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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BTS가 BTS했다

한승주 논설위원


1980~90년대 길거리에는 대중음악 불법 복제 테이프를 파는 리어카가 많았다. 길을 걷다 보면 큰 소리로 대중가요가 흘러나왔다. 지금으로 치면 ‘멜론’ 인기 차트 같은 느낌으로 길에서 가장 많이 들리던 노래가 당대 히트곡이었다. 미국 빌보드 차트에 빗대 이를 ‘길보드 차트’라 불렀다. 그때만 해도 빌보드는 정말 남의 나라 얘기였다.

빌보드는 동명의 미국 음악잡지가 매주 발표하는 권위 있는 대중음악 차트이다. 1958년 시작된 싱글 차트 ‘핫 100’과 63년부터 발표된 앨범 차트 ‘빌보드 200’이 양대 산맥이다. 각각 가장 인기 있는 노래와 가장 많이 판매된 앨범 순위다. 2018년 6월 그룹 방탄소년단(BTS)이 앨범 ‘러브 유어셀프 전 티어’로 한국 가수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200 1위에 올랐다. BTS는 그 후에도 앨범을 낼 때마다 이 부문 정상에 올랐으나, 핫 100 1위는 쉽지 않았다. 핫 100은 음원 판매량, 스트리밍 실적, 현지 라디오 방송 횟수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한다. 앨범을 구매할 충성도 있는 팬을 넘어 일반 대중에게 널리 사랑받아야 오를 수 있다. 핫 100 1위의 상징성이 더 큰 이유다. BTS는 2020년 9월 영어 가사곡 ‘다이너마이트’로 이를 해냈다. 이후 ‘새비지 러브’(한국어 피처링)에 이어 한국어 가사곡인 ‘라이프 고즈 온’을 정상에 올려 세계를 놀라게 했다.

그랬던 BTS가 또 일을 냈다. 지난 5월 21일 발표된 신곡 ‘버터’가 발매 첫 주 1위 후 7주 연속 정상을 차지하다가 자신의 신곡 ‘퍼미션 투 댄스’에 정상을 넘겨줬다. 이렇게 1위 바통터치를 하더니 지난 26일(현지시간)에는 버터가 다시 1위에 복귀했다. 빌보드는 “자신의 새로운 곡으로 1위를 대체한 직후 이전 1위 곡을 다시 정상에 올려놓은 사례는 BTS가 처음”이라고 말했다. BTS가 빌보드를 자신의 놀이터처럼 활보하고 있는 것이다. 팬덤 아미와 함께 만든 진기록에 대해 이런 평가가 나온다. BTS가 BTS를 눌렀다, BTS가 BTS를 밀어냈다고. 하지만 그런 경쟁적인 표현보다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BTS가 BTS했다고.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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