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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전두환 동상

이흥우 논설위원


서울 남산엔 애국지사 동상이 여럿 세워져 있다. 안중근 의사를 비롯해 백범 김구, 초대 부통령을 지낸 이시영, 유관순 열사 등의 동상이 곳곳에 흩어져 있다. 이승만 대통령의 동상도 한때 이곳에 있었다. 1956년 이 대통령의 80회 생일을 경축하기 위해 세운 것으로 기단부를 포함해 높이가 25m에 이르는 거대한 동상이었다. 그러나 이 동상은 1960년 4·19 혁명으로 철거되는 비운의 운명을 맞는다.

대통령 전용별장으로 사용되던 청남대에는 역대 대통령 동상이 자리하고 있다. 물론 이승만 대통령 동상도 있다. 4·19 때와 달리 이 동상을 문제 삼는 이는 거의 없는데 전두환·노태우 두 사람의 동상에 대해서는 5·18 관련 시민단체를 중심으로 오래전부터 없애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청남대를 관리하는 충북도는 오랜 논의 끝에 두 동상을 존치키로 했었다. 동상을 눕히거나 15도 앞으로 숙이는 대안 등도 논의됐으나 저작권 문제와 기술적 어려움 등으로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자리를 옮긴 두 동상이 최근 공개됐다. 두 사람이 10m 간격으로 나란히 걷는 모습이다. 충북도는 동상을 존치하는 대신 ‘신군부 수괴’ 설명이 붙은 안내판을 설치해 이들이 저지른 죄상을 누구나 쉽게 알아볼 수 있도록 했다. 전두환 동상은 지난해 한 50대 남성에 의해 목 부위가 잘려나갈 뻔한 수모를 겪기도 했다. 동상 재배치와 함께 길 이름도 ‘전두환길’은 오각정길로, ‘노태우길’은 솔바람길로 바뀌었다.

청남대 역사 바로 세우기는 일단락됐는데 전씨 고향 합천의 일해공원 명칭 논란은 14년째 해결의 실마리를 못찾고 있다. 시민단체들은 전씨 아호를 딴 일해공원을 본래 이름인 ‘새천년 생명의 숲’으로 환원할 것을 요구하고 있으나 여태껏 결론이 나지 않고 있다. 공원 표지석엔 ‘전두환 대통령이 출생하신 자랑스러운 고장임을 후세에 영원히 기념하고자 표지석을 세웁니다’라고 쓰여 있다. 반란 수괴가 자랑스럽다니, 아무리 고향 사람이라 해도 이건 아니다.

이흥우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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