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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사랑하며] 나누고 나누고 나누다

윤소정 패션마케터


우리말 ‘나누다’에는 여러 뜻이 있다. 각자의 몫을 구분해 쪼개는 나눔과 남에게 베푸는 나눔 그리고 요즘 많이 쓰는 함께 소유한다는 공유의 개념까지. 나눗셈의 어원이 되는 첫 번째 개념은 공정하게 내 몫을 할당받는다고 할 때도 쓰이지만 아무튼 나눌수록 내 몫은 작아진다. 일본 도쿄 시내에서 몸을 겨우 누일 침대 하나에 여행짐을 놓으면 걸어 다닐 틈도 안 나오는 작은 호텔방에 묵으며, 공간을 계속 나누다 보면 이렇게 되겠구나 싶었다.

남에게 베푸는 나눔은 나눌수록 내 손에서는 떠나 없어지지만 상대에게 더 귀하게 쓰일 수 있어 기분 좋은 행복감을 남긴다. 아이와 봤던 ‘무지개 물고기’라는 동화가 그랬다. 아름다운 비늘을 내가 다 갖고 있을 땐 겉은 화려해도 시기의 대상이 될 뿐이다. 하지만 하나하나 나누면 나를 좋아하는 타인이 많아지는 행복을 얻는다. 당장엔 동화 속 푸른 물고기처럼 남의 물건을 탐내며 따돌림까지 시키는 이가 더 나쁘고, 남에게 다 주고 나서 헐벗은 무지개 물고기의 모습이 부당해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겪어보면 달라진다. 내 것을 나누다 보면 생각지 못한 행복을 더 많이 얻게 되더라는 걸.

요즘은 공유가 대세다. 집과 사무실을 공유하고 공장도 나눠 쓴다. 어디까지 나눌 수 있을지 궁금하다. 공간만 나누는 줄 알았더니 새벽에는 김밥을 만들고 낮에는 도시락을 만드는 공유 주방처럼 시간을 나눠 쓰는 아이디어도 속속 등장한다. 옷가게를 나눈다고 하면 예전에는 큰 매장을 여러 브랜드가 조금씩 나눠 차지했었는데, 이제는 보름이나 한 달씩 교대로 사용하는 곳이 생겨 온라인 브랜드들에 좋은 기회가 된다고 한다. 물론 이렇게 나누다 보면 불편도 있고 배려 없는 이들로 화도 난다. 그래도 혼자 모든 걸 감당하는 것보다 나누는 게 분명 이득이다. 어디 그뿐일까. 잘 나누다 보면 나 혼자는 알 수도 할 수도 없던 일이 이뤄지는 뜻밖의 경험도 분명히 하게 될 테다. 할 수 있다면 더 나누자.

윤소정 패션마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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