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내 비행기 타듯 우주여행… 한국도 누리호 활용 땐 길 열려”

[인터뷰 사이] 이강환 전 서대문자연사박물관장

이강환 전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은 “우리 아이들에게는 한국이 선진국이 됐고, 선진국이라면 우주 탐사는 당연한 것이라는 마인드를 불어넣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최현규 기자

2021년은 인류의 우주 개척사에 민간 우주 관광의 원년으로 기록되게 됐다. 지난 11일(현지시간)에는 리처드 브랜슨(71) 버진그룹 회장이, 20일에는 세계 최고 갑부인 제프 베이조스(57) 아마존 이사회 의장이 각각 자신이 창업한 버진 갤럭틱과 블루 오리진이 개발한 우주선과 로켓을 타고 우주로 날아올랐다. 오는 9월에는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50)가 설립한 스페이스X가 민간인 4명을 우주선에 태워 사흘간 지구를 공전하는 궤도 비행에 도전한다.

이강환 전 서대문자연사박물관 관장에게 우주여행에 관해 궁금한 것들을 물었다. 천문학자인 이 전 관장은 팟캐스트 과학 부문 청취율 1위인 ‘과학하고 앉아 있네’에 K박사라는 부캐(부캐릭터)로 출연하고 ‘우주의 끝을 찾아서’ ‘빅뱅의 메아리’ 등의 저서를 통해 과학을 쉽게 알리는 작업을 해오고 있다.

-브랜슨 회장이 ‘최초’ 타이틀을 가져갔지만 이번 성공을 정확하게 어떻게 정의해야 맞을까요. 첫 번째 민간 우주여행, 상업 우주 관광, 개인 우주여행 등 표현이 다양합니다.

“민간 비행체로 간 게 최초인 거죠. 사실 우주여행으로는 처음이 아니에요. 이전에 러시아연방우주공사에 돈을 내고 소유즈호로 국제우주정거장에 다녀온 민간인이 7명 있었거든요. 그래서 표현이 애매해졌죠. 대중에게 기회가 오픈되는 ‘본격적인 우주 관광 시대를 열었다’ 정도가 적절하지 않을까요. 일부 부자들 대상이지만 버진 갤럭틱 예약자가 600명이 넘었잖아요. 대규모 관광이 가능해진 거죠.”

-86㎞ 상공에 도달한 브랜슨 회장과 106㎞까지 올라간 베이조스 의장 사이에 ‘진짜 우주여행’을 놓고 신경전이 있었죠. 높이 논란이 의미가 있나요.

“별로 없다고 생각해요. 80㎞면 충분하지 않을까 싶어요. 기준을 어디로 삼느냐가 명확하지 않아서 논란이 생겼죠. 통상 100㎞를 지구와 우주의 경계로 삼는데 미국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80㎞ 이상 올라가면 우주비행사라는 호칭을 줍니다. 전통적으로 100㎞를 인정해 왔지만 거기서부터 진짜 우주라고 완벽하게 합의된 건 아니에요.”

-그럼 우주여행객은 고도 80~100㎞에서 어떤 풍경을 보게 되나요. 영화에서 슈퍼맨이나 아이언맨이 우주에서 바라보는 장면에서는 지구가 공만 한 크기로 나오잖아요.

“지구를 한눈에 보려면 천리안 위성 같은 정지궤도 위성이 있는 3만6000㎞까지 올라가야 해요. 지구 지름이 1만2000㎞니까 적어도 그 이상은 멀어져야 전체가 보이지 않겠어요. 100㎞ 올라가서는 전체를 볼 수 없죠.”

-칼 세이건의 말처럼 ‘창백한 푸른 점’이랄지, 아름다운 지구 전경을 보는 건가 기대했는데 그게 아니었군요.

“그렇게 본 사람은 달에 간 우주인들밖에 없어요. 그래서 브랜슨처럼 80㎞ 정도 올라가면 대기가 없어서 까만 하늘과 휘어진 지구 표면이 보입니다. 위가 까맣게 보이니까 우주라는 느낌은 들지만 아래를 보면 조금 높이 떠 있는 기분일 겁니다.”

-25만 달러(2억8000만원)인 버진 갤럭틱의 우주여행 비용이 워낙 비싸니까 독일의 피씨 에어로라는 곳에서는 24㎞까지만 올라가는 보급형 우주 관광 상품을 내놨는데요.

“헬륨기구를 이용해 준비하는 회사들도 몇 군데 있어요. 기구 관광은 가격이 1억원 이하일 거예요. 20~30㎞라도 까만 하늘과 아마 약간의 곡면, 지구 경계 위의 뿌옇게 얇은 대기층이 보일 거예요. 그래서 80㎞와 다르지 않다고 주장하지만 무중력 체험은 못 하는 거죠.”

-우주여행의 핵심은 무중력 체험이기도 하잖아요.

“그렇죠. 그런데 무중력만 체험한다면 제트기를 개조해서 자유낙하를 계속 반복하는 체험이 있거든요. 스티븐 호킹이 무중력을 체험하는 유명한 사진도 있어요. 무중력을 체험하는 재미는 그게 더 클 수 있지만 우주에 갔다는 자체가 중요한 거죠.”

-무중력 체험 시간이 3~4분뿐이니 너무 짧다 싶던데요. 고객 만족도를 높이려면 무중력 상태에서 기내식이라도 먹게 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유낙하 하는 동안 잠깐 체험하는 거니까요. 우주식을 먹으려면 궤도 운동을 해야 할 거예요. 그러려면 적어도 200~300㎞는 올라가야 하니까 쉬운 일이 아니죠.”

