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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포커스] 균형적 합의 필요한 남북관계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정전협정 체결 68주년인 7월 27일 남북 통신선이 복원되며 태풍 전야와 같던 한반도 정세에 숨통이 트였다. 작년 6월 북한이 일방적으로 단절시켰던 것을 원상회복한 것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지만, 단순히 작년 6월 이전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다. 북·미 하노이회담이 노딜로 끝난 이후 남북 관계가 사실상 단절돼 있었는데, 이번 통신선 연결은 정상 간 친서 교환 등의 소통 과정을 거쳐 이뤄졌기 때문이다. 남북이 한반도평화프로세스 재개를 위한 출발선에 섰다고 평가할 수 있다.

임기가 10개월도 남지 않은 문재인정부가 새로운 남북 합의를 추진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다. 그러나 작금의 한반도 상황에서 평화를 진전시키기 위한 노력에 때가 따로 있을 수 없다. 지금 상황 관리에 실패하면 내년 3월 대선을 앞두고 한반도는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북한 반발 및 핵·미사일 도발 그리고 이에 대한 한국 정부와 미국 조 바이든 행정부의 군사적 대응 등이 악순환하는 소용돌이 속에 빠질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출현하는 것을 방지하고 평화 정착을 향해 한걸음이라도 더 내딛는 것은 정부의 최우선 목표 중 하나가 돼야 한다.

비핵화, 대북 제재 완화 등의 내용을 담는 합의에 미국 등 유관국들의 참여가 있어야 한다는 점도 이 같은 우려를 줄일 수 있는 이유다. 즉 현재 상황에서는 특정 세력의 정치적 의도만으로 남북 합의를 추구하기 어렵다. 한반도평화프로세스와 관련한 합의가 만들어진다면 그 내용에는 여러 행위자의 관심사가 균형 있게 반영될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합의의 실행에 한국 내 정치 상황 변화가 미치는 영향도 줄일 수 있다.

균형적 합의를 만들어내기는 쉽지 않다.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를 요구하는 북한과 조건 없는 비핵화 대화를 요구하는 미국 사이의 입장 차이가 좁혀지지 않고 있다. 다만 북이 철회를 요구하는 대북 적대시 정책의 내용이 탄력적이라는 점이 입장 차이를 좁힐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 놓고 있다. 북이 대화에 관심이 없다면 요구 조건이 더 높아지겠지만, 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유연한 입장을 취할 것이다. 남북 통신선 복원에 동의한 것은 대화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의지의 표명이다.

현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한반도에서 북한의 전략적 도발과 그에 대한 제재 사이의 악순환을 차단하고 한반도 안정을 더 구조화시킬 수 있는 합의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북한은 지하 핵실험 시설 폭파 등의 조치에 미국과 한국이 상응 조치를 취하지 않고 계속 대북 적대시 정책을 추구하고 있다는 불만을 꾸준히 제기해왔다. 북한이 한·미 연합군사훈련이나 우리의 첨단무기 도입을 도발 명분으로 활용할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 있다. 이 문제에 대한 창조적 해법이 필요하다.

일정 수준의 한·미 연합군사훈련과 군사력 증강이 필요하다면 다른 영역에서 상응 조치를 취해 남북 및 북·미 사이의 신뢰를 조성해가는 것이 그 방법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인도적 협력 확대와 북의 민생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대외 교역 관련 제재를 완화하는 조치가 상응 조치 목록에 들어가야 한다. 이는 우리 정부나 미국이 대북 적대시 정책을 추구하지 않는다는 강한 신호가 될 것이다. 동시에 북한은 비핵화를 목표로 하는 협상에 복귀해야 한다. 이는 남북 관계와 북·미 관계를 악화시켜 해결책을 찾기 어려운 문제를 우회하고, 남북의 공동 발전과 상호 신뢰를 증진시킬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추는 접근법이다. 문재인정부가 임기 내에 미국 등 유관국들과 함께 이런 조치들을 담은 공식 합의를 만든다면 한반도평화프로세스가 본궤도에 진입할 수 있는 기반을 다음 정부에 넘겨줄 수 있을 것이다.

이남주 (성공회대 교수·중국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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