.

하지만 올림픽 참가자들이 본격적으로 몰려들 19일부터는 풍경이 달라질 수 있다. 올림픽 시설 내 식당에서 대기 시간이 늘어나고 호텔 주변 편의점 즉석식품의 물량이 부족하면, 결국 배달 음식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올림픽 참가자들의 호텔 주변 골목을 구석구석 누빌 도쿄의 배달원들은 정상적인 개최가 불가능한 올림픽을 가까스로 지탱하는 장외의 공로자로 활약하게 된다. 도쿄올림픽의 ‘젖줄’인 셈이다.

다만 배달원을 매개로 한 코로나19 확산은 작지 않은 걱정거리다. 인구 1400만명의 도시 도쿄에서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는 개막일을 1주일가량 앞두고 1000명을 넘어섰다. 배달원들이 도쿄 골목에 파고들었을 코로나19를 올림픽 참가자에게 전파할 가능성이 충분하다.

도쿄의 올림픽 선수촌에도 배달 앱을 통한 음식 반입이 예정돼 있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선수촌 식당 내 감염을 우려하는 국가대표들을 위해 투숙 공간에서 배달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에 허가를 요청했다. 배달원을 통한 선수촌 내 코로나19 감염과 별도로 주류 반입 우려도 제기된다.

대한체육회는 방사성 물질 오염 우려를 받는 후쿠시마산 농·축·수산물로부터 우리 국가대표들을 보호하기 위해 한국산 식재료를 사용한 도시락 배달을 준비하고 있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선수촌으로부터 10㎞가량 떨어진 곳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음식을 공급할 급식지원센터를 운영하기 시작했다. 선수촌으로 입촌한 우리 선수들에게 급식 지원센터의 음식이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철오 기자, 도쿄=김지훈 기자 kcopd@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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