-100㎞까지 올라가는 건 따로 훈련을 받지 않은 일반인이 견딜 수 있는 고도가 그만큼인 이유도 있다고 하던데요.

“더 올라가려면 가속도가 커지기 때문에 4G 정도는 극복해야 하거든요. 4G는 지구에서 느끼는 무게의 4배예요. 자기 몸이 4배 무거워지는 거죠. 몇십 초 동안 4G를 느끼면 기절하는 사람이 있을 수 있고요.”

-항공기와 로켓을 혼합한 버진 갤럭틱은 이륙에서 착륙까지 70~90분이 걸리는데 로켓을 이용한 블루 오리진의 비행시간은 총 10분이었어요.

“버진 갤럭틱은 우주 관광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블루 오리진은 관광객의 편의를 위해 연구한 게 아니라 달 기지를 목표로 하는 로켓 개발이 목적이어서 그래요. 베이조스와 머스크는 새로운 세계를 개척한다는 데 더 의미를 두고 있어요. 베이조스는 달에 정착촌을 만들겠다고 했고 머스크는 화성에 사람을 보내겠다고 했으니까요. 부수적으로 관광객을 모을 수 있지만 베이조스는 머스크와 경쟁하는 게 목표라고 봐야죠.”

-스페이스X는 오는 9월에 민간인 탑승객을 태워 540㎞ 상공에 머물다 귀환할 예정인데요.

“내년 1월에는 우주정거장에 관광객을 보낸다고 했고요. 민간 로켓으로 민간 관광객을 우주정거장까지 보내는 건 최초이기 때문에 중요한 사건이라 볼 수 있어요. 버진 갤럭틱, 블루 오리진의 우주여행과 스페이스X가 우주정거장에 가는 수준은 한 단계 차이가 나요.”

-관장님은 어떠세요. 3개사 우주 관광 프로그램 중에 하나를 고르신다면요.

“개인적으로는 국제우주정거장까지 가보고 싶어요.”

-안전성은 어떻게 보세요.

“그게 가장 큰 불안 요소죠. 그래서 머스크는 직접 타겠다는 발표를 하지 않는 것 아닐까요.”

-우주여행이 보급화 되려면 가격도 중요하겠죠. 브랜슨 회장은 10년 안에 가격을 4만 달러(4500만원)까지 내릴 수 있을 거라 했더라고요.

“로켓을 계속 재활용하고 대량으로 찍어내듯 만들 수 있게 되면 10분의 1, 100분의 1까지 비용을 낮출 수 있을 거예요. 다른 스타트업들도 우주여행을 많이 시도하고 있어서 경쟁이 붙으면 더 내려가겠죠. 비행기 안 타본 사람이 드물듯이 앞으로 10년 정도면 우주여행 한번 안 해본 사람이 없을 정도로 보편화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주여행 다음 단계는 뭐가 될까요.

“달이죠. 나사가 지금 추진하고 있는 건 달 궤도를 도는 우주정거장을 짓는 거거든요. 달에 기지를 건설하고 그다음에 화성으로 가는 거죠.”

-우주호텔 얘기도 많던데요.

“우주호텔은 궤도를 계속 돌면서 사람이 살 수 있는 공간을 갖추면 되는 거잖아요. 어떻게 보면 지금 국제우주정거장도 바로 우주호텔로 활용할 수 있죠.”

-로켓으로 지구 여행을 하는 것도 있고요. 19시간 넘게 걸리는 뉴욕~시드니 여행을 1시간에 갈 수 있다고요.

“로켓 엔진을 활용해 비행시간을 줄이는 거예요. 보잉을 비롯해 여러 곳에서 하고 있는데 거의 개발 완성 단계일 거예요. 현실성이 있어요. 이른 시일 내에 시도가 될 거라고 봐요.”

-언제쯤 우리 기술로 우주여행을 할 수 있을까요.

“10월에 발사하는 누리호를 잘 활용해서 안정성만 보장하면 충분히 가능해요. 미국에 비하면 우주 예산이 10분의 1도 안 되지만 투자가 많아지면 기술 격차를 더 좁힐 수 있어요. 중국만 해도 올해 화성에 탐사선과 착륙선, 로버를 동시에 성공시켰잖아요. 미국이 수십 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이룬 걸 한 번에 해냈어요.”

-누리호 발사가 올해 한국의 우주 관련 가장 큰 이벤트죠.

“그렇죠. 순수 우리 기술로 우리 발사체를 갖게 되는 겁니다. 우주 경쟁이 치열해도 발사체를 직접 만드는 나라는 10곳이 안 돼요. 거기에 한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는 건 우주 시대에 명함을 내밀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굉장히 중요하죠.”

-외국의 성공담 말고 한국의 성공을 기뻐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저에게 누리호가 성공할지 실패할지를 물어보면 이미 성공했다고 대답합니다. 거쳐야 할 중간 과정을 모두 지났고 이제 최종적으로 발사해서 올리는 것만 남았거든요. 만일 이번에 실패해도 다음에 다시 할 수 있는 거예요. 그런 의미로 이미 성공인 거죠.”

-우주 탐사에는 특히 실패를 용인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고 하죠.

“나사도 연거푸 화성 탐사에 실패한 적이 있거든요. 그래도 실패라고 하지 않습니다. ‘그 과정까지 성공했다’ ‘충분한 자료를 얻었다’고 하죠. 무사히 올라가느냐로만 성공과 실패를 판단하는 결과주의를 벗어났으면 합니다.”

권혜숙 인터뷰전문기자 hskwo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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