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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포럼] 뉴노멀시대의 사회개혁 과제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우리는 또 한 번 뉴노멀(New Normal)이라는 사회 현상을 겪고 있다. 팬데믹과 같은 세계적 대혼란으로 기존 경제 질서가 무너지고 등장한 새로운 기준, 새로운 일상을 뉴노멀이라 한다. 뉴노멀시대의 특징은 저성장·저소비·고실업·고위험들로 나타난다. 코로나19 팬데믹은 디지털 혁명과 겹치면서 그 여파는 사회 저변으로 더욱 넓고 깊게 파고들며 특히 대응 능력이 약한 저소득층의 삶을 뿌리째 흔들고 있다.

4년 전 문재인 대통령의 ‘기회는 평등, 과정은 공정, 결과는 정의로울 것’이라는 취임사는 많은 사람에게 희망을 품게 했다. 문재인정부 포용국가론의 큰 방향 또한 사회개혁의 실천을 기대케 했다. 그중에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의 한쪽이라도 바로잡히길 바랐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현 정부의 사회개혁은 실패했다.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심각한 문제는 빈곤 고착화와 노동시장 이중화로 요약할 수 있다. 이 둘은 악순환 관계로 불평등·양극화를 심화시킨다. 현 정부는 노동복지예산을 증액했고 팬데믹 이후 재난지원금 등 공적 지원을 늘렸지만 불평등도는 오히려 악화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올 1분기 시장소득 기준 5분위 배율은 16.20배로 지난해 1분기(14.77배)보다 높아졌다. 이 배율이 클수록 소득 격차가 크다는 것인데 올해는 코로나 타격이 저소득층에 더 집중됐음을 보여준다.

더욱 주목할 것은 한 번 나락으로 떨어지면 헤쳐나갈 길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 결과 한국의 자살률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상위권이다. 외환위기 이후 20여년 동안 불평등 계층화가 공고해지고 계층이동 가능성은 희박한 가운데 젠더 갈등, 세대 갈등, 문화 갈등 등 새로운 형태의 사회 갈등이 저변에 만연해지고 있다.

우리 사회는 진정 사회개혁이 절실하다. 우선 빈곤 고착화를 해소하기 위해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의 개혁을 제안한다. 빈곤 문제가 정치권의 본격적 관심을 받기 시작한 것은 외환위기 당시부터다. 불평등 지수가 공론화된 것 또한 이때부터다. 시민사회의 역할이 컸다. 그 결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이 탄생했으며 이는 한국 복지국가의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 누구나 기본 생활을 할 수 있는 사회권이 부여된 것이다. 그러나 이 법은 엄격한 부양의무자 기준을 전제함으로써 입법 취지와 순기능을 해쳤다. ‘자활’을 강조한 제1조의 목적 또한 보통 직업 생활로 이어지지 못하는 맹점을 지니고 있다. 한 번 기초생활보장 수급자가 되면 탈출이 어려워 결국 이 법은 구빈법으로 전락한 셈이고 수급자에게는 낙인이 됐다. 수급자 다수가 노령층이라는 점도 이 제도의 허점이다.

보편적 복지국가에서의 기초생활보장제도는 경제적 위기에 처한 사람이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맨 밑에서 받쳐주는 사회적 그물망으로 작동해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벗어나도록 2차적 설계가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으로 연결돼 있어야 한다. 이런 받침이 있을 때 특히 청년층은 벤처 등 새로운 일자리 도전을 과감히 할 수 있다. 노령층에는 대신 기초연금을 확대해 연금권의 의미를 살리는 것이 옳은 방향이다. 이미 존재하는 좋은 제도를 환경 변화와 함께 개혁하는 편이 새로운 대안을 추구하는 것보다 훨씬 생산적이다. 복지제도는 끊임없이 개혁돼야 실효성이 있다.

다음으로 노동시장의 이중구조 개혁이다. 우선 비정규직의 임금과 노동환경 개선이다. 동일노동 동일임금을 위한 장기적이며 합리적인 설계가 필요하다. 이는 노사민정의 합의가 필요한 매우 어려운 사안이다. 정부가 먼저 나서 혁신성장 명목으로 대기업에 몰아주는 수조원을 이쪽으로 돌리는 것도 한 방편이다. 일부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는 것은 정답이 아니다. 실업 문제도 실업률의 양적 증감보다 한 개인이 얼마나 긴 실업 상태에 있었고, 얼마나 자주 이를 반복하나 등에 중점을 두고, 직업 재활 및 재교육 등 다양한 선택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 이는 적극적 노동시장정책의 핵심이다. 이 과정에서 돌봄과 주거지원 등의 사회서비스가 함께하는 복지와 노동의 양축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해야 한다.

외환위기는 기초생활보장법으로 복지국가 시대를 열었으나, 동시에 비정규직 제도화로 이중사회를 가져왔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난 이제는 복지국가의 내용을 바르게 채울 때다. 이런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뉴노멀시대의 개혁 과제를 지닌 대선 후보를 기대한다.

신필균 (사무금융우분투재단 이사장·복지국가여성연대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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