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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만사] 공정위의 삼성·SK 사건 처리 관전평

이성규 경제부 차장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소권과 재판권을 모두 갖고 있다. 불공정행위를 적발해 처벌을 구하는 사무처(검찰 격)와 1심 재판의 효력을 갖는 위원회(법원 격)가 공존한다. 공정위는 둘 사이에 엄격한 ‘칸막이’가 존재한다고 하지만 이를 통솔하는 수장은 1명이다. 공정거래위원장은 한 손엔 조사권을, 다른 한 손엔 심판권을 갖는다. 위원장이 마음만 먹으면 한쪽으로 조사를 지시하고, 한편으로는 이를 처벌할 수 있는 구조다. 공정위 결정이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사무처는 증거를 바탕으로 혐의 입증을 하고, 위원회는 중립적 입장에서 이를 엄격히 재판해야 한다.

공정위는 최근 삼성과 SK그룹을 겨냥했다. 총수 자리를 이용해 회사에 갈 이익을 부당하게 취했다는 혐의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최태원 SK 회장까지 조사 대상에 올렸다. 세간의 이목이 주목되고 한국 경제의 구도에도 영향을 끼치는 중대한 사건인 셈이다. 그런 사건일수록 예리하고 정교한 조사와 심의 과정의 중립성이 중요한 법이다. 하지만 공정위가 두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숱한 논란과 뒷말을 낳고 있다.

삼성 사건부터 살펴보면 공정위는 지난달 말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들이 급식계열사인 웰스토리를 부당하게 지원한 혐의로 과징금 2349억원을 부과했다. 공정위는 부당지원 제재 사건 중 사상 최대 과징금이라고 홍보했지만 그 결과를 도출하기까지 무리수를 뒀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1심 재판부 격인 위원회는 사무처와 피심인 기업 사이에서 중립성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심의 과정에서 심사관이 피심인 측 변호사 발언이 모욕적이라고 발언하자 조성욱 공정위원장은 준비된 원고를 읽으면서 피심인 측에 주의를 줬다. 위원장과 심사관 사이에 사전 교감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심이 나올 만한 장면이었다. 공정위 심의에 처음 관여한 법조계 출신 한 인사는 “공정위는 원래 이렇게 (재판을) 하느냐”고 물었다고 한다.

공정위는 40쪽이 넘는 보도자료 곳곳에서 이 부회장의 부당한 경영권 승계 프로그램인 ‘G프로젝트’와 문제의 부당지원 건이 관련이 있다는 뉘앙스를 풍겼다. 그러나 이 부회장 연관 의혹은 증거 부족으로 위원회에서 위법 행위로 인정받지 못했다. 반면 공정위는 SK 건에 대해서는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공정위는 2017년 SK가 반도체 소재업체 실트론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최 회장이 회사에 갈 이익을 부당하게 가져갔다고 의심하고 있다. 조사에 착수한 지 3년이 넘었지만 혐의를 입증해 심사보고서를 쓸지 아니면 무혐의로 사건을 털지 결정하지 못한 상황이다. 공정위 안팎에서는 공정위가 최 회장이 관여했다는 ‘심증’은 있지만 ‘물증’은 확보하지 못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들린다. 이 사건 공소시효가 내년 초인 점을 감안할 때 공정위가 결단을 내려야 할 때인 점은 분명하다.

공정위도 할 말은 있다. 두 건은 모두 ‘떨어진’ 사건이다. 삼성 건은 2018년 이낙연 당시 국무총리가 단체급식 과점 상황을 개선하라며 공정위에 지시한 게 시초다. SK 건 역시 2017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채이배 당시 국민의당 의원이 공정위에 조사를 요구했다. 공정위로선 자발적으로 조사한 사건도 아닌데 여러 논란이 이는 것이 불편할 수 있을 것이다.

정무적 판단이 개입된 사건이고, 재벌 총수니까 공정위가 봐줘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다. 법은 만인 앞에 평등하고, 혐의가 인정되면 총수라도 정당한 절차를 통해 합당한 처벌을 받아야 한다. 반면 증거가 부족하면 공정위는 ‘재벌 봐주기’ 논란을 두려워하지 말고 무혐의 처분하면 된다. 불행하게도 공정위는 두 사건에서 그런 ‘포청천’ 같은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이성규 경제부 차장 zhibag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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