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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금리만 인상하면 스태그플레이션 걱정된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교수)


한국은행이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것 같다. 경제성장률이 4%로 올라가고 물가상승률이 2%를 넘어 경기가 과열될까 우려하는 듯하다. 이미 2분기에 민간소비 성장률은 12년 만에 최고로 올랐다. 저금리가 오래 지속되고 코로나19로 재정지출이 팽창해 시중 자금이 많아져서 인플레이션 압력도 우려하는 듯하다. 경기 과열과 인플레이션을 우려한다면 금리 인상은 당연하다.

그러나 3분기 경제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확산과 4단계 사회적 거리두기 연장으로 경제성장률이 둔화되고 물가만 오르기 쉽다. 백신 확보에 차질이 생겼고 추석 연휴가 끼어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한국은행의 소비자동향조사를 보면 소비심리지수가 6월에 최고치로 올라갔다가 7월 들어와 7포인트 떨어졌다. 반면 물가상승에 대한 인식은 0.1% 포인트 상승했다.

경제 상황에 대한 사람들의 체감은 한국은행과 다르다. 코로나19로 양극화가 커지면서 저소득층은 경기 침체 속에 물가가 상승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 부닥쳐 있다. 통계청의 6월 고용지표를 보면 취업자는 늘었지만 구직 단념자도 증가했고, 주 18시간 미만 일하는 초단기 근로자가 13% 늘었지만 36시간 이상 일하는 근로자는 3.9% 증가에 그쳤다. 7월에 물가가 2.6% 상승했지만 농축산물은 9.6% 상승해, 가계지출 중에서 식료품의 비중이 큰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물가상승이 공급 쇼크에서 발생한 측면이 크기 때문에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할 만한 이유가 충분하다. 부동산 규제 정책 실패로 집값이 폭등했고,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건비가 급격히 올랐으며, 코로나19로 원자재의 수급이 원활하지 않은 데다, 국제유가 인상과 조류인플루엔자 등으로 공산품과 농축산품 가격이 모두 뛰었다.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은 모두 물가상승에 해당하지만 호황과 불황 여부로 차이가 난다. 물가상승으로 금리 인상이 필요하더라도 불황이라면 경기를 후퇴시킨다. 우리나라는 가계와 기업의 부채가 유달리 많기 때문에 금리를 인상하면 대출 상환의 부담이 커져 소비와 투자 심리 하락이 그만큼 커진다. 근로자의 90% 가까이가 저생산성·저임금 일자리가 많은 중소기업이나 플랫폼 비즈니스의 급성장으로 문 닫을 지경에 놓인 자영업에 종사하고 있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수출로 대기업이 호황을 누린다고 해도 경기를 반전시키기 어렵다. 임금과 고용 관행이 경직적이고, 중소기업과의 협력관계는 낮으며, 중소기업 부문 노동시장과 단절돼 있어 낙수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점을 고려하지 않고 금리만 인상하면 안이한 대응을 했다는 비판을 받을 것이다.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은 작더라도 경계심은 높여야 한다. 대량 부도와 대량 실업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1970년대 석유 위기로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이 그랬는데, 당시 정부와 중앙은행의 안이한 대응이 사태를 악화시켰다. 경기 후퇴를 우려해 정부는 재정지출을 확대했고, 인플레이션을 우려해 물가와 임금 인상을 통제했으며,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주저했다. 지금 우리나라는 인플레이션과 스태그플레이션의 갈림길에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의 조짐은 소득주도성장과 부동산 규제 강화 그리고 재정중심경제 등 정부의 정책 실패에 기인하는 바가 크다. 시장에 대한 정부의 과도한 통제와 재정의 방만이 그렇게 만들었다.

잘못된 정책을 바꾸지 않으면서 금리만 인상하면 부작용이 크다. 규제 강화에 대한 반발을 의식한 것인지 생필품에 대한 정부의 물가관리 의지가 약하기에 더욱 그렇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발표할 때 스태그플레이션의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경제정책의 전환을 촉구하길 바란다.

김태기 (일자리연대 집행위원장·전 단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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