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보 정규직화 대치 장기화… 정책 동력 ‘비실비실’

‘文케어 4년’ 점검 시점인데
노사·노노 갈등 회오리
노조 사태로 정책 후순위로 밀려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국민건강보험공단 고객센터(콜센터)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노사갈등이 반년째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정규직 노조와의 ‘노노갈등’으로 갈등이 확산됐다. 직접고용, 자회사 전환 등 다양한 정규직화 방식을 두고 노사가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하면서 건보공단 주요 사업의 추진 동력이 약화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올해는 정부의 ‘문재인케어’(건강보험 보장성 강화)가 4년째에 접어든 해로 그간의 정책 성과를 되짚어보고 정책을 보완해야 하는 시점이기도 하다.

고객센터 근로자들은 건보공단과 도급계약을 맺은 민간업체에 고용된 이들이다.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에 따라 이들은 직접고용 방식을 공단에 촉구해왔다. 사실 정부 계획이 발표되고 2년가량의 준비 시간이 있었지만 공단은 내부적으로 이 문제를 논의하는 데 소극적이었다. 그러던 중 지난해 고객센터 노조의 단체행동이 본격화된 이후 갈등이 차츰 고조되는 양상으로 흘러왔다.

지난 23일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주변에 경찰 차벽이 설치돼 있다. 민주노총 조합원인 건보공단 고객센터 상담사들이 건보공단 앞에서 집회 개최를 예고한 데 따른 조치다. 연합뉴스

고객센터 노조 조합원 1000여명은 지난 23일 강원도 원주의 건보공단 본부에 모여 대규모 결의대회를 열었다. 이들은 직접고용을 요구하고 있다. 고객센터 노조는 “건강보험공단이 부여한 사원번호를 달고, 공단이 제공한 장비로 공단이 운영하는 서버에 접속해 공단에 걸려오는 전화를 받고, 공단 업무의 상당수를 바로 처리하는 고객센터 노동자를 직접 고용하라”고 촉구했다. 시민사회 상당수도 “국민의 개인정보를 민간업체에 위탁해 상담업무를 처리하도록 해선 안 된다”며 직접고용을 지지하고 있다. 반면 공단 내부에서는 직접고용만큼은 결사반대한다는 목소리가 맞서왔다.

직접고용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서 고객센터 노조는 그간 세 차례 파업을 강행했다. 첫 번째 파업은 지난 2월 1일 시작됐다. 당시 파업은 3주가 조금 넘도록 지속했다. 첫 파업 이후 공단과 고객센터 노조는 5월 4일 공단, 정규직 노조, 고객센터 노조 측과 외부위원이 참여하는 ‘민간위탁사무논의협의회’를 구성해 양측의 합의점을 찾기 위한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두 차례 회의했지만 별다른 진척은 없었다. 6월 10일 고객센터 노조는 2차 파업에 돌입했고, 건보공단 건물 내 로비를 점거했다. 2차 파업이 시작된 지 5일째가 되자 김용익 건보공단 이사장은 고객센터 노조의 파업 철회와 공단 정규직 노조의 사무논의협의회 참여를 촉구하며 단식 농성을 벌였다.

양측 노조가 김 이사장의 요구를 받아들이며 단식은 3일째에 중단됐다. 이후 사무논의협의회 회의를 8차까지 진행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


지난 1일 3차 파업에 들어간 고객센터 노조와 공단의 갈등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지난 5일 고객센터 노조가 건보공단 주차장 부지로 진입해 점거농성을 벌인 이후 공단은 불법점거 관련자를 고소했다.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은 노노갈등으로도 번졌다. 정규직 중 20~30대 젊은 직원을 중심으로 반발이 거세다. 이들은 단순히 정부 정책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공정성에 위배된다는 입장이다. 일부는 ‘공정가치연대’를 구성해 집단행동까지 나서고 있다. 이 단체는 채용절차상 공정성뿐만 아니라 정규직화 이후 총액인건비 문제로 인한 임금 저하 문제, 조직 비대화로 인한 구조조정 압박 등도 직접고용의 문제점으로 지적한다.

고객센터 근로자의 정규직화를 둘러싼 갈등이 반년 넘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건보공단의 주요 사업에도 직간접적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당장 이번 정권에서 중점을 두고 있는 문재인케어가 영향을 받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현 정부는 건강보험 가입자인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정권 초기부터 강력하게 드라이브를 걸어왔다. 2022년까지 30조원의 대규모 재정을 투입하는 대형 사업이다.


그러나 문재인케어의 보장성 강화 효과는 정부 예상만큼 크지 않았다. 실제 건강보험의 보장률은 2016년 62.6%에서 2017년 62.7%, 2018년 63.8%, 2019년 64.2%로 3년간 1.5% 포인트 오르는 데 그쳤다. 이 때문에 보장률을 더 끌어올릴 수 있는 보완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공단은 의원급·요양병원 등 일부 의료기관에서 통증·영양주사 등 주사료, 재활·물리치료 등 비급여 진료가 증가하면서 보장률 증가를 상쇄한 것으로 분석했다. 보장률을 높이기 위해선 급여화를 할수록 비급여 항목이 늘어나는 ‘풍선효과’를 관리할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데 아직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문재인케어에 들어간 비용 대비 성과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도 필요하다. 문재인케어로 일반 국민의 의료비 부담을 4조원가량 절약했다는 긍정적 평가도 있으나 비용 대비 효과가 떨어진다는 비판도 적잖다. 건강보험 재정 지출은 문재인케어가 시작된 2017년 이후 수입을 넘어서고 있다. 2016년 건강보험 재정 수입은 55조7000억원, 지출은 이보다 적은 52조6000억원이었다. 2018년에는 수입이 62조1000억원, 지출은 62조3000억원으로 비슷해지더니 2019년에는 지출(70조9000억원)이 수입(68조1000억원)을 추월했다. 문재인케어와 관련해 비급여 관리 방안, 비용 대비 효과 분석, 2022년까지 남은 기간 보장성 확대가 필요한 분야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인 것이다.

게티이미지뱅크

하지만 문재인케어를 둘러싼 주요 업무가 정규직화 이슈로 뒷전이 되면 5년에 걸친 대규모 정책의 마무리가 흐지부지될 수 있다. 공단 내부에선 본연의 기능을 회복하기 위해서라도 고객센터 노조 사태를 빨리 수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이번에 재난지원금을 하위 88%까지 지급하기로 결정하고, 그 기준을 건강보험료로 두면서 공단 업무는 더욱 가중될 전망”이라며 “해결책을 빨리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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