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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태의 지금 유럽은] 백신 접종률 크게 늘었지만… 역내 자유이동 아직 먼 길

한 여행객이 지난달 21일(현지시간) 핀란드 헬싱키 공항에서 다른 지역을 방문하기 위해 체크인을 하고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지난 1일 유럽 내 이동권 보장을 위한 디지털코로나증명서 도입 등 유럽연합(EU) 차원에서의 역내 이동 지원 장치가 마련됐지만 최근 변이 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기대만큼 역내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는 실정이다. 신화연합뉴스

유럽을 여행하다 보면 아무런 통제 없이 국경을 넘는 경우가 허다하다. 비행기를 이용할 경우 공항 내 통제구역을 거치면서 어떠한 관문을 통과한다는 느낌이 들지만, 열차나 승용차를 이용할 때에는 이동 중에 국경을 넘은 것인지 알 수 없을 정도로 거의 통제가 없다. 이런 상황은 1985년 6월 룩셈부르크의 작은 마을 쉥겐에서 서명된 국경개방조약으로 인해 등장했다. 원래 프랑스, 독일, 베네룩스 3국이 의기투합해 자국민들이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구역을 만들겠다는 취지로 이 조약을 준비한 것인데, 현재는 26개국이 소위 ‘쉥겐지역(Schengen area)’을 구성하고 있다.

유의할 것은 쉥겐지역 나라들이 유럽 국가들이긴 하나 이들이 모두 유럽연합(EU) 회원국은 아니라는 사실이다. 가령 스위스와 노르웨이는 쉥겐지역에 속하지만 EU 회원국은 아니다. 그리고 아일랜드, 크로아티아, 루마니아 등은 EU 회원국이지만 쉥겐지역에 속하지 않는다. 쉥겐지역에 포함되기 위해서는 개별 국가가 가입 신청을 하고 기존 회원국들이 동의해야 하는데, 반대가 나오는 이유는 주로 신청국의 조직적 범죄 방어 능력, 반부패 수준 등에 관한 이견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이 쉥겐시스템은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그동안 쉥겐지역의 존재는 유럽이 하나라는 인식을 뒷받침해주는 상징적 의미가 컸는데, 역내 이동의 자유를 보장하기 어려운 상황이 장기간 지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 유럽 내 이동권 보장을 위한 디지털코로나증명서(EU Digital COVID certificate) 도입 등 EU 차원에서의 역내 이동 지원 장치가 마련됐지만, 최근 변이바이러스 확산 등으로 기대만큼 역내 이동이 활발하게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EU가 우리나라를 포함한 안전국가리스트(Green list)를 업데이트해 회원국들의 국경 개방을 권유하고 있지만, 회원국들도 위험도에 따른 국가 구분, 유전자증폭(PCR) 검사 결과 제출, 자가격리 부과, 방문자정보 사전등록, 통행금지시간 설정 등의 별도 조치를 도입하고 있다. 가령 독일은 같은 EU 회원국이자 쉥겐지역국인 포르투갈에서 오는 방문자에게 14일간 자가격리를 부과하고 있으며, 프랑스도 자국민들이 최근 관광 활성화를 목적으로 문을 활짝 연 스페인 등지 대신 가급적 국내에서 여름휴가를 보낼 것을 권고하고 있다. 핀란드는 EU 또는 쉥겐지역 출신 방문자에 대해 백신 접종 후 2주가 지났다면 PCR 검사나 격리 없이 입국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개별 국가의 입장은 복잡하면서 수시로 변해 현재 국경을 넘는 이동계획 수립을 매우 어렵게 만들고 있다. 특히 목적지가 한 번에 연결되지 않고 제3국을 거쳐 도달하게 되는 경우 도착국, 경유국의 방침과 돌아오는 여정에서의 목적지인 현 출발국의 방침을 모두 고려해야 한다. 승용차로 이동할 경우에는 상대적으로 국경 통제가 약하기는 하나 상존하는 불확실성 때문에 여행자들은 심리적 부담을 떨쳐버릴 수 없다.

그럼에도 큰 틀에서 볼 때 유럽 국가들은 올여름 관광산업 활성화 등을 위해 백신 접종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가동하며 규제 완화 쪽으로 가고 있다. 프랑스의 경우 현재 전 국민의 55%가 1차 접종을 마친 상태이며, 2차 접종까지 끝낸 인구의 비율은 44%에 이른다. 최근에도 하루 확진자가 수천명씩 나오고는 있으나 중환자실 가동률은 18%에 불과하며, 사망자 수도 하루 20명 전후로 한두 달 전에 비해 수치가 매우 양호하게 나타나고 있다. 특히 현재 75세 이상 인구의 백신 접종 비율은 86%, 65~74세의 경우 88%에 달한다. 그동안 사망자의 90% 이상이 고령자였음을 감안하면 이제 연령에 따른 백신 접종 프로그램이 성공적으로 진행돼 위험에 처하는 고령자 수가 대폭 줄고 있다. 확진자가 늘어도 사망자는 별로 늘지 않는 바람직한 상황이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등 대부분 큰 어려움을 겪었던 나라들에서도 최근 비슷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물론 돌파감염 사례가 있지만 아직 보편적 현상은 아니다. 현재 유럽에서 늘어나는 확진자는 주로 백신 미접종자와 관련이 깊은 것으로 추정된다. 결국 답은 백신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에 유럽 국가들은 백신 접종에 더욱 속도를 내면서 손씻기, 마스크 착용 등도 계속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몇몇 국가는 백신 접종을 사실상 강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표적 예로 지난 12일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간호인력, 자원봉사자, 소방인력 등을 포함한 모든 병원, 진료소, 요양시설 관계자는 9월 15일까지 백신 접종을 완료하되 8월부터 카페, 식당 등은 방문자의 보건패스(pass sanitaire)를 확인해 입장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 또 올가을부터는 지금까지 무료였던 PCR 검사를 유료화하겠다고 공언함으로써 사실상 백신 접종을 마친 사람만 식당, 카페 등을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코로나19로부터 궁극적으로 우리를 보호하는 데 필요한 집단면역의 핵심은 항체 형성인데 이는 백신과 감염 두 가지 방법에 의해 모두 가능하다. 다만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보호하면서 동시에 사회전체적으로 항체 확보 인구수를 빨리 늘려야 하므로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다. 당초 7월 14일을 집단면역 형성 목표 시점으로 잡았던 EU의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집행위원장은 지난 10일 계획대로 EU 내 성인 70%를 접종할 만큼의 백신을 회원국에 공급했다고 밝혔다. 현재 EU 내에서 1차 접종을 마친 성인은 68%, 2차 접종을 끝낸 성인은 48%다.

EU 목표대로 70%까지 접종률을 높이는 것은 결국 개개인의 선택에 달린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국제 이동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백신 접종자가 유리한 위치에 있으므로 업무상 또는 관광 목적으로 백신을 접종할 사람은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흐름 속에서 국제 이동에선 PCR 검사 결과도 동시에 요구되는 상황이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OECD 국제교통포럼 사무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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