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분 대기조’ 외교부 허탈… 한·일 협의 채널은 계속 가동

일본 수출규제 해제 로드맵
제시 검토했지만 결국 불발


한·일 정상회담 개최가 불발되면서 ‘5분 대기조’ 상태로 의전 등을 준비해왔던 외교부에선 허탈한 기운이 감지됐다. 정상회담을 계기로 진전을 보려 했던 과거사와 후쿠시마 오염수, 수출규제 문제는 기존의 외교채널을 통해 일본과 논의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그동안 회담의 ‘성과’로 내세울 만한 내용을 만드는 데 주력해온 외교부는 일본 내에서도 비판 여론이 큰 수출규제에서 합의를 볼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하에 ‘수출규제 해제 로드맵’까지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장 해제가 어렵다면 해제를 예측할 수 있는 스케줄 정도는 내놓자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 해제 및 화이트리스트 복구, 일본을 상대로 한 우리 정부의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취하 및 지소미아 원상복구 등의 조치를 순차적으로 진행하는 일종의 ‘타임라인’이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일각에선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가 강제징용 판결에 맞대응하는 성격이었던 만큼 강제징용 문제에서 우리 정부가 해법을 제시해야 풀 수 있는 사안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과거사 문제는 처음부터 난제로 꼽혔다. “정상회담으로 될 문제였으면 진즉에 해결됐다”는 얘기도 나왔다. ‘피해자 우선주의’를 내세운 정부가 배상 방식 등을 놓고 정작 강제징용·위안부 피해자들과 합의를 보지 못한 상태에서 일본과 협의하기엔 운신의 폭이 좁다는 점도 지적됐다. 이번 회담을 준비할 때도 기존에 제시된 방안들을 재검토하는 수준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정상회담을 통한 문제 해결은 물 건너갔지만 일본도 관계 개선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어 사안들에 대한 논의는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19일 “의제로 제시했던 것들 모두 살아 있는 이슈인 만큼 기존의 외교채널을 통한 논의를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가장 가까운 시일의 외교채널은 20일 열리는 한·일 외교차관 회담이다. 21일 한·미·일 외교차관협의회 참석차 방일하는 최종건 외교부 1차관은 20일 오후 모리 다케오 외무성 사무차관과 양자 회담을 가질 예정이다. 다만 양국이 서로의 입장차만 확인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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