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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의 이코노 아웃룩] 美 벌써 경기 정점 지났나… 내려앉는 장기채 금리 미스터리


물가가 오르면 시중의 채권 수익률(금리)도 올라가기 마련이다. 정책금리 인상이 예고되는 데 점점 구매력이 떨어지는 채권을 만기까지 들고 있을 이유가 없어 매도가 늘기 때문이다.

그런데 요즘 국내외 금융시장을 맴도는 최대 미스터리는 10년 만기 미국 재무부 채권 수익률이 이 같은 금리상식과는 정반대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6월 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예상치를 훨씬 상회하는 등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에도 이 채권의 수익률은 오히려 하강 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3월말 장중 1.77%로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현재는 1.28%로 떨어졌다. 이번주 1.2%대 초반도 위협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채권시장은 주식시장에 카나리아?

채권 미스터리에 대해 블룸버그 통신은 다이와증권의 레이 레미 채권 담당 수석 연구위원을 인용해 유럽과 아시아 등지보다 높은 금리 어드밴티지가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달러 강세가 이를 설명해준다. 달러 인덱스는 지난 16일 92.60포인트를 기록해 연중 최고치에 육박했다.

특히 만기가 더 긴 국채에 숏(매도) 포지션을 취했던 투자자들이 대거 방향을 바꿔 매수에 나섰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JP모건 체이스의 최근 서베이에서 재무부 채권에 숏베팅한다고 답한 고객은 23%로 6월 중순 조사 때의 33%보다 크게 떨어졌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이에 대해 지난 1분기엔 투자자들이 경제봉쇄 해제에 따른 경기개선과 인플레확산에 대비해 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단기 채권금리를 묶어둘 것이라는 기대 하에 장·단기 미국 국채금리차 확대에 베팅하는 이른바 ‘스티프너 트레이드’에 몰입했으나 지금은 상황이 반전됐다고 설명한다. 과도한 베팅을 한 나머지 채권시장이 반대로 움직여 손실이 났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7~8월은 채권 가격이 오르는 계절적 요인도 있다는 분석도 있다. 여름 휴가철엔 회사채 발행이 뜸해지는 만큼 채권 시장의 큰손인 일본인들이 미국 국채를 대거 사들인다는 것이다. 최근 20여년동안 7, 8월 10년 만기 채권 수익률은 각각 평균 0.04%포인트, 8월에 0.16%포인트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갑자기 부상한 경기 정점론

하지만 이는 수익률이 수개월 새 0.3~0.4%포인트 하락한 데 대한 충분한 설명은 되지 못한다. 근본적으로는 경기 모멘텀이 정점을 통과한 게 아니냐는 의구심이 시장에 자리 잡고 있다는 설명이 더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경로는 이렇다. 미 연준이 5,6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예상보다 과도하다는 점을 인정함에 따라 9월 FOMC에서 조기 긴축 논의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는 실업수당 지급이 종료되는 시기와 겹쳐 소비에도 영향을 미치면서 경기에는 마이너스 요인이 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변이 바이러스 확산으로 코로나19 확진자들이 다시 늘면서 연초 기대했던 경제전망이 장밋빛에서 잿빛으로 변해갈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런 상황 급변은 시장의 압박에 인플레 상승이 일시적일 수 있으니 고용시장 개선 정도를 보며 기다려 보자던 연준의 체면을 살려주고 있는 셈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이 19일 경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이미 2분기에 경기가 정점을 지났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왔다. 전문가들은 2분기 9.1% 성장한 이후 3분기엔 7%로 주춤해진 뒤 내년 2분기에는 3.3%로 내려앉을 것으로 내다봤다. JP모건은 내년 성장률이 0.5%로 당초 예상치를 3%포인트나 하회한다고 전망했다.


미시간대가 발표한 7월 중 장래 소비의향과 경제전망에 대한 소비자태도지수는 예상치 86.5%를 훨씬 밑도는 80.8%로 나타났다. 10여년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인플레 우려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는 것이다. 조사결과 소비자들이 가재도구를 살 의향은 지난해 4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또 자동차와 부동산 구매 의향은 1980년대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영국 투자회사 애버딘의 제임스 어세이 전략가는 최근 상황에 대해 “금리 인상 기대가 무르익을수록 인플레가 망나니처럼 날뛸 위험이 줄어드는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리서치전문기관 CFRA의 샘 스토발 최고투자전략가는 지난 18일 CNBC에 “채권시장이 ‘탄광의 카나리아’ 역할을 하며 주식에 경고를 보내고 있을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경기 모멘텀이 코로나19로 인한 기저효과에 기인했던 만큼 경기 개선세는 여전히 유효해 주식시장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수 있다는 의견도 많다.

매파적 조급증 드러낸 한은

한국은행은 지난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이르면 다음달 금리 인상 의향을 내비치면서 강한 매파적 성향을 드러냈다. 경제 진전 상황을 본 뒤 움직이겠다는 연준과 차이가 있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19일 보고서에서 한은은 인플레와 경기보다는 금융안정 쪽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봤다. 제롬 파월 연준의장이 여전히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이어갈 것을 재확인하는 상황이지만 한은은 경제 주체들의 위험추구 성향과 그 과정에서의 부채확대를 우려하고 있다는 것이다. 가계부채 해결은 통화보다는 정부의 거시건전성 정책이 우선 책임져야 한다는 종전의 입장에서 후퇴한 셈이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 비중 측면에서 한국은 최근 3년 동안 14%포인트나 상승해 미국 캐나다 호주 영국 등 부동산 급등 국가 중에서 가장 큰 폭으로 부채 비중이 늘어났다. 하지만 경기 온도가 급변하는 상황에서 성급한 판단이 자칫 경기 하강을 부추길 수도 있다. 정부는 한은의 금리 인상 충격에 대비해 금융기관에 금리 상한 특약 대출 상품 등을 요구하는 등 시장교란 정책을 하나둘씩 꺼내 들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이동훈 금융전문기자 d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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