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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범 내려온다

김의구 논설위원


국악 퓨전밴드 이날치밴드는 지난해 5월 첫 번째 정규앨범 ‘수궁가’를 발매했다. 완창에 3시간 넘게 걸리는 판소리 수궁가 가운데 춤에 적당한 대목을 발췌 편곡한 11곡이 실렸다. ‘범 내려온다’는 앨범의 타이틀곡이다.

“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 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이렇게 시작하는 노래는 토끼 간을 구하러 육지에 올라온 별주부가 ‘토생원’을 부른다는 게 입이 굳어 ‘호생원’이라 외치는 바람에 벌어지는 해학적인 풍경을 소재로 한다. 호랑이가 내려오는 위용에 놀란 별주부가 목을 움츠리고 납작 엎드리는 장면까지 가사에 담겨있다.

이날치밴드는 음악감독 장영규를 중심으로 베이스 2명과 드럼 1명, 소리꾼 4명으로 구성됐다. 밴드는 한국관광공사의 해외 홍보영상 ‘Feel the Rhythm of Korea’에 참여하면서 큰 인기를 모았다. 밴드와 앰비규어스댄스컴퍼니가 협연해 전국 6개 도시에서 제작한 연작 영상물은 누적 조회수 6억뷰를 돌파했다. 중독성 강한 리듬과 맥락 없는 듯 흥겨운 춤사위는 큰 반향을 일으켰다. 타령과 랩의 경계를 무너뜨렸다는 등의 호평과 함께 이날치밴드엔 ‘K조선 아이돌’ ‘조선 힙스터’ 등의 수식어가 달렸다.

23일 제32회 올림픽이 개막하는 도쿄에서도 ‘범’이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 대한체육회가 지난 17일 한국선수단 숙소 외벽에 ‘범 내려온다’ 문구와 호랑이 형상의 한반도 지도를 넣은 현수막을 내걸자 일본 우익이 연일 시위를 벌이고 있다. 일본 언론은 지도에 독도가 그려져 있을 뿐 아니라 임진왜란 당시 ‘한국 범 사냥’을 암시한다며 반일 정서가 깔렸다는 주장을 소개했다. 그러나 대한체육회는 “대한민국 상징인 호랑이를 내세워 선수단에 힘을 주고 싶었다”고 밝혔다. 호랑이는 오래전부터 스포츠 응원에 활용돼 왔다. 독도도 일본이 성화 봉송 안내도에 넣으면서 먼저 문제를 일으켰다. 일본은 괜한 생트집을 잡기보다 이날치의 신나는 음악을 한번 들어보는 게 인류의 제전을 개최하는 취지에 걸맞을 것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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