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박정태칼럼

[박정태 칼럼] 강성 친문과 입법 폭주 시즌2


상임위원장 야당에 넘기기 전
자칭 개혁법안 일괄 처리 공언
강성 지지층 질타 의식한 행보

1순위 목표 언론중재법 예상
‘언자완박’으로 불리는 악법
비판 언론 재갈 물리기 의도

4·7 재보선 참패의 교훈 무시
오만·독선의 늪에서 못 나와
대선 승부처 중도층 외면할 듯

지난해 4월 총선에서 압승한 여당은 오만과 독선에 사로잡혀 입법 폭주로 치달았다. 견제와 균형이 중시돼야 할 민의의 전당에서 야당을 무시한 입법 몰아치기만 횡행했다. 민심과 유리된 거대 여당의 횡포는 지난 4·7 재보궐선거 참패로 귀결됐다. 국민의 따가운 회초리였다. 여당은 자성과 함께 쇄신을 약속했다. 하지만 이탈 중도층 재확장을 위한 행보는 잠시뿐이었다. 4개월이 지난 지금, 여당은 과거로 회귀하고 있다. 8월 임시국회에서 또다시 쟁점 법안의 일괄 처리를 공언하고 있으니 말이다. 입법 폭주 시즌2라고 할 수 있겠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지난달 23일 국회 상임위원장 재배분에 극적 합의할 때만 해도 협치와 상생의 토대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많았다. 여야가 한 발씩 양보해 21대 국회 전반기 상임위원장 배분을 11대 7로 하되 핵심인 법제사법위원장의 경우 후반기인 내년 6월부터 국민의힘이 맡는 것으로 타협했기 때문이다. 대신 국회법을 고쳐 법사위 권한을 체계·자구 심사로 엄격히 제한하고 심사기간을 120일에서 60일로 단축하기로 했다. 그간 체계·자구 심사권을 남용해 법안 내용까지 건드리며 다른 상임위의 상왕 노릇을 해온 법사위의 폐단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이에 따라 18개 상임위원장직을 싹쓸이한 여당의 독식 구도를 깨고 온전한 국회 정상화를 향해 순항하리라는 기대가 적지 않았다. 그러나 여당이 7개 상임위원장을 야당에 넘기기 전에 자칭 개혁 법안들을 모두 밀어붙이겠다는 속셈을 공공연히 드러내면서 모처럼 조성된 협치 분위기는 물 건너갈 조짐이다.

여당의 각오는 ‘자신의 살을 베어 주고 상대의 뼈를 끊는다’는 육참골단(肉斬骨斷)이란 사자성어로 표현된다. 그런데 강공 드라이브는 강성 친문 지지층의 질타와 무관하지 않다. 강성 친문은 야당 몫 법사위에 대해 극렬 반대하고 나섰다. 법사위를 내주고 무슨 개혁을 하겠다는 것이냐며 거세게 항의한다. 일부 유튜버는 송영길 대표와 윤호중 원내대표의 휴대전화 번호를 공개하고 지도부 사퇴를 주장했고, 이는 ‘역적’ ‘배신’ 등의 문자폭탄 공세로 이어졌다. 여기에 가세한 여권 대권 주자와 강경파 의원들은 합의 파기 요구까지 들고 나왔다. 합의 내용과 달리 체계·자구 심사권 자체를 완전 폐지해 법사위를 무력화하는 국회법 개정안도 최근 범여권 의원들에 의해 속속 발의된 상태다. 후폭풍에 결국 지도부는 의원총회를 소집해 의견을 수렴하기로 했으나 제대로 진화가 될지 불투명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혁 입법 처리 완수로 불만 가득한 지지층의 마음을 달랠 모양이다.

여당은 입법 전쟁 승리를 위해 ‘군사 작전’에 들어갈 움직임이다. 윤 원내대표 주재로 10일 열릴 상임위 간사단 회의에서 중점 법안들을 정하고 전략을 수립할 예정이라고 한다. 오는 24일 법사위, 25일 본회의 일괄 처리가 목표다. 야당과의 협의가 여의치 않으면 절대 우위 의석수를 무기로 강행 처리할 태세다.

이번 본회의 선출을 통해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등을 야당에 내주기로 한 만큼 여당의 1순위 법안은 문체위에서 다룰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될 게 뻔하다. 하지만 이는 언론 오보로 인한 피해액의 5배까지 징벌적 배상 책임을 씌우는 과잉 입법으로 언론 자유를 침해할 소지가 다분한 법안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비판 언론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의도라고 할 수밖에 없어 언론징벌법, ‘언자완박’(언론자유 완전박탈) 악법으로 불릴 정도다. 야당이 강력 반발하고 있지만 이미 여당은 지난달 27일 법안심사소위에서 일방 통과시켜 오늘 문체위 전체회의를 앞두고 있다. 포털사이트의 뉴스 편집권을 규제하는 신문법 개정안 등도 우선 처리 대상이다.

개혁이 아닌 개악으로 시대착오적 입법 폭거를 저지를 경우 대화와 타협이 요체인 의회민주주의는 망가진다. 여야 관계가 급랭하면서 대치 국면으로 바뀌는 건 시간문제다. 가장 우려스러운 것은 국민의 정치 불신이 깊어진다는 점이다. 여당은 강성 친문의 늪에서 하루속히 빠져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선 승부처인 중도층 끌어안기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친문 지지층만으로도 대선 승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엄청난 착각이다. 재보선 역대급 참패의 교훈을 외면하고 또다시 교만과 아집으로 무리수를 둔다면 이는 부메랑으로 돌아올 게 명약관화하다. 입법 독주는 이제 멈춰야 한다.

박정태 수석논설위원 jtpark@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