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화에 사라지는 일자리… 저숙련 노동자 설 곳 없다

코로나로 비대면 바람 타고 확산
키오스크·파트타임이 인력 대체
코로나 이후에도 구조화 예고

패스트푸드점에서 대면 주문을 기다리는 줄이 사라지기 시작한 것은 최근의 일이다. 예전만 해도 식사 시간대면 주문을 받는 직원 앞에 일렬로 줄을 서는 풍경이 흔했었다. 그만큼 많은 수의 직원이 필요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직원 대신 ‘키오스크’로 불리는 무인 주문기 앞으로 사람들이 몰린다. 액정화면에서 안내하는 대로 원하는 제품을 고르고 계산을 마치면 잠시 후 음식이 준비됐다는 알림이 뜬다. 코로나19와 4차 산업혁명이 맞물리면서 가속화한 현상이다. 비대면 주문으로 접촉도 줄이고 매장 입장에서는 인건비도 줄일 수 있다.

패스트푸드점처럼 무인 주문기를 도입하지 않은 곳들도 직원 수를 줄이는 경우가 많아졌다. 재택근무의 확산, 사회적 거리두기에 따른 외식 감소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매년 늘어나는 최저임금이 불을 붙였다. 바쁜 시간대만 파트타임으로 임시 일용직을 쓰거나 아예 고객이 좀 불편하더라도 최소한의 인원으로만 운용한다. 홀 서빙 등 저숙련 업무일수록 이 현상은 더욱 두드러진다. 저숙련 노동자에게 비싼 임금을 주면서 전일제로 고용할 수 없는 상황이 현실에 투영됐다.

코로나19가 부른 일자리 양극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든 코로나19가 저숙련 노동자들의 설 자리를 없애고 있다. 6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팬데믹’이 시작된 지난해 2~3분기 일자리 시장은 양분됐다. 저임금 노동자의 경우 32% 정도가 심각한 실직 위기에 처한 것으로 파악됐다. 반면 임금 수준이 높은 이들 중 심각한 실직 위기와 마주한 이는 전체의 13%에 불과했다. 배 이상의 격차를 보였다. 대체 불가능한 숙련 업무를 한 이들은 견뎌낼 수 있었던 반면 숙련도가 떨어지는 이들은 실직이란 벼랑 끝에 몰렸던 것이다.

경력이 부족한 청년층도 코로나19 직격타를 맞았다. 청년층의 30% 정도는 심각한 실직 위기를 겪어야 했다. 중년층(23%)이나 장년층(21%)보다 코로나19의 파고를 넘기 힘들었다. 한국 사례처럼 아르바이트와 같은 파트타임 일자리가 급속도로 줄어든 영향 등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OECD는 청년층의 노동시간이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대비 26%나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저숙련 일자리, 코로나19 이전 회귀 힘들다

저숙련 노동자 대다수가 저소득층이라는 점이 문제다. 실직은 삶을 위협할 수 있다. 각국 정부가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재정이라는 수단을 꺼내든 이유이기도 하다. 한국의 경우 지난해에만 네 차례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가며 지원책을 펼쳤다. 올해부터는 실직자에게 돈을 지급하는 한국형 실업부조까지 도입했다. 가계소득을 어느 정도 수준으로 유지하도록 지원해야 할 필요성이 컸다. 2019년 4분기부터 지난해 2분기까지 OECD 회원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12.4%나 줄어든 상황이었다.


하지만 정부 지원으로 연명하는 것도 한계는 있다. 결국은 일자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다행히 한국은 그나마 좀 나은 편이다. OECD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인 2019년 4분기 수준으로 고용이 회복되는 시점을 국가별로 추산했다. 국가경제 상황에 따라 짧게는 1년6개월에서 길게는 5년3개월 정도 회복기가 필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 가운데 한국은 1년9개월 정도면 2019년 수준으로 고용이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됐다. 최근 국내 지표도 긍정적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6월 취업자 수는 전년 동월 대비 58만2000명 증가하며 상승세를 이어갔다.

다만 ‘회복’의 결과물이 코로나19 이전과 동일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우세하다. 자동화나 디지털화는 일시적 현상이 아닌 지형도를 바꿀 ‘메가 트렌드’로 평가된다. 저숙련 일자리 감소라는 위기상황은 코로나19를 이겨낸다고 해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권혁 부산대 로스쿨 교수는 “산업 대전환기인 상황이다. 저숙련 노동자들이 직업훈련 등을 통해 새로운 역량을 키워 적응해 나갈 수 있어야 하며 이는 민간기업이 주도하는 게 효과적이다. 정부는 이 부분을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OECD 역시 일자리 전망 보고서를 통해 “각국 정부는 코로나19로 타격받은 노동자의 숙련도 향상 및 재교육, 양질의 일자리 제공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체 불가 건설·농어업, 대안은

저숙련 노동자들의 숙련도 향상이 필요하다는 점에 이견이 없지만 이는 ‘미스 매칭’이라는 다른 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분야가 건설업이나 농어업 분야다. 이 분야의 저숙련 노동자 수요를 채울 수단도 동시에 필요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외국인 근로자로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해 발간한 ‘외국인 및 이민자 유입이 노동시장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이민자가 유입된다고 해서 전체적으로 내국인 일자리 수가 줄어들거나 하는 영향은 적다. 대신 건설업을 비롯한 저숙련 일자리는 내국인 대신 이민자로 대체되는 효과가 보인다.

보고서는 정책적으로 이런 영향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평가한다. 보고서는 “정책적 개입이 없을 경우 이민자들도 수도권에 집중될 수 있다. 비수도권을 중심으로 한 전향적인 이민정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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