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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흙수저 최고부자

손병호 논설위원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55·사진) 의장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제치고 한국 최고부자가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블룸버그 억만장자지수에 따르면 김 의장은 134억 달러(15조4000억원)의 순자산으로 121억 달러(13조9000억원)의 이 부회장을 제치고 1위에 올랐다. 블룸버그는 특히 흙수저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기술 강자가 수십년간 한국 부자 리스트를 독차지해온 재벌가 사람들을 제친 의의가 크다고 평가했다.

실제 김 의장은 어릴 때 여덟 가족이 단칸방에 살았을 정도로 가난했다. 중학생 때 아버지가 정육업을 해 작은 집을 장만하기도 했지만 몇 년 지나지 않아 부도가 났다고 한다. 대학 때도 과외 아르바이트로 겨우 학비와 생활비를 충당했다. 그런 경험 때문에 그는 30대 때까지는 돈을 많이 버는 게 인생의 최대 목표였다고 한다.

김 의장의 최고부자 등극은 재벌들이 거의 전 산업을 꽉 틀어쥔 풍토에서 이뤄낸 것이라 더 의미가 있다. 어떤 산업이든 재벌들이 단단히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어 진입장벽이 워낙 높은데, 인터넷과 게임 분야의 신기술과 새로운 시도로 그 장벽을 뛰어넘을 수 있었던 것이다. 또 상위권 부자들 중에는 횡령이나 탈세 등으로 감방을 들락거리거나, 갑질과 폭행 등으로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는 경우가 적지 않은데 김 의장은 구설수가 거의 없는 보기 드문 부자이기도 하다. 그는 얼마 전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 빌 게이츠와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회장이 시작한 자발적 기부 운동인 ‘더기빙플레지’에 참여해 재산의 절반 이상을 기부하기로 서약해 세상을 깜짝 놀라게 했다. 그는 서약을 하며 “빈부격차 때문에 생긴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세우고 싶다”고 했다. 연말에 마치 자로 잰 듯이 재계 자산 순위대로 불우이웃돕기 성금을 내곤 하는 여느 재벌 대기업들과 차별되는 통 큰 기부 행보였다. 김 의장이 앞으로도 기존 재벌들과의 차별화를 계속 해나가기 바란다. 그래서 ‘참 부자’의 롤모델이 됐으면 한다.

손병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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