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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 산다] 낚시 천국 제주도 ①

박두호 전 언론인


제주 구좌읍 세화항에는 내항에 폭 4m, 길이 20m가량의 박스형 콘크리트 방벽이 하나 있다. 항구 안으로 들어오는 파도를 막기 위해 큰 방파제에 붙여 T자형으로 만든 것인데 넓고 편편해 편안하게 낚시할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 동네 노인 10여명이 늘 자리 잡고 낚시를 한다. 물통에는 각재기가 서너 마리 또는 열댓 마리씩 담겨 있다. 각재기는 전갱이 새끼를 말한다. 계절에 따라 고도리(고등어 새끼), 학꽁치 등이 낚인다. 이들은 길이 20㎝에 불과한 작은 전갱이를 정성껏 회 몇 점 떠 아껴가며 안주로 삼는다. 그들은 행복하다.

외항 방파제에는 구명조끼, 갯바위신발을 갖춘 낚시꾼들이 모인다. 이들은 조금 전문적인 낚싯대를 들고 밑밥을 뿌려 고기를 모은다. 벵에돔을 잡는 거다. 하루 종일 한 마리도 못 잡기도 하지만 고기 무리를 만나면 즐겁게 손맛을 본다. 이들은 전갱이가 잡히면 바다에 던진다. 민물낚시는 붕어를 기다리듯 이들은 벵에돔이 대상어다. 전갱이나 다른 잡어는 민물낚시에서 피라미 취급당한다. 벵에돔은 같은 크기라면 붕어의 2배 정도 힘을 쓴다.

벵에돔 낚시인들은 여름에 태풍이 오기를 기다린다. 제주도는 해안선 둘레 전체가 수심이 얕다. 그래서 파도가 크게 일 때 큰 벵에돔이 물가로 나온다. 파도로 물이 흐려지며 경계심이 낮아지고, 갯바위에 붙어 있다 떨어져 나온 여러 가지 먹이에 홀려 위험을 무릅쓰고 수심 1m 내외의 얕은 물가까지 나온다. 낚시인들은 이를 노리고 파도와 바람을 맞으며 갯바위에 선다. 제주도 본섬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30~35㎝ 벵에돔은 이때 잡는다. 태풍은 제주도가 직접 영향권에 있는 때보다는, 미안한 얘기지만 일본 동부나 중국 남부쯤에 상륙하는 간접 영향권 때 낚시하기에 바람이 견딜 만하고 파도도 좋다.

더 큰 벵에돔을 노리기 위해 낚시인들은 섬인 제주도에서 다시 섬을 찾아간다. 내가 사는 제주 동부에서는 우도 남쪽 해안이 수심이 깊어 항상 대물에 대한 기대로 낚시인을 설레게 하는 명포인트로 꼽힌다. 한때 그곳은 수용할 수 없을 정도의 낚시인들이 몰려 포인트 다툼을 하는 바람에 지금은 예약제로 일정한 인원만 내릴 수 있다. 그곳에 갈 때는 낚싯대, 릴, 낚싯줄, 목줄, 바늘 등 채비를 본섬 방파제나 갯바위에서 할 때보다 더 무겁게 한다. 어느 순간 인생 고기가 ‘욱’하고 낚싯대를 끌고 들어갈지 모른다.

제주도 바닷가 동네마다 있는 작은 포구 방파제에서 돌돔, 다금바리가 잡히는 것을 보고 놀랐다. 단단한 채비로 만반의 준비를 한다. 미끼는 전복, 소라, 성게, 집게 등 모두 비싸고 싱싱해야 한다. 하루 종일 땡볕에 미끼를 갈아주고 고기가 물기를 기다리지만 잡어에 미끼만 뜯긴다. 미끼만 갈아주다 하루가 지난다. 이튿날 다시 나가지만 또 미끼만 갈다 온다. 그러길 며칠. 아니면 한 달. 어느 날 40㎝, 50㎝ 돌돔 입질을 받고 땀을 뻘뻘 흘리며 온몸으로 씨름하다 드디어 손에 쥔다. 그는 적어도 앞으로 3년 그 고기 잡던 순간을 생각하며 잠든다. 낚시인들은 그러다 결국 배를 산다. (2편에 계속)>

박두호 전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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