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역만리 조국에 告함 대한민국 수호 이상무!

[커버스토리] 청해부대 ‘감염병 오명’ 잊으라

연합뉴스·게티이미지뱅크

사상 초유의 코로나19 집단감염 사태로 조기 귀국한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승조원 대부분이 다행히 건강을 회복한 뒤 원대 복귀했다. 사태 발생 시점이 파병 일정 막바지였기 때문에 아프리카를 향해 순항 중이던 35진 충무공이순신함이 큰 공백 없이 임무를 넘겨받게 됐다. 35진 장병들은 먼 이역에서 올해 말까지 우리 국민과 재산을 보호하는 임무를 이어간다.

지난 6월 해군 부산작전기지에서 출항한 충무공이순신함에는 함정 승조원, 해군특수전전단(UDT) 장병으로 구성된 검문검색대, 링스 해상작전헬기를 운용하는 항공대 장병 등 300여명이 탑승했다. 이 중 40여명은 청해부대 파병 경험이 있는 베테랑들이다.

청해부대는 현지에서 다국적군으로 구성된 연합해군사령부 대해적 작전부대(CTF-151)와 유럽연합(EU) 소말리아 해군사령부가 주도하는 해양 안보 작전에도 참여한다. 우리 선박이 연합해군전력의 보호를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최초이자 유일한 전투함 파병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했던 청해부대 34진 문무대왕함 (4400t급)이 지난 달 21일 아프리카의 현지 항구에서 출항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청해부대는 2009년 3월 첫 파병(1진 문무대왕함)을 시작으로 그동안 선박 2만여척을 호송하거나 안전 항해하도록 지원했다. 해적 퇴치는 20여회, 재외국민 보호 작전·지원은 7회에 이른다. 무엇보다도 청해부대 이름을 널리 알린 ‘아덴만의 여명’ 작전은 올해 10주년을 맞았다. 당시 청해부대 6진으로 파병된 최영함 승조원과 UDT 대원들은 삼호주얼리호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 8명을 사살, 5명을 생포하며 선원 21명을 모두 구조했다.

위험천만했던 구조작전의 성공으로 청해부대의 작전 수행 능력과 국내외 상선 호송 임무가 국제사회에 각인됐다. 소말리아 해역에서 활동하는 다국적군 내에서 한국군의 위상도 높아졌다는 평가다. 당시 복부에 총상을 입었다가 가까스로 생사의 고비를 넘긴 석해균 선장은 이후 해군 안보교육교관으로 활동했다.

청해부대가 주로 작전을 수행하는 아덴만 해역은 원유, 액화천연가스(LNG) 등 전략물자를 포함해 우리나라 전체 물동량의 약 30%가 통과하는 핵심 수송로다. 1990년대 소말리아 내전 여파로 인한 정세 불안이 지속됐고, 바다에는 해적들이 넘쳐나기 시작했다. 2008년부터는 선박 납치 사건도 급증했다.

보다 못한 유엔은 회원국에 해적 퇴치를 위한 군함과 항공기 파견을 요청했다. 우리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안 1838호를 근거로 파병에 나섰다. 정부는 이후 매년 국회로부터 파병 승인을 받는다.

지난해 12월 국회 본회의에서 ‘국군부대의 소말리아 아덴만 해역 파견연장 동의안’ 의결에 따라 청해부대는 12월 말까지 파병 기간을 연장했다.

활동 반경 넓히는 청해부대


국회 동의안에 명시된 청해부대 파견지역은 아덴만 해역이지만 정부는 필요한 경우 작전 해역을 확대할 수 있도록 했다. 2019년 파병된 청해부대 30진부터는 원유 운송로인 호르무즈해협까지 임무 구역을 넓히면서 약 4000㎞에 이르는 바다에서 선박 호송과 해적 퇴치 임무를 수행하고 있다.

최근엔 대륙 반대편인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해적 출몰이 빈번해지면서 장거리 작전을 수행하는 경우도 생겨났다.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해적에 납치된 선원 135명 중 130명(96.3%)이 서아프리카 해역에서 납치됐다. 정부 관계자는 6일 “기존 해적 출몰지였던 소말리아 인근에서 청해부대를 비롯한 연합해군이 선박 보호활동에 나서면서 해적 활동이 서아프리카로 옮겨간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기니만 일대는 해적들의 어선 납치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지역으로 악명을 떨치고 있다. 이 일대에서 피랍된 한국 선원 4명이 62일 만에 석방되는 일도 발생했다. 당시 피랍 사건 대응을 위해 문무대왕함이 투입됐고, 일각에선 무리한 작전구역 변경이 코로나19 집단감염의 원인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문제는 낯선 작전환경에서 긴급상황 발생시 대응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청해부대의 경우 우리 군이 보유한 4400t급 구축함 6척 중 1척씩 파병돼 6개월간 임무를 수행한다. 해상에서 장기간 작전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서는 군수물자와 유류, 의약품 등의 원활한 보급이 필수적이다. 급박한 상황에서 군수 조달 소요가 생길 경우 물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군 관계자들은 청해부대 주요 기항지인 오만 무스카트·살랄라항, 지부티항 정도를 제외하고 낯선 지역에서 군수품 보급이나 기항 협조를 구하는 게 결코 만만한 일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해외 거점기지 확보 필요성도

코로나19가 퍼져가던 문무대왕함은 장병 휴식과 부식 공급을 위해 들른 현지 국가로부터 입항을 거부당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장병 백신 접종을 위한 협조 요청도 무산됐다. 이에 따라 긴급 물자 공급을 위한 해외 거점기지 확보 필요성도 대두됐다.

거점기지는 우리 군 전력과 의료·행정인력, 각종 장비·물자를 상시 배치해 운용하는 형태다. 군사 목적뿐 아니라 인근 해역을 지나는 민간 화물선, 유조선, 원양어선들도 유사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군 관계자는 “언제든 배를 댈 수 있는 안정적인 거점은 현지 파병 부대의 사기와도 직결된다”고 말했다.

아덴만에 파병된 일본 해상자위대와 중국 해군은 지부티에 거점기지를 마련해 운용하고 있다. 중국은 2017년 항공모함이 입항할 수 있는 규모의 해외 군사기지를 구축했다. 일본 역시 2011년 지부티에 거점을 건설하고 600여명의 해상자위대 병력을 배치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대외 정책 기조인 신남방정책과 연계해 해양항만협력기지 사업을 추진했지만 현재는 추동력을 잃은 상태다. 구민교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한반도와 아덴만 사이에 1만㎞ 이상 지리적 거리는 원해 작전을 수행하는 청해부대에 위협적인 요인”이라며 “우리 국민의 해외 진출을 위해서라도 신뢰할 수 있는 거점 확보를 위한 범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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