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런 일이 내게…” 심리학·신학 두 언어로 마음의 대화

초월적 존재에게 던져진 질문에 응하는 기독교상담

기독교 상담 전문가가 서울 강남구에 있는 한 심리센터에서 아동을 대상으로 놀이 치료를 진행하고 있다. 기독교 상담자는 영유아, 청소년, 성인, 부부 등 다양한 집단을 상담한다. 놀이 치료, 미술 치료, 언어 치료, 집단사회성 치료 등도 맡는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제공

이유 모를 우울증이나 정신적 불안감에 시달리는 이들은 때론 정신과 상담을 통해 어릴 적 겪은 트라우마 등을 발견하곤 한다. 이유를 아는 것만으로 고통이 나아지는 내담자도 있지만 더 방황하는 사람도 있다. 내 삶을 오롯이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 자체에 나약함을 느낀 이들은 ‘왜 이런 일이 내게 발생했는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등 고난의 의미와 인간의 실존에 대한 질문을 초월적인 누군가에게 던진다.

기독교상담은 이런 질문에 응한다. 오화철 서울기독대 교수는 “기독교상담은 신앙과 마음의 대화를 시도한다. 인간을 영적인 존재로 보고 절대자인 하나님과의 관계 속에서 삶의 의미를 찾을 수 있도록 이끈다”고 설명했다.

기독교상담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상담, 디지털성범죄 피해생존자 심리지원 등 대사회적 활동을 확대하고 있지만, 일부 학계로부터 비전문적이라는 오해도 받는다.

30일 기독교상담 전문가와 심리센터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기독교상담의 의미와 오해, 사회적 역할 등을 들었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전 학회장이었던 임경수 계명대 교수.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제공

기독교상담은 사람을 이해하는 데 심리학과 신학, 두 가지 언어가 필요하다는 데 초점을 둔다. 우선 심리학만으론 한계가 있다고 본다. 임경수 계명대 교수는 “고통이 인간의 무의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심리학적 발견은 인간 이해에 지대한 발전을 가져왔다”면서도 “심리학은 개인의 자율성만을 강조하다 보니 자가 치료에 치우쳐 있다. 삶과 죽음 사이에 내던져진 인간의 운명이나 그 속에서 삶의 의미를 구하려는 질문에 통찰력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반면 기독교상담은 신학을 가져와 인간을 영적인 존재로 파악한다.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띠기 때문에 영적이고 도덕적인 문제에 대한 욕구를 지닐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임 교수는 “‘존재의 의미’를 찾으려는 인간의 깊은 고민은 종교적인 차원에서만 답이 가능하다”며 “종교적 관점에선 고통이나 고난은 극복할 수 있는 대상이며 개인의 새로운 성장을 가져오는 의미로까지 승화한다”고 전했다.

기독교상담자는 인생의 일반적인 문제뿐 아니라 종교적인 질문도 기꺼이 답하기 위해 훈련된 전문가다. 오 교수는 “내담자를 상담할 때 의자를 하나 더 놓는다. 내담자와 상담자, 그리고 하나님이 계신다고 믿는 것”이라며 “상담자는 상담을 받는 사람이 하나님께 삶의 의미 등 영적인 질문을 하고 대화하는 과정을 돕는다”고 말했다. 이호선 숭실사이버대 교수는 “상담자는 상담이론과 임상훈련에 전문적인 데다 상담에 기독교적 세계관과 성서적 돌봄의 가치를 녹인다. 내담자는 대화 속에서 하나님의 임재와 돌봄을 발견하고 위로와 치유를 경험한다”고 했다.

일부 학계에선 상담에서 영성적인 영역을 다루는 걸 비지성적이라고 비판한다. 이에 대해 임 교수는 “영성적인 영역은 초월적 개념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인간 안에서 인간을 구성하고 인간되게 하는 원동력”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분석심리학의 창시자 칼 구스타프 융이 중년의 환자를 관찰한 결과, 이유 없이 정신적 불안과 신경증에 시달리는 다수가 감정적 문제가 아닌 영적인 문제를 겪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회원들이 2019년 5월에 열린 ‘기독 상담 정체성과 방법론’ 포럼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 제공

국내에서 기독교상담을 다루는 가장 큰 학회는 1999년 설립된 한국기독교상담심리학회(학회장 오화철 교수)다. 1대 회장은 이만홍 세브란스 정신과 의사다. 현재는 5000여명의 학회원이 활동한다. 이 학회가 운영 중인 전문상담사, 놀이·아동상담사 자격증 제도는 지금까지 전문상담사 2172명, 놀이·아동상담사 338명을 배출했다.

학회 등에서 교육을 수료한 전문가들은 지역사회 센터나 교회 지원 상담소에서 일한다. 전문가 119명이 활동 중인 서울 마포구 연세다움상담코칭센터의 이명진 센터장은 “일반 상담에서는 내담자를 문제 있는 사람으로 보고 이들을 파헤치고 고치는 데 주력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상담자는 도구일 뿐 치료자는 하나님’이라는 걸 분명히 하고 겸손한 태도로 그들의 고통을 있는 그대로 바라본다”고 강조했다.

일반 정신의학과 상담에서 효과를 못 본 이들이 이곳에서 나아지기도 한다. 신송이 광주심리상담센터장은 “한 내담자는 청소년 때부터 주의력결핍 과잉행동(ADHD)이라는 진단명에 갇혀 ‘정신병 때문에 취업도, 결혼도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무기력함에 빠져있었다”며 “그러나 내면의 다른 어려움이 증상을 악화한다는 사실을 상담에서 끌어냈고, 이 어려움을 제거하자 증상이 훨씬 완화됐다”고 말했다.

기독교상담은 트라우마를 겪고 살아남은 이들의 ‘외상 후 성장’에 주목한다. 정부 용역으로 2017년부터 진행한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상담 사업이 대표적이다. 사업 책임자인 권수영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는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가 노동운동에 뛰어든 것처럼, 트라우마를 겪은 이들은 고통을 통해 오히려 인간관, 세계관을 확장하고 이타적인 가치를 추구한다”며 “기독교상담자는 생존자가 고통을 영적 성장으로 승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독교상담이 공동체 회복을 돕길 희망한다. 임 교수는 “사람들이 공동체를 잊지 않고 절대자를 생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살아간다면 개인주의가 만연한 우리 사회도 조금씩 나아질 것”이라며 “기독교상담이 사회에 이바지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전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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