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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춘추] 자유의 제한, 테이블 방역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 4명 이하만 모여 식사하라는 ‘4인 조치’는 지난해 12월 23일 처음 시작됐다. 수도권인 서울·경기·인천이 합동으로 시작한 조치였다. 정부는 수도권이 시작한 다음 날인 24일부터 전국 식당에 5인 이상 모임을 금지했다.

7인도 아니고, 6인도 아닌 5인 이상 금지의 근거는 식당 테이블 의자 숫자였다. 4명이 한 테이블에 앉는데, 그 이상은 모이지 말라는 조치였다. 4인 조치를 처음 시행했던 서울시 관계자는 “5인 이상 금지에 과학적인 근거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다만 식당 테이블 4인을 넘어가는 모임을 자제시킬 급박한 필요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코로나19는 3차 유행의 정점을 찍던 시기였다. 수도권 자치단체의 결정을 정부가 하루 만에 차용했으니, 정부의 5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역시 과학적 근거 없이 식당 테이블 의자 수로 결정된 것이다. 식당의 의자 수가 3개였다면, 우리는 지금 4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 시대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테이블 의자 수에 기반한 조치였지만, ‘5인 이상 집합금지 조치가 효과가 있었는가’라고 묻는다면, “효과가 있었다”라고 답해야 한다. 당연한 결과다. 코로나19는 사람을 숙주로 삼는 바이러스다. 사람이 덜 모일수록 전파력은 줄어든다. 4인 조치가 시행된 이후 코로나19 확산세가 진정됐다. 우리는 지난해 연말 3차 유행을 강력한 모임 제한 조치로 견뎌냈다. 지금은 코로나19 4차 유행이 진행 중이다. 정부는 더 강력한 모임 제한 조치를 꺼냈다. 수도권은 현재 오후 6시 이후 3인 이상 사적모임 금지 조치가 시행 중이다. 점심은 4명 이하가 모여서 먹고, 저녁은 혼밥을 하거나 둘만 모여서 먹거나 집에 가라는 얘기다. 그래도 4차 유행이 가라앉지 않으니, 3인 금지 이상의 조치가 필요하다는 얘기가 나온다.

사실 정부의 모임 제한 조치는 생각해볼 게 많은 주제다. 사람은 다른 사람과 교류해야 하는 사회적 존재인데, 정부의 조치는 강제적으로 인간의 사회성을 제한하는 것이다. 과격하게 말하면,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국가의 폭력 행위일 수도 있다. 물론 코로나19로부터 국민 건강을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조치를 폭력 행위로 매도하면 안 된다. K방역을 이끈 정부의 헌신은 높이 평가돼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의 이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어느 정도로 제한할 수 있느냐는 꽤 논쟁적인 헌법적 주제다.

한국헌법학회(회장 임지봉 교수)는 지난 3월 ‘코로나19 시대의 기본권 보장’을 주제로 학술대회를 열었다. 임 교수는 “우리 정부는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사태 속에서 방역 정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지만, 이 과정에서 국민의 기본권 제한이 수반됐다”면서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이 코로나 확산 방지라는 가치를 위해 당연히 용인돼야 하는지, 헌법 제37조 제2항이 정하는 필요최소한도를 넘어 과도한 것은 아닌지, 그에 대한 헌법적 논의가 필요하다”고 학술대회를 개최한 배경을 설명했다. 발제자들은 개인 정보의 과도한 수집과 관리, 종교 집회 자유의 제한, 영업의 자유 제한, 정부의 권한 등을 다뤘다. 대부분 발제자는 코로나 사태를 막기 위한 정부의 조치를 긍정하면서도 조치의 부작용을 걱정했다.

사회적 공익을 위해 개인의 자유를 일정 부분 제한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어느 정도로 제한할 것인지, 그리고 제한하는 과정의 투명성, 합리성, 과학성과 같은 것들은 충분히 논의돼야 한다. 특히 개인의 자유를 제한하는 결정이 투명하지 않거나, 일방적이고 불합리하게 느껴진다면 저항이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송파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강모씨는 국민일보에 “상대적 박탈감이 너무 크다. 여행지에 사람들로 북적이는 사진을 보면서 오후 6시에 가게 문을 닫을 때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자영업자들은 “영업 제한은 생존권이 달린 결정인데, 이런 결정을 할 때 현장의 목소리도 좀 들어 달라”고 말했다.

우리나라 국민은 착하다. 투덜거리면서도 정부의 조치를 잘 따르는 편이다. 마스크를 쓰지 않겠다고 반발하고, 백신도 거부하는 일부 서구 국가의 국민들과는 다르다. 이런 착한 국민을 가진 정부라면 조금 더 신중하게 강제 조치를 결정하고, 조금 더 열심히 백신을 구해야 한다.

남도영 편집국 부국장 dy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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