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김의구칼럼

[김의구 칼럼] 이제 종로 골목엔 신경 끄자


사생활 겨냥한 ‘쥴리 논란’은 선거와 무관한 관음적 발상
배우자 검증의 필요성 점차 커지지만 허용범위는 논쟁 중
벽화 소동 이제는 그만하고 명예훼손 판단은 사법기관에

배우자 검증은 대선 과정에서 이따금 불거지는 사안이다. 2017년 대선 때는 안철수 국민의당 후보 부인의 서울대 의대 교수 채용 논란이 일었다. 2002년 대선의 당내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 후보 장인의 좌익 전력 문제가 불거지기도 했다. 국민 뇌리에서 사라진 사례들도 왕왕 있었을 것이다. 이런 사례들은 선거 판도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했다. 노 후보의 경우는 “그럼 아내를 버려야 합니까? 그렇게 하면 대통령 자격이 있고, 이 아내를 그대로 사랑하면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라는 유명한 정면 대응으로 오히려 판세를 반전시켰다.

이번 대선 레이스에서는 후보자 부인과 관련한 문제 제기들이 유독 잦다. 이재명 경기지사의 부인과 관련된 ‘혜경궁 김씨’ 논란이 다시 제기돼 공방이 빚어졌다. 최근에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부인 김건희씨에 대한 논란으로 대선전이 시끌벅적하다.

김씨를 둘러싼 논란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2008년 국민대에서 통과된 박사학위 논문과 2007년 8월, 12월 쓴 학술지 논문의 표절 여부다. 열린민주당은 지난 8일 문제를 제기하며 국가의 위신, 권위와 관련된 문제라고 밝혔다.

다른 하나는 김씨의 사생활에 관한 이른바 ‘쥴리 논란’이다. 김씨가 강남 유흥업소에서 쥴리라는 이름으로 접객원을 했고 이때 윤 전 총장을 비롯한 여러 검사와 만났다는 내용이다. 당사자는 펄쩍 뛰며 부인했다. 하지만 친여 성향의 유튜브 언론은 최근 김씨와 모 검사의 동거설을 보도했다. 윤 전 총장 측은 해당 언론을 형사고발 했지만 급기야 서울 종로의 한 중고서점은 ‘쥴리의 남자들’이란 글귀를 넣은 벽화를 제작해 소동을 빚고 있다.

영부인 후보자에 대한 검증은 논란이 있는 사안이다. 과거에 비해 대통령 부인의 역할이 확대된 만큼 후보 시절에 배우자의 도덕성과 자질을 따지는 게 당연하다는 지적이 있다. 반면 배우자 검증은 곁가지일 뿐이며 궁극적으로 후보자에 대한 검증이 될 수 없다는 논리도 있다. 어쨌든 영부인의 경우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국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 뿐 아니라 국가 예산으로 의전을 받고 때로 국정의 일익을 담당하는 만큼 검증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다.

다만 어디까지를 배우자 검증의 대상으로 볼 것인가는 여전히 논란 대상이다. 지나치게 시시콜콜한 검증은 자칫 네거티브로 치달을 우려가 크고 연좌제 논란도 초래할 수 있다. 윤 전 총장 부인의 논문 검증이나 이 지사 부인 관련한 논란은 공적 영역에서 다루는 데 큰 문제는 없어 보인다. 헌법 13조3항은 “모든 국민은 자기의 행위가 아닌 친족의 행위로 인하여 불이익한 처우를 받지 아니한다”며 연좌제 금지를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공직 후보자, 특히 대선 후보자의 주변에 대한 철저한 검증은 공익적 목적에 배치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쥴리와 관련한 의혹 제기는 나가도 너무 나갔다. 사생활에 관한 부분 이상도 이하도 아니기 때문이다. 설령 의혹이 사실이라 하더라도 결혼 전의 일은 배우자의 책임이 아니다. 후보자가 이를 알았더라도 책임을 강요할 수 없는 일이다.

쥴리 논란은 관음적 발상에 뿌리를 두고 있는 듯 보인다. 제대로 된 공직자를 뽑는 선거의 본질과 무관하다. 쥴리 의혹 제기의 목적이 ‘조국 장관 가족을 멸문지화에 이를 정도로 혹독하고 가혹한 수사’에 대한 보복 성격이라면 치졸할 뿐 아니라 수단을 잘못 고른 것이다. 제대로 검증하려면 윤 전 총장의 공직 재직 시절 직무 수행의 문제를 따지는 게 우선이다. 정치철학이나 가치관, 국정 능력을 꼼꼼히 들여다보는 게 올바른 방향이다.

이제 쥴리 벽화 논란에선 그만 벗어났으면 한다. 진보든 보수든 종로 골목엔 신경을 끄자. 양 진영이 모여 벽화에 덧칠하며 표현의 자유니 젠더 문제니 난리를 피우는 일은 그만두는 게 좋겠다. 벽화가 표현의 자유를 구현하고 있는지, 아니면 표현이 자유로운 사회의 적인지 판단은 사법기관에 맡기면 된다. 벽화 제작자가 사실로 입증되지 않은 사안을 공공연한 비방을 위해 그렸다면 수사를 통해 진위를 가리면 될 일이다. 여야 정치권이 이번 사안에 개입을 자제하고 있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다. 이런 촌극에 말을 보태는 것은 정치를 성인 주간지 수준으로 후퇴시키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김의구 논설위원 egkim@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