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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코너] 그래도 백신이다

전웅빈 특파원


백악관 코로나19 신속대응팀 벤 와카나 전략커뮤니케이션 부국장은 지난주 뉴욕타임스(NYT)와 워싱턴포스트(WP)를 저격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선 뒤 백악관이 이들 보도에 대해 제기한 가장 날카로운 질책”(폭스뉴스) 평가가 나올 정도였다.

백악관이 발끈한 건 ‘델타 변이는 수두만큼 전염성 높고, 백신 접종자도 비접종자만큼 쉽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NYT) ‘매사추세츠 코로나19 집단 감염자 4분의 3은 백신 접종자’(WP)라는 언론사 트윗이다. 두 언론은 관련 기사 링크를 트위터에 올리며 이런 문구를 적었다. 델타 변이의 무서움에 대한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 보고서를 근거로 한 것이다.

백악관은 그러나 이런 방식의 표현이 백신 회의론을 부추기는 데 악용될 수 있다고 봤다. 와카나 부국장은 NYT에 “백신 접종자는 비접종자와 같은 정도로 바이러스를 전파하지 않는다. 그런 내용을 빠뜨렸다면 당신들은 잘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WP에는 “완전히 무책임하다. CDC는 예방 접종을 받은 사람들이 전국에서 발생하는 전염의 극히 적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사실을 명확히 했다”고 비판했다. 이런 내용이 빠진 기사를 읽으면 자칫 ‘백신을 맞아봐야 소용이 없는구나’ 하는 생각만 키울 수 있다는 게 백악관 우려다. 실제 일부 언론은 백악관 우려대로 제목을 달아 기사를 소개했다.

백악관 관계자는 “보도가 백신 접종 망설임을 강화하는 방식으로 과장됐고 무책임했다. 지금 미국의 가장 큰 문제는 백신 비접종자가 감염되고 바이러스를 퍼뜨리는 것”이라고 말했다. 백신 접종을 완료한 사람이 다시 감염되는 이른바 돌파감염 발생은 사실이다. 그런데 아직은 그 비율이 극히 낮다. CDC 조사로는 0.004%, 치명률(사망률)은 0.0007%에 그친다. NBC 방송이 자체 추적한 돌파감염 사례는 이보다 높은 0.076% 수준이다. 하지만 역시 수치는 ‘극히 낮다’에 방점이 찍힌다.

두 언론도 곧 물러섰다. NYT는 트위터에 “백신 접종자 사이에서 델타 변이 감염은 비접종자에 비해 드물다. 다만 (백신 접종자 중) 돌파감염자들은 비접종자만큼 쉽게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다”는 내용을 추가했다. WP도 “이 연구는 백신을 접종한 사람도 바이러스를 퍼뜨릴 수 있음을 발견한 것” “백신은 심각한 질병과 사망에 효과가 있지만, 감염 가능성에 대한 전면적 보호를 제공하지는 못한다” 등의 내용을 덧붙였다.

이번 소동은 백악관이 백신 접종률을 높이는 문제에 얼마나 민감해하는지 보여준다. 백악관은 백신 접종률이 더디게 늘고, 델타 변이 확산 속도는 빨라 마스크 지침을 재차 강화했다. 하지만 ‘변이 확산을 막고 피해를 최소화하며, 일상을 좀 더 빨리 회복하는 유일한 대안은 백신 접종뿐’이라는 인식은 여전히 확고하다. 백신의 광범위한 보급이 또 다른 변이 발생 가능성을 낮추는 강력한 무기라는 건 이미 입증된 과학적 사실이기도 하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 “백신이 해결책이 될 줄 알았는데, 예상과 다른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백신 접종에서 앞서가는 나라들도 방역 조치를 완화하자마자 다시 확산이 증가하고, 심지어 접종자 가운데서도 확진자 증가 양상을 보여 방역 전선을 다시 강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을 염려해 한 말이겠지만, ‘백신 많이 맞은 나라도 별반 다를 게 없다’는 식으로 읽힐까 걱정스러운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백신이 감염을 막아 주지 못할지라도 위중증률과 치명률을 크게 줄여 주기 때문에 반드시 필요하다. 백신 접종과 적절한 방역 조치를 병행해 나가야만 확산을 억제할 수 있다”고도 했는데, 이 말만 강조하는 게 옳았겠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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