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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 빅딜, 올해 물 건너 가나

대한항공-아시아나 합병 지연 까닭
독과점 따른 항공운임 인상 고려
운영체계 등 달라 자료 분석 난항


연내 마무리가 예상됐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기업 결합 심사 결과가 내년으로 미뤄질 수 있다는 이야기가 공정거래위원회 내부에서 흘러나오고 있다. 연내 기업결합 승인을 전제로 합병 로드맵을 구상했던 정부와 업계에서는 당혹스러워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일단 항공업 독과점에 대한 우려가 상당하다는 점이 심사 지연의 가장 큰 이유다. 항공업은 초기 막대한 자본이 투입되고 신규 진입자가 규모를 키우기도 쉽지 않아 독과점 구조가 쉽게 형성된다. 공정위는 연구 용역을 통해 두 항공사가 합쳐졌을 때 항공운임이 인상될 가능성이 있는지, 소비자 혜택이 감소할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자세히 살펴보고 있다.

해외 경쟁 당국이 과거 항공사 간 인수합병을 불허했던 유사 사례도 회자된다. 2002년 호주 1위 항공사인 콴타스 항공은 에어뉴질랜드 항공의 지분 22.5%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인수합병을 추진했다. 하지만 양 경쟁 당국은 인수합병이 성사되면 오세아니아 지역의 항공 노선 독과점이 형성된다고 판단했다. 항공업 독점 체제는 일단 한번 형성되면 영구적이라는 데 주목한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5일 “당연히 두 회사가 합쳐지면 경쟁 제한성이 심화될 것은 자명하다”며 “다만 소비자 편익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논리도 있으니 어느 것이 더 타당한지를 따져봐야 하는 문제”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는 경쟁 제한성 심화와 소비자 편익 확대 중 어느 쪽이 더 타당한지를 따져보는 과정이 지난하고 복잡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두 항공사는 기업결합을 했을 때의 이점을 증명할 수 있는 자료를 수시로 공정위에 제출하고 있다. 그런데 가격 체계와 노선 등 운영 체계가 복잡한 탓에 데이터 계량에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한다. 특히 아시아나항공의 기업 상황이 좋지 못한 점이 복병이다. 대한항공보다 아시아나항공의 자료 제출이 더욱 늦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마지막으로 해외 경쟁 당국의 기업결합 심사가 변수가 될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난 1월 한국 미국 중국 일본 유럽연합(EU) 등 기업 결합 심사 필수인 9개국에 기업 결합 신고를 했는데 현재까지 터키 태국 대만 당국의 심사만 통과했다. 특히 EU는 항공사 간 기업결합을 두 차례 불허한 적이 있어 이번에도 까다로운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정부와 업계는 심사가 늦어지는 데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업결합심사가 이뤄지지 않으면 대한항공의 아시아나항공 인수 절차도 자연스럽게 늦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업 결합이) 빠르면 빠를수록 시너지 효과가 더 빨리 생긴다. 이미 업계나 관련 부처에서 통합을 준비하는 단계인 만큼 준비했던 것들이 차질이 생기면 좋지 않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위기에 처한 항공산업 환경을 고려할 때 양사의 통합 절차가 몇 개월이라도 지연될 경우 항공산업에 미치는 악영향의 폭은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물론 해외 심사와 관련 없이 국내에서 먼저 결론 낼 수도 있다. 국내 결론이 빨리 내려져야 해외 심사가 탄력을 받을 것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해외 경쟁 당국의 판단도 국내 판단만큼 똑같이 중요한 사안이기 때문에, 공정위가 해외 경쟁 당국보다 빨리 결론을 내려봤자 큰 의미가 없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세종=신재희 이종선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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