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 EU 탄소국경세, 이제 시작이다

문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글로벌전략팀장


지난 14일(현지시간)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주요 조치 사항들을 제안했다. 탄소국경세로 지칭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의 향후 실행 방안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국내외적으로 많은 주목을 받았다. EU 탄소국경세가 국내 주요 산업 분야에 초래할 부정적인 영향을 염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탄소국경세는 이날 갑자기 제안된 내용이 아니라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간 2019년 12월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회 위원장이 취임 직후 새로운 성장 전략으로 제시한 유럽 그린딜에 담긴 내용이다. 유럽 그린딜은 2050년까지 ‘최초의 탄소 중립 대륙’이 될 것을 목표로 하면서 여러 이행 계획 중 하나로 탄소국경세를 포함했다. 탄소국경세 도입 취지는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면서 EU 역내 기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겠다는 것이다.

유럽 그린딜이 발표될 당시만 하더라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탈퇴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는 기후변화에 대해 냉소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EU 단독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높일 경우 역내 기업 부담이 증가하는 반면, 환경 규제가 낮은 EU 역외에서 생산된 제품은 상대적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 따라서 EU 집행위원회는 수입 제품에 탄소배출 비용을 부과해 EU 역내외 간 배출 부담의 차이를 좁히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하겠다는 것이다.

물론 EU는 세계무역기구(WTO) 규정 및 주요 국제협약을 준수하면서 제도를 도입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주요 개도국은 1992년에 채택된 유엔기후변화협약 원칙(제3조)을 인용하며 국제 무역에서 차별적인 수단으로 탄소국경세가 적용될 경우를 우려하고 있다. EU 내부적으로도 탄소국경세를 바라보는 시각은 복잡하다. EU는 2005년 세계 최초이자 최대의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지만, 온실가스 배출권을 무상으로 받았던 EU 기업들도 앞으로는 배출권 확보를 위해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EU 집행위원회는 탄소국경세를 철강, 시멘트 등 일부 업종을 대상으로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이행하겠다는 계획이지만 EU 회원국의 동의 등을 거치면서 제안 내용이 수정될 가능성도 잠재돼 있다.

그럼 우리의 시각으로 돌아와서 정부와 민간은 무엇을 해야 할까. EU 탄소국경세가 당장 국내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줄 사안은 아니다. 그보다는 파리기후변화협약으로 대표되는 국제사회의 도도한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을 달성하고,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7년 대비 24.4% 감축하겠다는 약속을 국제사회에 천명한 상태다.

정부는 기후변화 문제에서 취약한 산업의 저탄소 전환 노력을 지원하고, 장기적으로 저탄소 기술 혁신도 지원해야 한다. 국제사회의 기후변화 관련 논의를 추종하는 대신, 적극적으로 우리의 입장을 개진할 필요도 있다. 국내 산업계도 방어적인 태도보다 선도적으로 기술 혁신과 투자를 통해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할 수 있다. 기후변화는 더 이상 환경 문제에 한정되지 않고, 국제투자 및 금융, 통상, 개발 협력 등 국내외 경제 전반의 주요 요소로 부상하고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공교롭게도 EU 탄소국경세가 발표된 지난 14일은 디지털뉴딜과 그린뉴딜로 대표되는 한국판 뉴딜의 1주년 되는 날이었다. 국내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국제사회와 협력을 강화하는 계기로 한국판 뉴딜을 모색할 시점이기도 하다. 탄소국경세도 첫 단추를 채웠을 뿐이다. 이제 시작이다.

문진영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글로벌전략팀장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