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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탈 갈기갈기… 선수 겨냥한 SNS 혐오, IOC도 대응

네티즌이 직접 메시지 전송 가능
SNS 시대 선수들 더 큰 상처 받아
IOC, 대처 방법 정리 책 발간 검토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2020 도쿄올림픽 출전 선수에 대한 비방 혐오 협박 등 사이버불링(온라인에서 괴롭힘)이 극심하다. 선수들의 정신건강까지 위협할 정도에 이르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일본의 하시모토 다이키는 지난 28일 남자 체조 개인 종합에서 중국의 샤오뤄텅을 0.4점 차로 제치고 금메달을 딴 뒤 중국인들에게 각종 욕설과 협박을 듣고 있다. 하시모토가 도마 종목에서 착지할 때 매트 밖으로 발이 나왔는데도 중국 선수와 같은 점수를 받았다며 공격하고 있다. 도쿄신문은 1일 중국인이 번역기를 동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훔친 메달이 밤에 너를 죽인다”는 메시지까지 SNS에 올라왔다고 보도했다.

중국의 왕루야오는 여자 10m 공기소총 결선 진출에 실패한 뒤 SNS에 소회를 밝혔다가 비방에 시달렸다. 그는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 계정에 “여러분 죄송합니다. 저 쫄았던 거 인정합니다. 3년 후에 다시 만나요”라는 글을 잠옷 입은 사진과 함께 올렸는데, 격려나 위로가 아닌 비아냥이 쏟아지면서 글을 삭제해야 했다.

도쿄올림픽 개막식의 마지막 성화 주자였던 일본의 테니스 선수 오사카 나오미도 16강에서 탈락하자 SNS에서 인종차별 공격을 당했다.

포털·인터넷기사의 악성 댓글과 달리 SNS는 선수에게 직접 메시지를 보내는 게 가능해 선수들에게 더 큰 영향을 미친다. 한국 하계올림픽 사상 첫 3관왕에 오른 양궁 국가대표 안산도 인스타그램의 DM(Direct Message)을 통해 남성혐오 페미니스트라는 공격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안산은 아예 SNS 프로필을 “DM 못 볼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로 수정한 상태다.

니시다 료스케 도쿄공업대 교수는 일본 아사히신문에 “트위터 같은 SNS상에서는 선수와 일반 이용자 간의 장벽이 없다. 표현의 자유 문제도 있어 당국의 개입이 어렵다”고 말했다.

IOC는 선수를 향한 SNS상의 폭언·협박·혐오표현을 심각한 문제로 보고 있다. 커스티 코번트리 IOC 선수위원장은 지난 2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스포츠 이벤트에 참가한 선수를 비방하는 사람들에 대한 엄격한 규제를 (SNS)업체 측에 요청하는 것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최근 며칠간 일부 선수들이 소셜미디어를 그만뒀다”며 “부정적 코멘트는 사소해도 상처를 줄 수 있다. 이런 일이 벌어져 안타깝다”고 말했다.

IOC는 코로나19로 제대로 훈련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스트레스와 함께 SNS상의 비방도 선수들의 심신에 악영향을 초래하는 요인이라 보고 ‘멘털 필 헬프라인’이라는 프로그램을 도입했다. 전문 상담원이 정신건강에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을 70개국 이상의 언어로 24시간 상담하는 프로그램이다. 코치와 스태프 등이 선수의 정신건강에 이상이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정리한 핸드북 제작도 검토 중이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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