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쓰레기 주워먹고 젖 물려… 백구 엄마의 거리생활 2년 [개st하우스]

농장주, 재개발에 개 버리고 떠나
유기견들, 쓰레기통 뒤지며 연명
두 견공의 입양에 따뜻한 손길을

개st하우스는 위기의 동물이 가족을 찾을 때까지 함께하는 유기동물 기획 취재입니다. 사연 속 동물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면 유튜브 ‘개st하우스’를 구독해주세요.

지난 19일 동물병원을 찾은 어미개 믿음이(오른쪽)와 축복이. 모자 유기견은 진료받는 동안 서로를 의지했다. 이서연씨 제공

“얼마 전 동네에 이사를 왔는데, 음식쓰레기를 주워 먹고 새끼에게 젖을 물리는 어미 백구 믿음이를 발견했어요. 그동안 낳고 잃은 자식만 10마리가 넘는다는 사연에 잠이 안 오더라고요. 10여곳의 동물단체에서 구조를 거절당했는데, 저 멀리 광주에서 저를 돕겠다는 사람이 나타난 거예요.”

중성화 시술을 받지 못하고 버려진 암컷 개들은 평생 출산의 고통에 시달립니다. 2개월간의 임신과 출산을 끝없이 반복하고 어렵게 출산한 새끼들도 대부분 영양실조나 로드킬로 먼저 떠나보냅니다. 인간을 극도로 경계해 구조도 어려운 상황. 경기도 용인의 전원주택 마을에서 발견된 2살 어미개 믿음이와 딱 하나 살아남은 3개월 축복이처럼 말이죠.

반복되는 출산과 죽음을 두고 주민들이 끌끌, 혀를 찰 때 직접 구조에 나선 사람들이 있습니다. 입주 2개월 된 신입 주민 이서연(30)씨였습니다.

쓰레기 먹고 젖 물리던 작은 어미 백구

서연씨는 두 달 전 9살 노령 반려견을 위해 용인의 아늑한 전원주택에 입주했어요. 믿음이의 사연을 전해준 건 주택분양 담당자였습니다. 그는 “2년째 동네를 떠돌아다니는 딱한 어미개가 있다. 종종 밥이나 챙겨주시라”고 했죠.

믿음이는 동네 개농장주가 버리고 간 10㎏의 암컷 백구였습니다. 지역 재개발로 개농장 철거가 임박하자 개농장주는 개고기로 팔 수 없는 3~4마리 소형견을 버리고 떠났죠. 전원주택촌이 들어선 뒤로 믿음이와 유기견들은 쓰레기통을 뒤지며 하루하루 근근이 살아갑니다. 지난 2년간 믿음이가 낳은 10여 마리의 새끼 중 곁에 남은 건 3개월된 셰퍼드 믹스, 축복이뿐이죠.

동물복지를 존중하는 캐나다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서연씨에게 음식쓰레기를 주워 먹는 어미개의 모습은 큰 충격이었어요.

그는 “태어나서 처음 본 유기견이었다. 뒷일 생각 안 하고 일단 구조해야겠다는 생각뿐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믿음이는 오랜 유기 생활로 경계심이 강했습니다. 50m 밖 발소리에도 새끼를 내버려 두고 달아날 정도였죠. 구조장비를 갖춘 전문가가 아니면 포획할 수 없는 곤란한 상황. 하지만 반복되는 출산과 새끼들의 죽음을 막으려면 반드시 어미개를 구조해야 했습니다.

제보자는 차근차근 구조계획을 세웠어요. 믿음이의 동네 동선을 비롯해 강아지의 은신처를 틈틈이 휴대전화로 촬영했습니다. 제보 영상을 SNS에 공개하고 10여곳의 동물구조단체에 도움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합니다. 하루 20건 넘는 구조요청이 쏟아지므로, 개인 제보에 응답할 여력이 없다고 했습니다.

풀이 죽은 서연씨에게 듬직한 지원자가 나타났습니다. 광주광역시에 사는 개인 구조자 전혜미(29)씨였죠.

