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욱일기, 오만하고 몰역사적인

라동철 논설위원


욱일기(旭日旗)는 태양을 상징하는 붉은 원에서 16개의 햇살이 퍼져 나가는 문양의 깃발이다. 일본 전통 문양에서 유래한 이 깃발은 1870년 일본 제국 육군기로 처음 사용됐다. 1889년에는 붉은 원의 위치를 왼쪽으로 살짝 이동시킨 문양으로 변형해 해군 군함기로도 쓰였다. 제2차 세계 대전 당시 일본 육·해·공군은 욱일기를 높이 치켜들고 중국과 동남아 국가들을 침략했고 미국, 호주 등 연합군과 전쟁했다.

일본 패전으로 군대가 해체돼 욱일기 사용이 중단됐지만 1954년 7월 자위대가 창설되면서 다시 등장했다. 해상자위대는 공식 깃발로 욱일기를, 육상자위대는 햇살 문양 8개의 변형된 욱일기를 채택했다. 독일은 반나치법을 제정해 나치 독일 국기에 사용된 하켄크로이츠(갈고리 십자가) 문양 사용을 금지했지만 일본은 다른 길을 걸었다. 일본은 욱일기 문양이 행운을 상징한다고 발뺌하지만 침략을 받았던 국가들은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으로 여기고 있다. 한국과 중국, 동남아 국가들이 일본의 욱일기 사용에 불편해하고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도쿄올림픽 개막을 앞둔 일본에서 욱일기 논란이 또 불거졌다.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가 18일 욱일기 경기장 반입 허용 입장에 변화가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욱일기를 전범기로 여기는 주변국들을 고려하지 않는 무례하고 오만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한국 선수단이 머물고 있는 선수촌 건물 외벽에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의 명언을 따온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란 문구의 한글 현수막을 내걸었다가 17일 철거한 것과 대조된다.

대한체육회는 올림픽헌장에 위배된다는 국제올림픽위원회의 지적에 동의하진 않았지만 일본의 욱일기 사용 응원에 대해서도 같은 판단을 하겠다는 약속을 믿었다는데, 뒤통수를 맞은 꼴이다. 일장기로 응원하면 될 텐데 평화의 축전에까지 왜 욱일기를 고집하나. 과거사를 반성하지 않는 일본 우익 정권과 극우 세력의 몰역사적이고 협량한 인식과 처신이 볼썽사납다.

라동철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