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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성과급과 최저임금

김준엽 산업부 차장


최근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한 구글 수석 디자이너 김은주씨는 “구글은 쉬운 곳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유로운 출퇴근, 무료 식사부터 마사지, 심리상담까지 사람들은 구글의 끝내주는 복지에 집중하지만, 그 안에 깔린 진짜 메시지는 “네 몸값을 하라”는 무언의 압박이라고 토로했다. 사내 복지가 직원의 행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최대의 성과를 끌어내기 위한 투자라는 것이다. 성과를 내지 못하면 언제든 해고될 수 있다는 스트레스도 상당하다. 자유롭고 풍족한 근무 환경을 제공하고 성과를 못 내면 바로 해고하는 미국식 성과주의의 단면을 보여주는 사례다.

성과급 이슈도 이와 비슷한 맥락이다. MZ세대를 중심으로 한 직장인들은 회사 실적이 좋아졌으니 그에 합당한 보상을 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코로나19 상황에서 실적이 오히려 좋아진 일부 대기업과 정보기술(IT) 기업 중심으로 성과급 요구가 거셌다. 성과가 있는 곳에 보상이 따르는 건 당연한 얘기다. ‘회사의 미래를 위해’ ‘나중에 보상해줄게’ 같은 말은 이젠 더는 받아들이지 않는다. 좋은 실적으로 주주 배당을 높이고, 일부 임원들은 돈잔치를 벌이는 데 반해 성과에 기여한 직원들만 소외되는 일은 묵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회사 미래를 위해 개인을 희생하라는 주문은 이제 유효하지 않다. 물론 반대 상황에 대한 우려도 있다. 성과가 안 났을 때 성과급을 못 받는 상황도 받아들일 수 있냐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회사는 돈을 주는 만큼 성과를 내길 바란다”면서 “그런데 내년 실적이 안 좋으면 성과급 감소뿐만 아니라 그 이상의 후폭풍도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최저임금은 성과급 문제와는 다른 기준으로 접근해야 한다. 성과에 따른 보상보단 생존 문제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기 때문이다. 최저임금은 저임금으로 노동자가 착취되는 걸 막자는 취지에서 국가가 이 정도 임금은 줘야 한다는 걸 강제하는 것이다. 어디에서나 필요로 하는 A급 인재를 위한 제도가 아니라 단순 노동을 제공하는 노동자를 위한 것이다. 기업 입장에선 더 주기 싫고, 받는 입장에선 조금이라도 더 받고 싶어 한다. 인상률이 어찌 됐든 양쪽 모두 불만이 있는 건 어쩔 수 없다. 최저임금 논란이 건설적 방향으로 가기 위해선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비용 상승을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생각이다.

값싼 노동력 덕분에 저렴하게 누리고 있는 각종 서비스나 제품 가격이 최저임금을 감당할 수준까지 올라도 수용하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가격이 오른다는 것은 내가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오르는 것이지만, 동시에 내가 몸담고 있는 회사의 매출이 늘어나는 것이기도 하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비용이 증가했는데, 이에 맞게 가격이 오르지 않으면 기업들은 감당할 수가 없다. 곳간에 돈을 쌓아두고 앓는 소리 한다는 비판이 나올 수 있지만, 이런 여력이 있는 곳은 일부 대기업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대기업은 최저임금 이슈와는 크게 상관이 없다.

우리나라 기업의 99%는 중소기업이고, 소상공인들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운영의 어려움에 처하는 게 현실이다. 2022년도 최저임금은 5.1% 오른 시급 9160원으로 결정됐다. 룰이 정해졌으니 지키라고 강제하고 끝낼 일은 아니다. 노동자의 생존권을 보장하면서 기업들도 지속가능한 구조가 될 수 있도록 하는 추가적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사회는 일정 수준의 가격 현실화를 받아들여야 하고, 정부는 기업이 최저임금을 주면서도 지속가능한 구조가 될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을 해야 한다.

김준엽 산업부 차장 snoop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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