“절박함에… 300km를 달려왔어요”
경기도 용인의 한 동네를 떠돌던 믿음이가 새끼에게 젖을 물리기 위해 쓰레기봉투를 헤집는 모습. 이서연씨 제공

혜미씨는 올해에만 10마리의 유기견을 구조해 입양 보낸 헌신적인 개인 구조자입니다. 그래도 동네 떠돌이 개를 위해 300㎞를 달려오기란 쉬운 일이 아니죠. 혜미씨는 “구조를 도울 사람이 절실한데 누구도 와주지 않는 절망감을 겪어봤다”며 “고민 없이 돕기로 했다”고 말합니다.

지난달 30일 두 사람이 함께 믿음이와 새끼 축복이를 구조하기 위해 나섭니다. 몹시 굶주린 탓에 강아지는 간식으로 쉽게 유인할 수 있었어요. 하지만 어미개는 워낙 경계심이 강해 맨손으로는 잡을 수 없었죠. 한계를 느낀 혜미씨는 마지막으로 시보호소에 구조요청을 했습니다. 서연씨의 이전 요청에 “남은 수용공간이 없다”며 퇴짜를 놓던 시보호소는 뜻밖에 구조 요청을 받아들입니다. 혜미씨의 한 마디 덕분이었습니다.

유기견은 구조보다 보호처 확보가 더 어렵습니다. 그 점을 헤아린 혜미씨는 “구조해주시면 임보처와 입양처 찾기까지 저희가 책임지겠다”고 말했어요. 그러자 보호소 측도 반가워하며 “좋은 일 하시는데 도와드려야 한다”며 바로 다음 날 구조팀을 파견했답니다.

구조팀은 발판을 밟으면 문이 닫히는 포획틀을 설치하고, 아들 강아지가 담긴 이동장을 곁에 놓아 어미개를 유인했어요. 50m 밖에서 지켜본 지 4시간 뒤, 제보자들은 마침내 어미개를 포획합니다.

모자견의 가족을 기다립니다

어미개 믿음이와 아들 축복이는 동물병원 임보처 등 어느 곳을 가든 꼭 붙어있답니다. 모견은 털이 새하얀데, 강아지는 셰퍼드인 아빠를 닮아 털이 검습니다. 건강검진 결과, 둘 다 무척 건강했어요. 믿음이는 마침내 중성화 수술을 받고 견생 내내 자신을 괴롭히던 임신의 굴레에서 해방됐답니다.

임시보호 20일째인 지난 19일 국민일보는 믿음이와 축복이가 머무는 동물병원을 찾아갔어요. 여전히 사람이 무서운 듯 어미개는 은신처에 숨어 취재진을 관찰했어요. 동물행동교정사 자격증을 가진 기자가 간식을 활용한 교감, 가벼운 실내 산책을 시도하자 불과 3시간 만에 사람 손길을 받아들였답니다. 수컷 축복이는 이름을 부르면 달려올 만큼 사교적이에요. 동물병원에 입원한 다른 성견 및 고양이들과도 평화롭게 인사를 주고받는답니다.

동물 임시보호자는 언제 가장 큰 보람을 느낄까요. 우울했던 동물이 미소를 되찾는 그 순간이랍니다. 믿음이도 마찬가지예요. 지금은 적응 중이지만 미래의 가족에겐 금세 마음을 열 겁니다. 믿음이와 소망이, 두 견공의 임시보호 및 입양을 희망한다면 기사 하단의 입양 신청서를 꼭 작성해주시길 바랍니다.

함께 구조된 모자 유기견의 임시보호자·입양자를 모집합니다

*믿음이
-2살 중성화 암컷 / 진도 믹스 / 9.5kg
-종합접종 4차 완료 (총5차)
-짖음 없이 조용한 성격. 입질 없음
-사람을 두려워하지만, 조금씩 마음을 여는 단계

*축복이
-3개월 수컷 / 셰퍼드 믹스 / 2.8kg
-온순하고 호기심 많은 성격
-기본 키트검사 완료, 접종 필요
-어미개와 애착 형성, 독립까지 3개월여 시간이 필요

입양 및 임시보호를 희망하는 분은 유튜브에 ‘개st하우스 믿음 축복이’를 검색하시고, 영상 설명의 입양신청서를 작성해주세요.


용인=이성훈 기자 김채연 인턴 기자 tell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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