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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을새김] 취약한 지방의 살림살이


요즘 지방자치단체들의 최대 관심사는 인구 감소다. 지방을 벗어나 서울 등 수도권으로만 몰리는 인구 때문이 아니다. 출산율이 떨어지면서 아예 절대적인 인구 감소 곡선을 그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대로 가다간 지방 자체가 소멸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서울·인천·경기를 제외한 전국을 엄습하는 모양새다. 인구 감소는 일할 노동력만 사라지는 게 아니다. 세금 낼 사람 수가 줄어든다는 의미다. 이는 가뜩이나 재정자립도가 형편없는 지방의 살림을 더욱더 쪼그라들게 만든다.

아직 우리 지자체들은 ‘파산’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이유는 중앙정부가 지자체에 내려보내는 지방교부세 때문이다. 지방교부세의 혜택을 받지 않는 지자체는 없지만, 서울·인천·경기가 그나마 가장 작은 수혜자다.

보통 세금을 내는 국민은 취득세 레저세 지방소득세 지방소비세 주민세 자동차세 같은 ‘지방세’와 소득세 법인세 상속세 증여세 부가가치세 개별소비세 주세 교육세 등의 ‘국세’를 낸다. 이것저것 따져보면 직장을 다니는 근로자의 과세는 지방세와 국세의 비율이 거의 반반이라 할 수 있다. 지방세는 해당 지자체의 예산으로 쓰이고 국세는 중앙정부의 몫이다.

국세와 지방세로 구성된 우리나라 세금 제도를 대입해보면 지자체의 재정자립도 50%는 해당 지자체의 생존 마지노선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지자체 주민을 위해 쓰이는 각종 예산은 지방세로 부담하고, 그 혜택이 해당 지자체를 넘어서는 각종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및 유지는 지방교부세로 편입되는 국세로 해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마지노선을 지키고 있는 지자체는 거의 수도권만 해당된다. 서울에서도 한강 이남의 부유한 강남 4구, 경기도에선 남부권이 60%에 가까운 재정자립도를 보인다.

비(非)수도권 재정자립도는 많게는 40%대, 적게는 5%대로 급락한다. 세금을 낼 사람이 부족하니 걷히는 세금도 적다. 이렇게 궁핍한 지자체들은 나머지 재정을 전적으로 중앙정부에 의존한다. 지방교부세를 수도권 지자체들보다 훨씬 많이 받아야 재정균형을 유지할 수 있다. 그것도 안 되면 지방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

세금을 내는 입장에서 보면 수도권 사람들은 훨씬 더 많은 세금을 내지만, 혜택은 적다. 반대로 지방 사람들은 세금은 적게 내도 돌려받는 혜택은 훨씬 많다고 할 수 있다. 수도권 시민들이 억울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지방에 사는 사람들이 훨씬 더 위기에 취약하다는 걸 알 수가 있다. 만약 중앙정부의 재정에 문제가 생기면 지방의 지자체들은 곧바로 파산에 직면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나라 지방자치제도는 엄청난 규모의 중앙정부 재정 보조가 전제되지 않는 한 존립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적 문제를 안고 있는 셈이다.

중앙정부의 도움이 필수라는 점을 제외하더라도 지방은 자립의 길을 찾아야만 하는 상황이다. 지방은 출산율 저하로 자연적 인구 감소가 불 보듯 뻔한데 청년층마저 계속 수도권에 빼앗기는 현재의 상황을 존립 위기로 진단하고 있다. 대구·경북, 부산·울산·경남이 지자체 통합을 선언하고 비수도권 메가시티의 기치를 들고 나온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서울에 가지 않더라도 양질의 일자리가 있는 지방, 수도권에 살지 않아도 더 편리하고 쾌적한 주거 환경을 갖춘 지방을 만들어야 지방이 살아남을 수 있다는 위기감 말이다.

지금처럼 산업과 자본, 첨단기술·서비스가 수도권 중심으로만 돌아간다면, 우리나라 지방도 수도 없이 파산했던 미국과 유럽 선진국의 지방들처럼 줄도산 사태를 맞을 수 있다. 2008년 주정부 공무원의 절반을 해고하고 주립대학 두 개를 하나로 합쳐야 했던 미국 플로리다처럼 말이다.

신창호 사회2부장 proco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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