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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경의 에듀 서치] 앞뒤 안맞는 전교조… ‘특권교육 철폐’ 외치더니 학점제는 반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교원 7.3%만 고교학점제(이하 학점제) 도입에 찬성하고 26.9%는 반대한다는 설문조사 결과를 최근 발표했습니다. 나머지 65.8%는 ‘재검토 및 개선’ 입장이었죠. 학점제 요소를 일부 도입하고 있는 연구·선도학교 교사 939명에게 물어 548명(58.36%)이 응답한 것인데 대다수는 전교조 조합원이었답니다. 교육부는 뒤통수가 얼얼할 겁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법외노조 굴레를 벗지 못했을 때도 ‘정책 파트너’로 각별히 예우하고, 교육 정책을 전교조에 ‘아웃소싱’했다는 조롱까지 감수해가며 전교조 주장을 정책으로 수용하고 전교조 출신을 중용했는데 문 대통령의 핵심 정책에 반기를 든 모양새이니까요.

전교조의 학점제 반대엔 어딘가 이질감이 느껴집니다. 전교조는 국가 주도의 교육에서 탈피해 학생 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는 교육을 해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죠. 학점제는 공급자 위주의 고교 교육을 수요자 중심으로 바꾸는 정책입니다. 무엇보다 “특권교육 철폐”를 입에 달고 살았던 전교조였기에 학점제 반대 구호에서 이질감이 크게 느껴지는 듯합니다.

전교조는 자사고와 외고, 국제고 등을 ‘특권교육’으로 규정합니다. 전교조의 이런 시각을 받아들여 문재인정부도 ‘고교 체제 개편’이란 이름으로 이들 고교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습니다. 사실 학점제 추진과 자사고 등을 폐지하는 정책은 한 덩어리로 봐야 합니다. 교육계의 오랜 고민과 논쟁의 결과죠. 모든 학생의 능력이 똑같을 수는 없습니다. 우수한 학생이 있고 보통 학생이 있고 그리고 평균에 도달하지 못하는 학생이 존재하죠. 이들을 어떤 방식으로 교육할 것인가. 교육계는 이를 두고 늘 논쟁해왔습니다.

먼저 우수한 학생들을 따로 분리해서 가르치자는 흐름이 하나 있습니다. 자사고 등과 일반고로 분리하는 방식입니다. 이명박정부에서 가장 활성화됐죠. 전교조를 비롯한 진보 교육계는 이를 ‘악’으로 규정하고 대정부 투쟁까지 전개했습니다. 학생들을 학교에서 분리해버리면 그렇게 갈라진 결을 따라 사회 역시 분리된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갖습니다.

또 다른 흐름은 부유층부터 기초생활수급자까지, 학업 성적이 탁월한 학생부터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학생까지 모두 모아서 가르치자는 것입니다. 이래야 작은 사회인 학교에서 성숙한 민주시민으로 성장할 수 있고 그래야 사회 통합도 가능해진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수월성 교육을 놓치기 쉽고 하향평준화된다는 반론도 만만치 않죠.

학점제는 모든 학생을 함께 가르치자는 입장에서 수월성을 보강한 개념입니다. 다만 ‘우수 학생’의 정의를 달리한다는 측면에서 진일보한 입장입니다. 과거에는 국·영·수를 잘하는 학생이 우수 학생이었죠. 학점제는 학생들의 진로와 적성에 따라 다양한 트랙을 제공합니다. 어느 한 과목이라도 관심 있게 파고들어 다른 학생보다 탁월한 성취 수준을 보여준다면 우수 학생입니다. 국·영·수가 아니라 화학이나 생물 혹은 예체능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학점제가 정착하면 자사고 같은 학교는 필요 없어집니다. 예를 들어 고교 안에서 외국어에 탁월한 능력을 보여주는 학생이 있다면 해당 학생이 외국어 공부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수준별로 다양한 수업을 제공해주면 됩니다. 해당 언어를 사용하는 국가의 역사나 문화도 얼마든지 일반고 안에서 공부할 수 있습니다. 학점제 추진 자체가 이들 학교 유형을 폐지하는 강력한 명분입니다.

서열화된 고교 체제 속에서 우수 학생을 거르고 고교 유형으로 구분해 길러내는 게 아니라 모든 학생이 다니는 일반고 안에서 수준별 수업을 충분히 제공해 그 속에서 우수 학생을 길러낸다는 구상이죠. 이런 맥락에서 특목고의 교육과정 일부(전문교과)를 일반고 교육과정으로 포함시키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전교조 선생님들은 반대가 더 많습니다. 반대 48.3%, 찬성 34% 비율입니다. 학교 간 경쟁이 심화될 것이란 이유를 듭니다. ‘학교 밖 교육’을 학점으로 인정하는 것에도 반대(43%), 학생들의 수업 선택권을 넓히기 위해 교원자격증 없는 외부 전문가 수업을 맡기는(현재는 교원자격증 있는 교사가 공동 수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정책에도 반대(73.7%)가 더 많습니다.

학점제 반대·재검토 이유로 대입 제도와의 불일치를 지적한 점은 경청할 부분입니다. 다만 학생 개개인의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학생의 삶에 천착하는 교육을 지향한다면 학점제 말고 문재인정부의 무책임한 수능 강화를 먼저 타깃으로 삼아야지 않을까요. 서울 주요 대학들의 실질 정시 비율을 45% 수준까지 끌어올린 배경의 하나로 거론되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비판까지 곁들이면 더 좋을 거 같습니다.


특권 교육도 싫고 학점제도 싫다면 어떤 교육을 추구하는 걸까요. 이번 설문조사는 기득권이 된 전교조가 변화를 거부하고 있다는 의심을 품게 합니다. 그래서 전교조가 법외노조 굴레를 벗은 지난해 9월 3일부터 이번 학점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은 지난 22일까지 전교조가 대외적으로 내놓은 메시지를 분석해봤습니다. 성명과 논평을 포함하는 보도자료 170여건입니다(표 참조). 전교조가 창립됐을 당시 정부는 “지나치게 열심히 가르치려는 교사” “학생들의 자율성 창의성을 높이려는 교사”를 전교조 교사 색출법이라며 일선 학교에 안내했습니다. 전교조는 이를 훈장으로 여깁니다. 문재인정부 들어 교육계의 파워 그룹으로 자리매김한 현재도 통용되는 말인지 판단은 독자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이도경 교육전문기자 yido@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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