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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에서] 미국산 스텔스기 극혐 활동

김경택 이슈&탐사1팀장


미국의 5세대 스텔스 전투기 F-35A는 북한이 두려워하는 전략 무기다. F-35A를 설명할 때 상투적으로 쓰이는 이 말 앞에는 앞으로 몇 마디 더 붙을 것 같다. 북한 지령을 받은 이들이 F-35A 도입 반대 활동을 주도했다는 게 사실이라면 말이다. 국가정보원 등은 이 같은 혐의를 받은 4명을 수사 중이다. 수사 당국은 이들이 간첩죄로 불리는 국가보안법 4조를 위반했다고 보고 있다.

“F-35A 추가 도입의 거대한 분노는 주한미군 철수 요구로 향하게 되고 총폭발을 불러올 것이다. (중략) F-35A 추가 도입 즉각 중단하고, 모든 전쟁무기 도입 철회하라! 전쟁의 화근 주한미군 철수하라!” ‘F-35A 도입 반대 충북 청원주민대책위’라는 단체에서 2019년 8월 19일 낸 성명이다. 골자는 전쟁무기 반입 반대, 주한미군 철수 등 북한이 오래전부터 계속해온 주장이었다. 당시는 F-35A 4대가 곧 한국에 들어온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던 때였다. 이번에 수사 대상에 오른 일부는 이 단체를 주도했으며, F-35A가 배치된 충북 청주에서 릴레이 1인 시위도 했다.

북한 반응도 이들 활동과 비슷한 시기에 나왔다. 조국평화통일위원회는 그해 8월 16일 담화를 통해 “농약이나 뿌리고 교예(곡예) 비행이나 하는 데 쓰자고 사들였다고 변명할 셈인가”라며 한국의 F-35A 도입을 비난했다. 조선중앙통신은 그다음 달 5일 “이 무모한 행위는 남조선 군부 호전 세력이 우리에 대한 선제공격 야망을 여전히 버리지 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했다. 한국이 남북 관계 개선을 추진한다면서 북침용 첨단 전투기를 사들이는 것은 말도 안 된다는 주장이었다. 북한은 방공망을 뚫고 침투해 주석궁이나 핵시설을 쥐도 새도 모르게 때릴 수 있는 위협적인 스텔스기 도입을 놓고 온갖 악담을 쏟아내는 데 열을 올렸다.

간첩 혐의를 받는 이들의 활동은 성공했을까. 노동 통일 분야에선 여러 투쟁이나 사업을 벌이는 등 무언가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일부는 군소 정당에 들어가거나 인터넷 매체를 만들어 영향력을 넓히려고 했다. 1명은 2016년 총선에 출마했지만 미미한 득표율을 얻는 데 그쳤다. 지하조직 세력화 같은 일은 얼마나 구체화됐는지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물론 F-35A 도입 계획이 영향을 받지는 않았다. 2021년까지 F-35A 40대를 확보한다는 정부 방침에는 변함이 없어 보인다. 다만 북한 눈치를 보도록 만드는 데 힘을 보탰다는 것만으로도 이들 활동은 평가를 받았을 수 있다. 실제 군 당국은 2019년 12월 F-35A 전력화 행사를 비공개로 진행했다. 당시 행사는 전투기 사진뿐 아니라 공군참모총장의 축사조차 공개되지 않았다. 유리그릇처럼 깨지기 쉬운 남북 관계를 의식한 탓이다.

이번 사건은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사실상 처음 공개적으로 진행 중인 간첩 수사다. 피의자들이 지난 5월 말 압수수색을 받으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한 달 뒤 박지원 국정원장은 경기도 시흥 북한이탈주민보호센터를 찾아 취재진에게 “간첩이 있으면 간첩을 잡는 게 국정원”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보법 폐기가 아니라 존치, 개정해야 한다는 입장”이라고도 밝혔다. 이제와 돌이켜보니, 박 원장은 당시만 해도 큰 주목을 받지 못한 이번 수사를 의식해 발언했던 것 같다. 인권 보호 원칙에 어긋나지 않으면서 있는 그대로 혐의를 밝혀 과거에 뒤집어쓴 조작 수사의 오명을 벗겠다는 말이다. 이번에는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수사 결과가 발표되기를 기대한다. 이참에 그동안 쉬쉬하는 모습을 보였던 군 전력과 관련한 공보 방식도 한 번 재검토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김경택 이슈&탐사1팀장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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